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찌로고

또 한 살 나이 드는 보호소의 개들

  • 승인 2014-12-01 11:31:55
  •  
  • 댓글 0

또 한 살 나이 드는 보호소의 개들

400마리 강아지들의 행복한 보금자리

?

3fe234d3224a8abb5ed5b76745b0344a_1417758

?
태어날 때부터 유기견은 아니었다. 한때는 이들도 작고 귀여웠던 강아지였다. 탄생을 축복받은 새 생명이었고 기쁨과 행복을 주는 반려견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부드러웠던 털을 거칠어졌고 반짝거리던 눈망울은 탁해졌다. 그래서였을까. 하루아침에 버림받게 된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오늘부터는 가족이 아니야라는 말을 듣고 말았다.

이지희 사진 박민성

나이가 많은 개들에게도 기회를

경기도 안성에 있는 400마리 강아지들의 행복한 보금자리(이하 보금자리)에 머무는 유기견들은 거의 다 노견이다. 일곱 살 이상이 많고 어려야 다섯 살. 세 네 살 먹은 강아지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노령견 중에서도 아프고 약한 아이들이 모여 있는 방이 따로 있을 정도다. 보금자리의 김계영 소장은 나이 많은 개들이 입양되는 일은 말 그대로 하늘에 별 따기라고 표현했다.

?

보호소에서 유기견 입양하시려는 분들은 대개 어린 강아지들을 찾으세요. 새끼 때부터 키워야 훈련도 시키고 정도 든다고요. 네 살만 돼도 나이가 많다고 놀라십니다.”

?

사정이 그렇다보니 보금자리에서 입양 가는 개들은 3개월에 서너 마리 정도, 한 달에 한 마리 꼴이다. 물론 시 위탁 보호소에서 안락사 위기에 처한 나이 어린 유기견들을 구조해 오면 더 많은 개들을 입양 보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김 소장은 그런 강아지들은 다른 사람들도 많이 입양해가니 대여섯살된 개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고 했다.

3fe234d3224a8abb5ed5b76745b0344a_1417758

내년이 되면 또 한 살 먹는 보금자리 아이들. 김계영 소장은 앞으로는 개들 나이를 만으로 따져야겠다며 웃다가도 떠나보내는 노령견 생각에 눈시울을 붉혔다.

?

개들이 죽는 것에 대해서는 담담해요. 그런데 이별에 익숙해져도 눈물은 마르지가 않더라고요. 특히 오랜 세월 함께하며 힘들게 키운 아이들이 떠나면 더 많이 가슴 아픕니다. 밤에 자려고 누워선 무지개다리 건넌 강아지들의 옛날 사진 보면서 혼자 많이 울어요.”

버릴 거면 차라리

이곳의 수백 마리 개들은 다 어디서 온 걸까. 누군가와 몇 년이란 시간을 함께 보냈을 텐데 어째서 거리를 떠돌게 된 걸까. 잃어버린 후 찾지 못한 거라 믿고 싶지만 그런 개들은 극소수다. 대부분은 나이가 들면서 몸이 아프니 병원비가 많이 들어 버려지는 거라고. 보금자리에도 키우던 노견을 받아달라는 전화가 끊임없이 온다.

?

다들 맡아 달라고 표현하지만 결국은 여기에 버리겠다는 거지요. 어떻게든 키우라고 설득하는데 도저히 안 된다고 하면…… 차라리 안락사하라고 얘기합니다. 편히 보내주고 좋은데서 화장하라고요. 집 밖으로 내보내면 누군가 데려갈 거라고 생각하는데 본인도 십년동안 예뻐하다가 버리는 개를 누가 키우겠어요. 시보호소로 들어가 안락사 되거나 길거리에서 학대받다가 고통 속에 죽을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

3fe234d3224a8abb5ed5b76745b0344a_1417758

?
강아지를 키우다 포기할거면 아예 시작하질 말아야 한다. 사실 다들 처음에는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살다보면 정말 개를 기를 수 없는 상황이 찾아오지 않는가. 그렇지만 나이든 반려견들을 버리는 것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해달라고 김 소장은 간곡히 부탁했다.

?

사람도 돈이 없으면 병을 못 고쳐 죽잖아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아픈 강아지를 치료해주지 못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면 병원에는 못 데려가더라도 강아지가 힘들어할 때 한번 안아주고, 고통스러워할 때 옆에 있어주세요. 가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개는 행복해하니까요.”

그래도 희망은 있다

김계영 소장 역시 보호소에 있는 노령견들을 돌보기가 녹록치 않다. 강아지들 밥은 굶기지 않지만 노환에 들어가는 치료비까지 대기는 어려운 게 현실. 먹일 약이 있다 해도 하루에 몇 번씩 수많은 개들의 약을 챙기는 일도 쉽지는 않다. 그래도 김 소장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싶다.

어떤 사람들은 나이 많은 아이들 치료하고 싶다고 하면 유기견에겐 사치 아니냐고 합니다. 고치는데 큰 돈 들이느니 밥만 먹이고 명대로 살다 죽게 하자고요. 그렇지만 약이라도 먹서 고통을 줄일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어요. 그러다 잠결에 편히 가주면 고맙고요…….”

?3fe234d3224a8abb5ed5b76745b0344a_1417758

그래도 모두가 보호소에서 눈을 감는 건 아니다. 보금자리를 찾는 봉사자들이 나이 많은 개들을 안타까워해 입양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그저 하루만이라도 편안한 집에서 쉬다 떠났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김 소장이 일찌감치 보호소 청소를 마쳐놓고 봉사자들에게는 산책 같은 아이들과의 교감을 부탁하는 이유도 그래서가 아닐까. 한 마리라도 더 입양갈 수 있기를, 입양은 못 되더라도 한번이라도 더 따듯한 품에 안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

그렇다고 해서 노령견을 입양하는 일이 곧 이별을 준비하는 일만은 아니다. 관리만 잘해준다면 몇 년은 더 행복하게 함께하는 게 가능하다고. 지금 여덟 살 아홉 살 먹은 보호소 강아지들, 나이가 많다고 느껴지는 아이들도 그동안 살아온 만큼 앞으로 살아갈 수 있다. 옆에서 보살펴 주고 사랑해 줄 가족이 있다면 말이다.

3fe234d3224a8abb5ed5b76745b0344a_1417758

Tag #펫찌
저작권자 ⓒ 펫찌(Petzz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