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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걷는 길

  • 승인 2015-02-06 14: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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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걷는 길
도그워커 조선구 씨의 인생 제 2막

숨 가쁘게 달려왔다. 자식들 키우는 데 최선을 다했던 시절이 지나가고 어느덧 인생의 중간 지점쯤 다다랐다. 모두 다 품에서 떠나보내고 나서야 주위를 살피니 취미도 친구도 모르고 살았는가 보다. 그래도 혼자는 아니다. 먼 길을 동행해 준 내 강아지가 곁에 있으니까. 살아온 시간과 살아갈 시간이 비슷해진 길목에서, 반려견과 함께 힘찬 발걸음을 옮긴다.

이지희 사진 박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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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와 보낸 세월

올해로 59세인 조선구 씨는 반려견 레오와 15년 째 같이 살고 있다. 레오와 40대, 50대를 보내고 60대까지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딸들이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컴퓨터 오락 같은 것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더군요. 어떻게 하면 공부를 열심히 하겠냐고 물으니 강아지 한 마리를 기르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때 데려온 요크셔테리어가 지금의 레오예요. 그 후에 골든 리트리버 달래도 키우게 됐고요.”

딸들이 원해서 강아지를 입양했지만 선구 씨 역시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좋아했기에 아이들만큼이나 레오를 예뻐했다. 자식들이 장성해 각자의 가정을 꾸린 후로 반려견의 존재는 더욱 소중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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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딸이 출가하면서 달래를 데려가 남편과 저, 그리고 레오만 집에 남았어요. 남편이 출근하면 저 혼자인데 반려견마저 없었다면 정말 아무것도 할 게 없었을 거예요. 특히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지인 중에 우울증을 앓던 분이 있었는데 웰시코기를 키우면서 우울증 약을 안 드시게 됐대요. 원래 강아지를 싫어했는데 키우길 정말 잘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중년에 갖게 된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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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은 선구 씨에게 누군가의 아내나 엄마가 아닌 또 다른 삶을 선물하기도 했다. 치유동물 아카데미와 도그워커 교육 과정을 마치고 어엿한 직업을 갖게 된 것이다.

“재작년쯤엔가, 시니어를 위한 직업 프로그램 참가자 모집글을 보고 딸아이가 신청해 줬어요. 치유동물 활동은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동물과 교감하며 안정을 찾을 수 있게 돕는 일이에요. 도그워커는 바쁜 견주를 대신해 반려동물의 산책과 사회화를 책임지는 일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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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층에게 마땅한 일자리가 없는 현실에서, 나이와 관계없이 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동물과 함께하는 일이라 기쁜 마음으로 배웠다.

“제 나이에 취직을 하기는 어렵잖아요. 자영업을 할 여건도 못되고요. 반려견을 통해 이렇게 사회활동을 할 수 있어서 참 뜻깊습니다. 도그워커는 문의가 종종 오는데 한 번 해 보신 분들이 또 연락하시고 입소문 덕분에 소개를 받기도 해요. 일로 하는 거지만 성취감도 있고 운동도 되지요. 저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많은 보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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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이루기 위해

아쉽게도 치유동물 활동의 경우 수요가 많지 않아 준비한 만큼 활용하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선구 씨는 의기소침해하지 않고 새로운 일을 찾는 중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애니멀 호스피스다.

“도그워커 준비하면서 호스피스도 같이 배웠는데 실내에서 노령동물을 간호하는 거니까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들어도 계속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얼마 전에는 의뢰를 받기도 했습니다. 열네 살 노견이었는데 반려인이 출근한 시간동안 함께 있어 주는 조건이었어요. 강아지가 무지개다리 건널 때 까지요. 혼자 살면서 반려견 키우는 사람이 많다 보니 앞으로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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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구 씨의 꿈은 단독주택으로 이사해 2층은 사람을 위한 공간, 1층은 강아지들을 돌보는 공간으로 꾸미는 것이다. 70살까지는 작은 강아지를 보살필 수 있지 않겠냐며, 오히려 나이 있는 사람들이 더 잘 돌보지 않을까 싶다는 선구 씨. 요즘 가장 많이 생각하는 건 이렇게 움직일 수 있을 때 건강에 신경 쓰자는 것이다. 반려견 레오가 노환으로 이곳저곳 아픈 모습이 자신의 미래처럼 느껴진다고. 레오가 더 나빠지지 않게 열심히 공부해서 관리하고 자신의 건강도 챙길 생각이다. 끝과 함께 찾아 온 시작을 맞이한 사람들이 이들처럼 혼자가 아니기를, 두렵지 않기를,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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