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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육아 스승님

  • 승인 2019-12-17 10:5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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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a b y & C a t

나의 육아 스승님

이제 막 돌이 지난 나의 아들은 웃음이 많고 사랑이 넘친다. 그 흔한 감기 한 번 안 걸리고 건강하게 자랐다. 부족하기만 한 엄마 밑에서 이렇게 잘 자라준 건 용또행의 사랑과 털 뭉치 가득한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높아진 면역력 덕분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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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담당 용또행

고양이 세 마리와 이제 막 돌이 된 아기를 키우는 나에게 사람들은 ‘육아 육묘’에 대해 많이 궁금해한다. 나는 조산원에서 자연주의 출산을 했다. 그렇게 태어난 지 6시간 된 아기와 함께 고양이 3마리가 있는 집으로 왔고 나의 육아 육묘는 출산과 동시에 시작되었다. 내가 병원이 아닌 조산원을 선택한 이유는 고양이 때문이었다. 하루도 떨어져 지낸 적이 없어 오랜 시간 아이들과 떨어져 있을 자신이 없었다. 병원에서 아기를 낳으면 최소 하루는 꼭 입원을 해야 한다기에 산후조리원은 고민도 해보지 않은 채, 출산 후 바로 집에 갈 수 있는 조산원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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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겪어보는 출산과 엄마로서의 힘든 삶이 버거웠고, 예전의 내 모습이 꿈이었던 것 마냥 너무나 그리웠다. 급격히 변하는 호르몬의 영향과 망가져 버린 몸, 그리고 잠을 못 자 바닥나버린 체력은 나를 더 우울하게 만들었다. 그때마다 가장 큰 위로가 되었던 건 나의 고양이 용또행 (용복이, 또복이, 행복이)였다. 시끄럽게 울어대는 아기가 있는 낯선 상황에 용또행을 향한 나의 관심은 전에 비해 반 토막이 났지만, 그럼에도 늘 한결같이 사랑을 주고웃게 해주는 용또행이 있어 나의 우울한 마음은 채 10분을 넘기지 않았다.

육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엄마의 마음이다. 맑고 투명한 아기에게는 엄마의 마음 상태가 필터 없이 그대로 전달된다고 한다. 항상 나를 웃게 하고 행복을 나눠주는 용또행은 육아에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자주 소리를 지르고, 때로는 힘 조절이 안 돼 아이들을 세게 쥐고, 수시로 엄마의 사랑과 관심을 요구하는 아기집사가 밉기도 할 텐데 솜방망이 한 번 안 날리고 잘 참아주는 용또행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아기집사는 고양이와 같은 네발 동물에서 두 발 동물로 진화하면서 배려하는 마음도 함께 성장하는 중이다. 이제는 아이들을 조심스럽게 만질 줄도 알고 낚싯대도 제법 잘 흔들어 준다.

시간이 흘러 아기집사가 간식을 줄 수 있는 날이 오면 엄마인 나보다 더 애틋한 형제 사이가 되겠지? 아기와 고양이는 바라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절로 나게 예쁜데, 함께 자고 함께 노는 모습을 상상하니 앞으로의 육아 육묘가 더 기대되고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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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어떡할 건데?

실제로 임신 초기였을 때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가 ‘앞으로 고양이는 어떡할 건데?’였다. 어떡하긴 가족인데 당연히 함께 살아야지. 내가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지 화가 날 때가 많았다. 고양이와 함께 자라도 건강하다는걸, 더 많은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아이로 자란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365일 털갈이 중인 고양이를 키운다는 건 아기가 없는 집에서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아이들이 발바닥에 잔뜩 화장실 모래를 묻혀 나오기 때문에 수시로 청소기를 돌려야 해서 한 손에는 돌돌이, 한 손에는 물티슈를 놓지 못한다. 그러니 체력적으로 당연히 힘이 들 수밖에 없다. 그래도 내가 육아 육묘를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응원하는 건 이를 다 감수하고도 남을 만큼 엄마의 정신건강에 좋아서다. 고양이로 태교하고 고양이와 함께 육아하며 이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반려동물은 반려인에게 늘 조건 없는 사랑을 주고, 받은 것 이상의 더 큰 사랑을 나눠 주는데, 이는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과 참 많이 닮아 있다. 그래서 나는 용또행의 사랑을 받으며 항상 반성하고 더 좋은 엄마가 되어야지 다짐한다. 어쩌면 용또행은 부족한 나를 채워주고 깨닫게 하는 나의 육아 스승일 지도 모른다. 혹시라도 육아 육묘를 준비하고 있는 예비 부모님들이 이 글을 읽으신다면, 그 자체가 정말 복 받은 일이니 걱정은 훌훌 털어버려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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