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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 반려견 3화

  • 승인 2015-04-03 09:2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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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 반려견
3화 장난감은 내 거, 사랑은 네게

아기가 태어나기 전 내 일과는 페이의 화장실을 치우는 것에서 시작됐고 저녁 산책으로 끝났다. 반려견과 함께한다는 것, 특히 대형견을 키운다는 건 큰 개의 체중만큼이나 무거운 책임감이 뒤따르는 일이다. 물론 아기를 갖기 전에는 내 몸이 자유로웠기에 특별한 어려움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아기가 생긴 뒤로는 사소한 것들이 힘겹게 느껴질 때도 있었고, 해야만 하는 것들을 건너뛸 때도 종종 있었다.

글·사진 정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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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산책길을 꿈꾸며
그런 일 중 하나는 페이와의 산책이었다. 매일 걷던 산책로는 배가 불러올수록 힘에 부쳤고, 아기를 낳은 후에는 짧은 산책조차 나가지 못할 때도 많았다. 부부 중 한 사람만 시간을 내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렇지만 남편이 출장길에 오르면 어찌할 도리 없이 아기를 보며 집에만 머물러야 했다. 실내견인 페이에게 너무나도 미안한 데다 나 혼자서는 움직이지 못한다는 답답함이 싫었다. 아기와 페이를 데리고 어떻게든 산책을 해보리라 마음먹기도 했다.

결국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무렵의 어느 좋은 날,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페이와 함께 집 앞 산책길을 걸었다. 어느 날에는 가인이를 아기띠로 안고 페이와 나서기도 했으며, 또 어떤 날에는 막내동생을 불러 집에서 아기를 보게 하고 페이와 함께 잠깐의 산책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페이와의 산책은 의무감이나 책임감 때문이었다기보다 육아에 지친 내가 피로를 푸는 방법이었던 것 같다.

출산 후 다시 직장으로 복귀하자 평일에는 산책하기가 어려워졌다. 퇴근하고 나면 아기를 돌봐야 하고, 아기를 재우고 난 뒤에는 남편과 나 둘 다 녹초가 되어 버리기 일쑤였다. 대신 주말에는 무조건 집 근처 산책로, 생태공원, 바닷가, 애견 카페 등 어디든 바깥나들이를 해서 페이가 잠깐 동안이라도 즐겁게 뛰놀 수 있게 했다. 아직은 걷지 못하는 아기 때문에 페이와의 산책 시간이 많지 않지만, 가인이가 걸음마를 떼면 훨씬 더 활기차고 행복한 산책길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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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옹다옹 알콩달콩
반면에 절대로 건너뛰지 않고 챙긴 것도 있었다. 바로 페이의 생일이었다. 얼마 전 페이는 세 번째 생일을 맞이했는데 가인이가 태어나고는 처음이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서 맛있는 케이크와 간식으로 조촐한 생일상을 차렸다. 페이와 가인이의 모습이 담긴 예쁜 사진도 찍었다. 세월이 흘러 언젠가 페이가 존재하지 않을 때에도, 가인이가 남겨진 사진들을 보며 페이의 따스한 체온을 어렴풋이나마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루 종일 같이 생활하는 페이와 가인이는 이제 서로의 먹을거리에도 관심이 많아졌고, 장난감을 가지고 실랑이를 벌이기도 한다. 아기가 이유식을 먹을 때 페이는 옆에 꼭 붙어 하나씩 얻어먹고, 페이가 사료를 먹을 때 가인이는 항상 쫓아가서 참견을 해야만 한다. 그리고 삑삑 소리가 나는 아기의 장난감을 보면 페이는 ‘언젠가는 가지고 말 것이다’하는 표정을 짓고선 눈독을 들인다. 가인이 역시 페이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만지지 못해 울먹일 때가 있다. 앞으로 둘은 긴 시간 동안 함께할 것이고 가인이는 페이와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배려심, 양보, 생명을 대하는 태도 등을 배우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건강한 아이로 성장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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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 만큼 주는 사랑
가인이가 태어난 뒤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우리 부부의 관심이 대부분 아기에게 집중되어 페이에게는 조금 힘든 시간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반대로 아기의 관심이 페이에게 쏠리는 중이라 예전과 같은 무게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듯하다. 사랑받은 아이가 사랑할 줄 안다고, 우리가 가인이에게 사랑을 쏟은 만큼 가인이 또한 페이에게 그보다 더 많은 사랑을 주리라 생각한다.

사실 큰 개와 아기가 함께 생활한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다. 그렇기에 단순히 보이는 모습이 좋다고 해서 덜컥 반려견을 입양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 그전에 반려견과 아기가 같이 있을 수 있는 조건이 되는지 꼭 확인해 보아야 한다. 육아를 어떠한 상황에서 하는지에 따라 함께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부디 충분한 생각과 굳은 다짐 후에 결정했으면 싶다. 하지만 어려움을 받아들이고 해결해 나가면서 반려견과 함께 육아를 한다면, 그 이상의 기쁨과 행복이 찾아온다는 것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글쓴이·정맑은 (blog.naver.com/clear8385)
가인이와 페이는 그녀의 가장 소중한 가족이다. 아기와 반려견이 함께 지내는 모습을 보여 주면서 개를 파양하거나 버리는 일이 줄어들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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