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긱냥이들이 몰려온다

  • 승인 2019-11-08 10: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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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숙 사 고 양 이, 긱 냥 이

긱냥이들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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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숙사에서 사는 고양이들은 사람들을 피하기는커녕,
먼저 와서 애교를 부리고, 등굣길을 배웅해주기도 하고, 하굣길 마중을 나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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긱냥이를 모시는 집사들

대학교마다 캠퍼스에 사는 유명한 고양이 한두 마리 정도는 있다. 이런 사실을 반증하듯이 우리 학교에도 고양이들이 많이 있다. 체육관에 사는 흰색의 뚱뚱한 고양이, 도서관에서 사는 얼룩 고양이를 비롯하여 여러 고양이들이 곳곳에서 존재감을 뽐내며 살고 있다. 특히 우리 기숙사에서 사는 고양이들은 사람들을 피하기는커녕, 먼저 와서 애교를 부리고, 등굣길을 배웅해주기도 하고, 하굣길 마중을 나오기도 한다. 아니, 정확하게는 학생들이 기숙사 고양이들에게 인사를 한다. 그리고 맛있는 간식과 좋은 사료를 조공하며 다들 집사가 되기 바쁘다. 상자와 담요만으로 이루어진 간이 보금자리는 고양이의 거처로 열악하다고 판단하여 제대로 된 집도 몇 채 마련해주었다. 그뿐일까? 피부와 입안도 틈틈이 확인해 상태가 좋지 않으면, 아는 수의사 선생님들께 연락을 취했다. 그러고 나면, 아이들의 건강 상태를 학교 게시판에 붙여 기숙사 학생들과 함께 공유했다. 각종 전공 수업과 과제로 바쁜 학생들은 컵라면과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우지만, 긱냥이들에게 푸짐한 간식과 영양제를 챙겨주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이렇게 한마음 한뜻으로 고양이들을 모시며 살아가는 기숙사생들은 매일 누워 낮잠을 자거나, 식빵을 굽는 고양이들에게 다가가 사진을 찍는다. 기분 좋은 긱냥이들이 손길을 허용하면, 우리는 이때다 싶어 녀석들을 쓰다듬고 간식을 주 며 행복한 하루를 보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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긱냥이가 애틋한 우리

3년 전 내가 기숙사 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긱냥이들의 세대교체는 아주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방학이 끝나고 오랜만에 기숙사에 돌아와 주위를 둘러보면, 종종 처음 보는 고양이들이 기숙사 근처에 터를 잡은 것을 발견한다.

새로 나타난 고양이들이 기존의 긱냥이들과 치열한 영역 싸움을 한 끝에 ‘새로운 긱냥이’로 군림한 것이다. 새로운 긱냥이들은 기숙사생들의 사랑을 독차지 할 수 있다. 이번 학기에는 좀 더 귀엽고 특별한 긱냥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바로 4마리의 아기 고양이들이다. 아직 너무 어린 아이들이기에 멀리서 바라보고만 있지만, 꼼질 거리는 아깽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면 우리도 엄마 미소를 지르며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른다.

아기 고양이들의 어미 역시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 아기 고양이가 이제 부모가 된 것이다. 어미 고양이도 아깽이 시절부터 기숙사생들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온 터라, 우리에게 단 한 번도 경계심을 내비친 적이 없다. 내가 기숙사에 있는 3년 동안 이 고양이 가족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출산의 과정을 다 보아왔기에, 조금 더 애틋한 마음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고양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학생들은 기숙사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고양이에 대한 전문 지식이 쌓여갔다. 어느덧 나를 비롯한 동기들은 능숙하게 집사 구실을 하고 있다.

다이어트가 필요한 고양이와 수유 중인 고양이에게는 사료의 종류와 양을 특별히 따로 관리하였고, 아기 고양이가 있는 지역에는 철조망을 설치해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그럼에도 혹여나 아기 고양이를 발견하고 접근하는 사람이 있을까 걱정이 되어 안내문도 붙였다. 종강 전에는 우리끼리 미리 당번을 정해 방학 기간에도 긱냥이들에게 사료를 급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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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상황에서도 함께 할게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긱냥이 더 주니어들과 함께할 것이다. 아침 9시부터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수업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도. 시험공부로 밤을 꼴딱 새운 어슴푸레한 새벽에도. 졸음에 눈이 제대로 떠지지 않는 비몽사몽 한 아침에도. 우리는 언제나 긱냥이들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허리를 숙인다. 오늘도, 내일도, 항상.

CREDIT

글·사진 성예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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