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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 반려견

  • 승인 2014-11-27 16: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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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 반려견

나의 가인 그리고 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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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살 반 래브라도 리트리버 페이와 생후 5개월 아가 가인이는 한 집에서, 그것도 아파트에서 같이 살고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아꼈던 나. 동물에게 무덤덤한 편이었던 내 남편. 가인이와 페이를 함께 키우기까지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사진 정맑은

페이와의 첫 만남

페이를 반려견으로 맞이한 건 아기가 생기기 전인 20124월이었다. 잦은 출장으로 오랜 시간 집을 비우는 남편 때문에 나는 페이를 분양받기로 했고 남편도 동의했다. 대형견은커녕 소형견도 한번 키워보지 않았던 그였기에 커다란 페이의 발랄한 등장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대형견 좀 키워봤다 소리를 하고 다닌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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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오순도순 함께 살게 된 우리 부부와 페이. 그러다 결혼 후 2년쯤 지나면서 이제는 때가 됐다 싶어 자녀계획을 세웠다. 기쁜 일이었지만 걱정거리도 많았다. 나는 아기가 생기면 첫 자식 같은 페이를 제대로 관리해 주지 못할 것이라는 죄책감을 느꼈고 남편은 페이의 털과 덮침으로 인해 아기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했다. 아쉽게도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 채 우리는 아기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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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른 정이 무섭다고 했던가. 페이와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남편도 나에게 동화되어 가는 듯 했다. 그렇지만 동물을 포용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개념은 받아들이지 못했다. 각자 입장이 다르니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일 터. 서로를 이해하기로 하고 페이와 아기가 한 공간에 있을 때 문제가 될 만한 점들에 대비하기로 했다.

이해하기, 이해시키기

가장 먼저 털 빠짐에 대한 대책으로 마련한 것은 로봇청소기였다. 그 다음으로는 페이가 부웅부웅 흔들어대는 어마어마한 꼬리로부터 아가를 보호해 줄 아기침대를 준비했다. 여러 가지 해결책들 중 가장 유용했던 건 켄넬훈련이었다. 집에 손님이 오거나 아기를 돌볼 때 등 잠깐씩 페이를 켄넬로 들여보내야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미리 훈련을 해 두었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 로봇청소기와 아기침대는 실제로 사용해 보니 매우 유용했다. 페이와 아기를 한 공간에 둘 수 있게 한 효자상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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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는 수시로 하면 되고 페이의 침과 꼬리, 깨방정은 우리 부부가 옆에서 막아주거나 안된다고 하면 페이가 잘 알아들었기에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가장 큰 난관은 가족과 주변 지인들을 이해시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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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을 설득하기 위해선 우선 나 자신이 충분히 이해한 상태여야 했는데 두 해 전 같은 동네 친구에게서 임신하면 왜 개, 고양이를 버릴까?”라는 책을 빌려 읽고 깊이 공감한 경험이 큰 보탬이 됐다. 친구는 골든리트리버를 키웠는데 같이 사는 그녀의 언니가 임신 중이었다. 개뿐만 아니라 고양이, 토끼와도 함께였다. 그 모습을 보며 대형견과 아기의 동거에 대한 걱정이 사라졌고 그 때부터 둘을 같이 키워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나의 친정 식구들 역시 오래전부터 강아지를 길렀고 지금도 개 세 마리와 함께 살기에 아기와 페이의 동거에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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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경우 신혼 시절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나의 동물 사랑 이야기를 들어왔고 무엇보다도 내가 입덧 때문에 몸무게가 8kg이나 빠지고 정신마저 피폐해졌을 때 페이가 내게 가장 큰 위로가 된 것을 잘 알았기에 반려견과 평생 함께해야 한다는 것은 충분히 인지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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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은 친구가 되기를

문제는 시댁과 주변 지인들이었다. 우선 우리 시댁 어른들 중에는 강아지를 좋아하시는 분이 없다. 개는 그저 집 지키는 짐승으로만 여기셔서 가끔씩 나나 남편에게 개는 어떡할거고?”, “개는 언제 치울거고?” 말씀하셨다. 속으로는 가슴이 너무 아팠지만 그 때마다 웃으며 넘겼다. 시댁 식구들도 내가 페이를 아주 많이 좋아한다는 것을 아셨기에 무조건 없애라고 하진 않으셨다. 그것만이라도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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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후 조리원에서 퇴원하기 전에 페이를 잠깐 친정에 맡겼는데 아마도 그때 시부모님께서는 페이가 영원히 우리 친정에 있으리라 생각하셨을 것이다. 페이가 곧바로 집에 돌아왔다는 사실을 나중에 아시게 됐지만 이미 페이와 가인이가 잘 지내고 있었기 때문에 별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아직도 탐탁지 않아 하시지만 둘을 예쁘게 잘 키우면서 위험하지 않다는 걸 보여드리면 아마도 무언의 긍정을 하시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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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지인들의 말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는데 꾸준히 나의 블로그와 SNS를 통해 동물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더니 , 얘한테는 개 치우란 소리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 것인지 더 이상 가인이와 페이를 같이 키우면 큰일 난다고 얘기하지 않았다. 내 확고한 의지가 전해진다면 아기와 개의 동거에 반대하는 이들이 조금이라도 줄어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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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모두를 조금씩 이해시키며 살아가고 있다. 가끔 힘들 때는 나조차도 스스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페이와 가인이는 가족들의 보살핌 아래 잘 지내는 중이다.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좋은 친구가 되길 바라며 요즘 아기 때문에 많은 것을 참아야 하는 페이에게 좀 더 잘 해주리라 다짐해 본다.

글쓴이?정맑은(http://blog.naver.com/clear8385)

가인이와 페이는 그녀의 가장 소중한 가족이다. 아기와 반려견이 함께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반려견을 파양하거나 버리는 일이 줄어들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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