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찌로고

꿈을 지키는 곳

  • 승인 2015-04-03 09:38:46
  •  
  • 댓글 0

꿈을 지키는 곳
팅커벨 입양센터

들판을 꽉 채우는 아름드리나무도 처음엔 작디작은 씨앗에서 시작한다. 꿈도 그렇다. 맨 처음 모습을 보면 아무도 훗날을 예상하지 못한다. 하지만 계속 가꾸고 기다리다 보면 어느새 현실이 되어 눈앞에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서울 강서구의 팅커벨 입양센터에서도 그런 꿈의 씨앗이 자라나는 중이다.

이지희 사진 박민성

fbd8d65ed0fc76da8c7e044decfd27e5_1428021

fbd8d65ed0fc76da8c7e044decfd27e5_1428021


작은 강아지 한 마리에서
팅커벨 입양센터가 개소한 건 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인 2014년 4월 21일이었다. 모든 것은 비영리 민간단체 ‘팅커벨 프로젝트’의 대표 황동열 씨가 작은 강아지 한 마리를 구조하면서 시작됐다.

“팅커벨이라는 말티즈가 있었어요. 시보호소에서 안락사를 앞두고 있던 강아지였는데 살리려고 데리고 나온 날 확인해 보니 파보에 걸렸더라고요. 결국 하루 만에 죽었습니다. 그런데 팅커벨의 파보 치료를 위해 모금한 병원비가 남아 있었어요. 그 돈을 어떻게 쓰는 게 가장 좋을까 고민했지요.”

돈을 돌려주는 건 모금해 준 사람들도 원치 않았다. 논의 끝에 팅커벨처럼 안락사 위기에 처한 강아지들을 살리는 데 쓰기로 결정했고, 92만원으로 총 네 마리 개들을 시보호소에서 데려와 검진하고 입양 보냈다. 그런데 돈을 다 쓸 때까지만 하려던 일을 끝내지 못하게 됐다. 많지 않은 비용으로 생명을 살리는 모습에 사람들이 후원금을 계속 보냈기 때문이다. 결국 동열 씨는 팅커벨의 이름을 딴 ‘팅커벨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온라인 카페를 개설해 체계적으로 활동하게 됐다.

“그 후 1년 동안 110마리 정도를 구조해서 입양 보냈습니다. 계속 활동하다 보니 보호소에서 데리고 나오는 강아지들을 수용할 장소가 마땅치 않더군요. 동물병원 케이지는 개들이 불편해하고요. 사람들과 접촉도 많이 하면서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카페 회원들이 십시일반 모금해 팅커벨 입양센터를 만들게 됐어요.”

fbd8d65ed0fc76da8c7e044decfd27e5_1428021

fbd8d65ed0fc76da8c7e044decfd27e5_1428021


보호가 아닌 입양을 위해
현재 강아지 열다섯 마리, 고양이 다섯 마리를 보호하고 있는 팅커벨 입양센터. 보호소가 아닌 입양센터라는 이름을 붙인 건 보호가 아니라 입양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센터 위치를 서울 강서구, 그중에서도 지하철역 부근으로 정한 것도 입양자가 찾아오기 쉽게 하기 위해서였다. 한 마리가 나가면 한 마리가 들어오는 구조이기 때문에 새로운 생명을 살리려면 무엇보다 입양이 절실하다. 요즘 황동열 씨가 가장 고민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라고. 입양을 많이 보내려고 센터를 세웠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센터가 생기면서 입양이 줄어들고 말았다.

“센터 개소 때 목표는 한 달에 열다섯 마리가 입양 가는 것이었는데 그에 못 미치고 있어요. 강아지들이 좋은 환경에서 편히 지내는 모습을 보니까 입양해야겠다는 생각이 잘 안 드는 듯합니다. 아무래도 보호소 케이지 안에 있는 안락사 직전의 유기견들에게 더 마음이 가겠지요.”

하지만 동열 씨는 지금을 과도기라고 생각한다. 당장은 유기동물이 불쌍해서 건강 상태도 모르고 입양하는 경우가 많지만, 앞으로는 신뢰감을 가지고 유기동물을 입양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고. 팅커벨 입양센터의 모든 강아지들은 진료수첩을 가지고 있는데 검진 결과, 병력, 예방접종 기록 등이 자세하게 적혀 있다. 반려견을 키우려는 사람이 분양 업체에 가는 것 대신 잘 관리된 유기견을 입양하도록 유도한다면 입양은 자연스럽게 많아질 거라 동열 씨는 믿고 있다.

fbd8d65ed0fc76da8c7e044decfd27e5_1428021

fbd8d65ed0fc76da8c7e044decfd27e5_1428021


티어하임을 꿈꾸다
예상보다 낮은 입양률 때문에 지난 1년간의 센터 운영에 대한 만족도는 60퍼센트 정도라는 황동열 씨. 하지만 의외의 부분에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바로 청소년 자원봉사자들이다. 평일에 두세 명, 주말에는 스무 명 가까운 학생들이 입양센터에서 봉사를 한다고. 지하철역 근처라 학생들이 오기 편한 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개들이 행복하게 지내니 또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처음엔 봉사시간 확인서가 필요해서 찾아왔던 애들도 나중엔 그냥 좋아서 봉사 오더라고요. 동물들과 교감하면서 생명을 존중하는 법도 배우고 유기견에 대한 편견도 없어지는 것 같아요. 유기견은 병들고 더러운 개라 생각했는데 직접 보고 나서는 사람 손길이 닿으면 유기견도 이렇게 예뻐지는구나, 아는 거죠. 처음 센터를 만들 때는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교육적인 효과가 상당히 큰 것 같습니다.”

팅커벨 입양센터의 현재 목표는 구조한 강아지들을 하루 빨리 입양 보내서 더 많은 생명을 살리는 것이다. 그리고 장기적인 목표가 하나 더 있다. 독일의 티어하임 보호소처럼 모범적인 유기동물 보호소를 만드는 것이다. 전체 강아지의 90퍼센트 이상이 입양되는 꿈의 보호소. 이런 보호소가 한국에 생기려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동열 씨의 대답은 어마어마한 후원금도, 전폭적인 정부 지원도 아니었다.

“당장 티어하임 같은 보호소가 국내에 있다고 하면 그 앞에 버리고 가는 동물이 엄청나게 많을 거예요. 그런 보호소가 생기려면 먼저 동물이 유기되는 환경이 개선되어야 합니다. 유기동물 수가 지금보다 적어야 안락사하지 않고 전부 입양 보낼 수 있는 거죠. 실수로 잃어버리고 못 찾는 경우도 많은데 반려견에게 인식표와 마이크로칩을 꼭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팅커벨 입양센터는 이번 달부터 매월 첫째 주 토요일마다 상암동 반려동물 놀이터에서 캠페인을 진행한다. 유기동물 입양 홍보 엽서도 나누어 주고 반려동물 인식표 새기기 행사도 한다고. 한국의 티어하임을 꿈꾸는 반려인이라면, 화창한 봄날 반려동물 놀이터에 들러 지금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

fbd8d65ed0fc76da8c7e044decfd27e5_1428021

fbd8d65ed0fc76da8c7e044decfd27e5_1428021

Tag #펫찌
저작권자 ⓒ 펫찌(Petzz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