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의 가치
먼지 같은 녀석
반사되는 빛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카메라 각도를 이리 틀고 저리 틀어봐도 도무지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모처럼 천사같이 잠든 녀석을 카메라에 담아보려 하다가 포기하고선 녀석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먼지 귀신의 등장
일본 애니메이션 ‘토토로’에 나오는 먼지 귀신을 닮은 이 녀석은 바로 우리 집 막둥이 6개월 호강이다. 4개월 전, 3마리의 고양이가 살고 있는 우리 집에 당차고 용감한 이 먼지 같은 녀석이 들어오면서부터 모든 게 달라졌다. 고양이의 행동을 이해하려고 하면 안된다고들 하지만 호강이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녀석이다. 그 궁금증은 호강이를 데려온 첫날부터 시작됐다. 영역동물인 고양이의 합사 문제는 수많은 집사들의 고민일 것이다. 외부환경에 예민한 고양이의 특성상 낯선 환경에서는 숨어서 경계를 해야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호강이는 첫날 집에 오자마자 밥그릇으로 돌진해 배를 채우더니 엉아들이 좋아하는 캣닢가루를 입에 물고 뒹굴었다. 난 사실 그때 생각 했다. “나 잘한 거 맞지?” 호강이의 당당한 태도에 나와 3마리의 고양이 들은 마치 손님이 된 기분이었다. 그렇게 합사 기간 단 1분도 없이 자연스럽게 우린 가족이 되었고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는 나는 자야할 시간 이라는 사실을 잊은 채 행복한 미소와 호탕한 웃음으로 답했다.
새로운 식구를 들인다는 것
생명을 기른다는 건 정말로 신중해야 하는 일이다. 한 번에 쏟아 부었던 사랑을 여러 고양이에게 나눠주는 것에 대한 고민은 아마 풀어내지 못할 난제일 것이다. 3마리의 고양이들이 평소와는 다른 표정과 행동을 보일 때마다 혹시 호강이의 존재가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닐까 신경 이 곤두서곤 했지만, 내 삶에 큰 변화를 가져다준 이 아이들의 인생을 책임진다는 사실 만큼 무겁고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싶었다. 아이들이 오 고 난 뒤 나는 매일같이 지나치던 길고양이의 존재를 더 이상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그냥 흘려보냈던 시간에 추억을 심기 시작했고 더 이상 행복을 정의하려 하지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다.
1+1+1+1=4
나는 호강이를 데려올 때 나 자신에게 수없이 질문했었다. “내 욕심은 아니겠지?“라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먼지 귀신 같은 작은 생명체로 인해 4마리의 고양이들이 서로를 핥아주며 챙겨주는 사 랑스러운 모습을 보았고, 아이들이 없었다면 몰랐을 ‘교감’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나는 현재 4마리의 고양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으며 이 사랑은 훗날 다시 아이들에게 전해질 것이다. 4마리의 고양이와 함께하는 나는 지금 그 누구보다도 풍족한 마음과 행복한 미소를 띠며 살아가는 중이다. 이처럼 작은 생명체가 가져온 행복은 나와 3마리 고양이들의 하루를 송두리째 바꿔놓았으며 다가올 내일을 기대하게 한다.
CREDIT
글·사진 조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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