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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서열 때문일까?

  • 승인 2015-02-06 13:3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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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문제 행동

정말 서열 때문일까?

반려견이 무릎 위로 올라오는 행동을 보고 “주인을 무시한다”, “서열이 안 잡혀서 그렇다”는 말을 하곤 한다. 하지만 어미개의 얼굴이나 가슴 쪽에서 자고 싶어 하는 것은 강아지의 본능이다. 어린아이가 아빠의 무릎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건방지다거나 서열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강아지도 마찬가지다. 반려견에게 서열은 중요하지 않으며 서열의 상하관계 역시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보듬반려견행동클리닉 강형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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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늑대와 동물원의 늑대

흔히 반려견 서열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할 때 늑대의 습성을 예로 든다. 늑대들은 철저히 서열에 따라 행동하는 동물이고 개의 조상이 늑대이므로, 반려견에게 절대로 서열을 빼앗기면 안 된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야생 늑대를 관찰하고 연구하는 학자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늑대는 싸우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야생의 늑대는 혼자서 사냥할 수 있는 먹잇감들이 많아도 작은 무리를 지어 살고 싶어 한다. 큰 사슴이나 소를 사냥해야 하는 지역에서는 다섯 마리가 넘는 큰 무리를 이루어 살아가는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무리의 늑대와 문제가 생기면 서로 먼 거리를 유지하며 상황이 완화되기를 기다린다. 동료를 다치게 하면 다음날 같이 사냥을 할 수 없고 결국 무리가 배고프게 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늑대들이 동물원으로 잡혀 와 제한된 환경에서 한정적인 먹이를 공급받게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문제가 생겼을 때 마찰이 생기는 것을 피하고 싶지만 울타리 안을 떠날 수가 없으며 먹이는 오로지 사람이 정한 대로만 공급된다. 그래서 사육사가 먹이를 배식하는 장소를 먼저 차지하려 하고, 이로 인해 이빨을 드러내는 행동을 더 많이 하게 된다. 이렇듯 동물원의 늑대들은 야생의 늑대들과는 분명히 다른 행동 양상을 보이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들은 제한된 환경에 놓인 늑대, 그리고 개를 연구하고 이야기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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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리더가 될 것인가

반려견들도 마찬가지다. 생존에 대한 불안감 없이 살 수 있다면 좀 더 평화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먹이가 충분히 공급되고 강아지 역시 그것을 느낀다면 과연 이를 차지하기 위해 으르렁거리고 무는 행동을 할까? 지구촌 각지의 사람 사는 곳에는 항상 개들이 있었고 그들은 오랜 시간 동안 사람과 함께 생활해 왔다. 사람들이 서열 없이 살 수 있듯이 개들도 서열 없이 살 수 있다.

결국 반려인이 해야 하는 것은 반려견에게 안정감을 주고 그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리더가 되는 일이다. 여기서 리더는 힘이 세고 화를 내는 사람이 아니다. 리더가 된다는 것은 무언가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얻고, 리더의 곁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려 주고, 얼마든지 선택할 기회를 주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반려견이 자연스럽게 따르고 싶은 사람이 진정한 리더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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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열의 유무를 떠나

과연 서열이 있을까? 어쩌면 있을 수도 있다. 많은 것을 빼앗기고, 편안함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선택권 없이 살아왔다면 개뿐만 아니라 무리 지어 생활하는 모든 동물들은 생존을 위해서 서열을 중요시하며 살 수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과연 서열이 존재하는 세상 속에서 살고 싶은가? 그리고 사랑하는 반려견도 그렇게 키우고 싶은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반려인이 해야 하는 일은 서열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사랑하는 내 강아지가 나를 물었다면, 서열을 무시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삶을 살게 한, 그리고 그런 상황에 놓이게 한 누군가의 탓일 것이다. 먹이와 휴식이 충분하고 사람에게서 친절함과 편안함을 느꼈다면 그런 문제 행동은 애초에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려견을 교육한다는 것은 어떻게 먹을 것을 주고, 어떻게 쉬게 하며, 어떤 것이 친절한 행동인지를 반려인이 배우는 것이다. 우리는 서열 없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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