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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 엔젤홈에서의 하루

  • 승인 2015-06-02 11: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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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행복이 찾아오길
시흥 엔젤홈에서의 하루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봉사활동 당일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뜻 깊은 행사인 만큼 무지개 뜨는 반전을 기대해 봤다. 하지만 빗방울은 여 보란 듯 세차게 땅을 때렸다. 날씨 궂다 투덜거리며 도착한 유기동물 보호소. 울타리 너머 개들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그들은 항상 여기 있다는 생각에 좀 전의 날씨 타령이 부끄러워졌다.

글 이지희 사진 와이낫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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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한 녀석들
경기도 시흥의 엔젤홈 보호소에는 100여 마리의 유기동물들이 살고 있다. 보호소 소장님과 몇몇 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지난 4월 19일, 보호소 앞마당에 수의사와 미용사를 비롯한 70여명의 내추럴발란스 블루엔젤 봉사단원들이 모여들었다. 하나라도 더 챙겨 주고 싶은 마음에 모두들 분주히 움직였다.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강아지들이 머무는 컨테이너의 문을 열었다. 반갑다고 문 앞까지 나오는 믹스견, 불안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조금씩 다가오는 시츄, 케이지에 숨어 떨고 있는 말티즈까지. 그들의 눈망울에는 호기심과 두려움이 가득했다. ‘반가워요. 그런데 저를 아프게 할 건가요?’ 그 눈빛과 마주하는 순간, 돌덩이 하나가 가슴 위에 내려앉았다. 녀석들이 놀라서 물진 않을까 걱정도 했다. 그런데 손에 잡히면 아무 반항도 하지 않는 순한 녀석들. 애처로웠다. 사람의 손길이 그리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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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조심 괜찮아
겁먹은 강아지들을 달래고 진료를 시작했다. 녀석들이 비를 맞을 새라 바삐 움직이는 봉사자들. 그들의 동작은 더할 나위 없이 정성스러웠다.
수의사들이 가장 먼저 살펴본 건 귀였다. 세심하게 관리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보니 대부분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귀 청소와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점검한 후, 예방 접종을 실시했다.
미용이 필요한 강아지들도 있었다. 수북하게 자란 털이 눈을 가리고, 미처 자르지 못한 털이 늘어진 녀석들. 미용사들의 손길을 거치자 강아지들은 가뿐한 모습으로 변신했다.
반면 사람들의 손길을 거부하는 개들도 있었다. 몇몇 강아지들이 이동 중에 도망쳤다. 컨테이너 밑으로 숨어 버린 것이다. 간식으로 유인해 봤지만, 고개를 내밀다가 다시 밑으로 들어가 버렸다. 약간의 실랑이로 봉사자들이 애를 먹었다. 하지만 누구 한 사람 힘들다고 불평하지 않았다. 상처받은 녀석들에겐 사람의 호의가 위협으로 느껴질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조용히 자리를 피해 주거나 조심스레 손길을 내밀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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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도 집으로 돌아갔으면
진료와 미용을 마친 강아지들, 이리저리 도망치던 강아지들 모두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마지막 한 마리가 남았다. 미용과 귀 치료를 받은 믹스견. 성격이 예민해서 마취를 했는데, 아직 일어나지 못했다. 축 늘어진 작은 몸을 안아들고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갔다. 잠든 사이 혹여 다칠까 봐 케이지 안에 뉘였다. 돌아서려는데 발걸음이 좀체 떨어지지 않았다. 비오는 날 마취에서 깨면 추울 텐데… 따스하게 품어 줄 가족이 없다는 사실이 새삼 서글펐다. 벽을 보고 돌아누운 뒷모습이 오랫동안 아른거렸다.
비가 와서 산책 봉사를 하지 못했다. 그런 아쉬움 때문이었을까. 봉사자들은
마지막 남은 청소에 온 힘을 쏟아 부었다. 보호소 문 앞에 쌓여 있던 쓰레기들은 비에 젖어 더 무거워졌다. 하나 둘 쓰레기봉투에 담다보니 마침내 바닥을 드러냈다.
모든 일정이 다 끝날 무렵,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다. 사료를 보호소 한 편에 쌓는 일로 마무리된 봉사활동. 비가 와서 힘들었지만, 고생한 만큼 보람도 컸던 하루였다.
돌아가는 봉사자들을 바라보던 강아지들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빗방울이 맺힌 창문 너머로 개들의 애잔한 눈빛이 보였다. 그들도 우리처럼 집으로 돌아가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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