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도 가족도 되찾아줘요
유기견 후원 ‘미소 팔찌’
1천 만 애견인시대를 맞이하면서 동시에 늘어난 유기견의 수. 매년 6만 마리씩 발생하는 유기견들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어마어마하니 유기견 후원 또한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알록달록 예쁜 팔찌를 차는 것만으로도 수 십 마리의 유기견을 도울 수 있다면 어떨까.
글 이수빈 사진 박민성
사람의 과오를 사람의 손으로
100% 사람의 손으로 만든 팔찌. 거기에 판매 수익금을 전부 유기견에게 기부하는 착한 팔찌가 있다고 한다. 단국대학교 유기견 봉사단 ‘미소 지킴이’가 판매하는 ‘미소 팔찌’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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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다고 했던가. 미소지킴이는 원래 단국대학교 봉사동아리 ‘미소’ 안에 포함된 유기견 봉사 소모임이었으나, 현재는 미소 대부분의 인원이 미소지킴이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미소지킴이를 기획한 미소 동아리 전(前) 회장 오욱진 씨는 유기견 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유기견 문제는 사람의 과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저희도 처음엔 벽화봉사, 산타 봉사 등 주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봉사활동을 했어요. 그런데 사람의 과오로 발생한 유기견에 대한 단체 및 법적제도는 너무나도 부족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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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유기견 봉사단 미소지킴이가 탄생했다. 매달 견사를 치우고 산책 봉사를 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돌보는 유기견의 처우는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개체수가 늘어나기만 했다. 봉사활동만으로는 한계를 느낀 미소지킴이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유기견에 대해 알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어떤 방법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몸에 차고 다닐 수 있는 제품이라면 자연스럽게 홍보될 수 있을 것 같아 미소 팔찌 제작을 시작했다.
진심이 엮은 팔찌
꼼꼼히 엮여있는 끈 가운데 강아지와 고양이 마스코트가 달려있는 미소 팔찌. 얼핏 보면 간단해 보이는 디자인이지만 지금의 미소팔찌가 있기까지 크고 작은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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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차보고 서랍 속에서 잠자는 팔찌보단, 예쁘고 실용적이라서 항상 지니고 다닐 수 있는 팔찌를 만들고 싶었어요. 매달 일정 금액 이상 후원할 수 있어야 하고 동시에 저렴한 가격을 책정해 더 많은 사람들이 유기견에 관심을 가지게 해야 하죠. 거기다 시판되는 다른 팔찌에 뒤지지 않는 품질까지…… 두 마리 토끼 전부를 잡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소재로 다양한 디자인의 팔찌를 끊임없이 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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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과 품질 모두 만족시킨 현재의 미소 팔찌는 같은 재질 다른 팔찌에 비해 월등히 저렴한 4,500원이라는 가격으로 첫 선을 보였고 별다른 마케팅 없이 미소지킴이 블로그 판매 포스팅만으로 목표 판매량을 가볍게 채웠다. 소문을 듣고 점점 더 몰려드는 구매자에 비해 수제품이라 생산량을 급격히 늘릴 수 없었던 미소 팔찌는, 주문페이지가 열리자마자 금방 동이 나버려 구매 희망자로부터 원성을 듣기도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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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땐 저희도 죄송하죠. 그래도 저희가 학생인지라, 또 100% 수작업 팔찌라 한꺼번에 많이 만들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한 달에 두 번 둘째 주, 넷째 주 일요일에 정해진 양만 선착순으로 판매합니다. 한 분 당 구매량도 여섯 개로 제한했어요.”
한 명에게 많이 팔아도 수익은 똑같지만 굳이 구매량을 제한한 이유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유기견을 도울 기회를 주고자 했던 미소팔찌의 취지를 지키기 위해서다. 미소 팔찌 판매로 발생한 수익을 100% 유기견에게 기부한다는 처음의 약속도 꾸준히 이행하고 있다. 블로그에 수익 내용과 쓰임새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봉사 장면까지 인증하는 모습에는, 시간이 지나도 초심을 잊지 않겠다는 굳건한 진심이 담겨있다.
미소팔찌의 꿈
오욱진 씨는 미소 팔찌를 ‘매개체’라고 했다. 유기견을 돕고 싶지만 방법을 몰라서 실행하지 못했던 사람들. 그리고 유기견에 관심이 없었지만 미소팔찌로 인해 관심을 가질 많은 사람들을 유기견과 이어주는 매개체.
“팔찌뿐만 아니라 유기견을 프린팅한 에코백 등 다양한 제품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주로 손으로 들고 다녀서 눈에 잘 띄는 제품들 위주로요. 더 많은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싶으니까요.”
미소지킴이가 미소팔찌와 다양한 제품들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일까. 욱진 씨는 수줍게 커다란 꿈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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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보호소 두 군데에 수익을 환원하고 있거든요. 일차적인 목표는 더 많은 수익금을 더 많은 곳에 전달하는 거죠. 궁극적인 목표는…… 저희는 조금 큰 꿈을 꾸고 있어요. 바로 미소동아리의 비영리단체화입니다. 졸업 등 끊임없이 결원이 생기는 학교 동아리로는 봉사 활동에 한계가 있다는 걸 느꼈어요. 미소동아리를, 더 이상 찾아다니는 단체가 아닌 찾아주시는 단체로 탈바꿈하고 싶습니다. 미소팔찌는 그 첫 걸음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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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대가 없이, 오히려 사비가 들어가는 활동이지만 그 덕에 진심으로 유기견을 생각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었다며 동아리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오욱진 씨. 그리고 미소 팔찌를 만들면서도 끊임없이 왁자지껄 새로운 제품 기획 회의를 하는 미소지킴이들의 모습에서 앞으로 더욱 행복해질 유기견들의 밝은 미소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