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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동생, 가족

  • 승인 2015-02-06 14: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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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동생, 가족
승현이와 봄이?설이의 성장기

“엄마, 봄설이도 키즈 카페에 같이 가는 거야?”

“봄설이는 강아지라서 못 가. 집에서 승현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조금만 놀다 올까?”

“음…… 알았어!”

한창 놀고 싶은 세 살배기 꼬마가 반려견의 마음을 헤아리고 양보한다. 강아지만큼이나 조그마한 아이지만 자기보다 작은 존재는 아껴주어야 한다는 걸 아는 모습. 승현이에게 반려견 봄이와 설이는 친구이자 동생이자 가족이다.

이지희 사진 박민성 자료협조 박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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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함께하기 위해

올해로 세 살이 되는 유승현 양의 엄마이자 닥스훈트 봄이·설이의 반려인인 박민정 씨. 네이버 포스트에서 ‘어린이와 개린이 육아법’을 연재하고 있기도 한 민정 씨가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한 건 신혼 6개월 때였다. 당장 아이를 가질 계획이 없었기에 반려견 입양을 결정했지만 민정 씨는 봄이와 설이가 집에 온 순간부터 아기와 함께 키울 준비를 했다.

“언젠가는 출산할 거란 걸 알고 있었고 끝까지 키우는 게 당연했기 때문에 차근차근 강아지들을 교육했어요. 우선 꾸준히 교감하면서 성격 형성에 신경을 썼습니다. ‘앉아’, ‘기다려’ 같은 기본적인 것도 가르치고요. 당장 애가 없다고 해서 무조건 예뻐하기만 하다가 임신하고 나서야 걱정하면 너무 늦을 것 같았어요. 아기라는 존재가 생기는 상황을 강아지가 하루아침에 받아들일 수는 없으니까요.”

승현이가 태어나고 한동안은 놀이매트 같은 곳에 올라가지 않게 영역을 나눠 주고 장난감도 구분하도록 교육했다는 민정 씨. 시간을 두고 꼼꼼하게 준비한 덕분인지 승현이와 봄이·설이는 한집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봄이·설이 행동하는 거 보면 아기에게 양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승현이가 깨어있을 땐 얌전히 있다가 밤이 되고 아이가 잠들면 그때 와서 만져 달라, 놀아 달라 하거든요. 강아지들도 ‘아기’를 아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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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소중히 하는 아이로

그렇다고 해서 봄이·설이만 아기를 이해해야 하는 건 아니다. 승현이가 몰라서 혹은 애정표현으로 강아지 털을 잡아당기거나 하면 반드시 그 자리에게 설명해 주고 사과하게 하는 게 민정 씨의 교육 방식이다. “동물도 아픔을 느껴. 승현이 머리카락 당기면 아프지? 봄이랑 설이도 똑같아. 강아지는 작으니까 잘 지켜줘야지”하는 식으로 입장을 바꿔서 이야기하면 승현이도 알아듣는다고.

“흔히 강아지 키우면 아이들 정서에 좋다고 하잖아요. 그렇지만 반려견을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동물을 사랑하는 아이로 자라게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장난이더라도 강아지를 괴롭히는데 그냥 넘어간다면 오히려 정서에 더 안 좋을 것 같아요. 강아지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이나 친구도 그렇게 대할 수 있으니까요.”

봄이·설이 덕분에 민정 씨의 육아 부담도 줄었다. 바쁘게 집안일을 하다 보면 항상 아기와 놀아 줄 순 없는데, 승현이는 강아지가 지나가기만 해도 까르르 웃고 같이 소꿉놀이도 하면서 전혀 심심해하지 않는다고. 때때로 아이가 강아지와 교감하는 모습을 보며 놀라기도 한다는 민정 씨. 시키지 않아도 강아지와 놀아 주는 승현이와 간식이 없을 때도 아기를 잘 따르는 봄이·설이를 보며 ‘강아지를 가족으로 생각하는 구나’, ‘동물을 아끼고 배려하는 아이로 자랐구나’ 싶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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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행복할 수 있어요

물론 아이와 강아지 두 마리를 같이 키우는 일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육아와 더불어 청소와 산책 등 다른 엄마들보다 훨씬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힘든 것은 주변의 시선이다.

“강아지랑 아기랑 같이 키워도 되냐, 뭐 하러 힘들게 그러냐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처음엔 괜찮다고 꿋꿋하게 대답했는데 나중엔 저도 지치더라고요. 임신 중에는 아무래도 불안할 때가 많으니 자신감이 떨어지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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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 씨의 부모님들 역시 강아지를 예뻐하면서도 아기와 함께 키우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요즘은 알러지나 아토피 등의 질병이 많다 보니 민정 씨도 건강 문제가 제일 걱정이었다고. 다행히 승현이는 또래 아이들 보다 감기도 덜 걸리며 건강한 아이로 자랐다. 강아지들 덕분에 면역력이 강해진 건진 모르지만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

“건강에 관한 염려 때문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아기와 강아지를 같이 키워도 괜찮은지 계속 찾아봤는데 그런 사례를 찾기가 힘들었어요. ‘어린이와 개린이 육아법’ 포스트를 시작하게 된 것도 그래서예요. 제 경험을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과 나누면 좋을 것 같았거든요.”

육아하면서 글을 쓰는 게 쉽지는 않지만 승현이와 봄이·설이의 이야기가 반려견과 아기를 같이 키우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조금씩 시간을 쪼개고 있다.

“저희 집 모습을 보고 힘내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만약 결혼 후에 강아지 입양을 원하신다면 아기가 다섯 살쯤 돼서 여유가 생겼을 때 하시길, 이미 함께라면 끝까지 지켜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충분히 준비하고 서로 배려하면 다 함께 행복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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