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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에서도 기다려요, 따스한 한국의 …

  • 승인 2019-09-30 12: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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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 위 스 에 사 는 고 양 이

스위스에서도 기다려요, 따스한 한국의 봄

1, 한국의 길고양이 풍경

추웠던 1, 3주가량 한국에 다녀왔다. 한국의 찬바람은 참으로 매서웠다. 오자마자 된통 감기에 걸려 단단히 고생했다. “한국 너무 추워!”하고 외치는 나에게 사람들은 스위스가 한국보다 더 춥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스위스는 생각보다 따뜻하다. 한국에서 영하 13도까지 내려가는 한파가 지속할 동안, 스위스의 기온은 영상을 웃돌았다. 스위스의 친구들에게 지금 한국은 영하 13도야.”라고 말하면 한국이 그렇게 추운 나라였냐며 놀랄 정도였다. 난 스위스에서 가벼운 코트만 걸치고 출발했다. 그러나 한국에 도착해 공항 밖을 나서자마자 오들오들 떨며 두꺼운 겉옷을 꺼내 입어야 했다.

이렇게 추운 한국의 겨울 거리에서 나의 마음을 무척 시리게 만드는 풍경이 있었다. 바로 도시의 길고양이들이었다. 두툼한 겉옷에 목도리를 두르고 꽁꽁 싸매도 틈새를 파고드는 한기가 느껴지는데, 길에 사는 아이들은 털옷 하나만 입고 이 추운 한국의 겨울을 어떻게 나는 것일까 싶었다. 먹을 것도, 신선하고 깨끗한 물도 찾기 어려운 도심에서 만난 작은 길고양이는 앙상하고 비쩍 말라 있어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스위스에 사는 길고양이들

스위스에서도 길 위에서 돌아다니는 고양이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과 달리 대부분은 주인이 있는 산책 고양이들이다. 언제든지 돌아갈 집 있고, 배고플 때 먹을 수 있는 먹이가 있다. 스위스 동물보호협회가 2017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스위스 인구의 30%가 고양이를 키우고 있으며 그중에 무려 70%가 자유롭게 외출하는 산책 고양이들이라고 한다. 한국에 살다가 처음 스위스에 와서 길에서 만난 고양이들은 나를 당황하게 하였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인도 한 가운데 길게 드러누워 한가로이 해를 쬐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도 사람을 경계하거나 도망가지도 않았고, 털에서는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길에서 사는 고양이라고 보기에는 잘 관리된 티가 났다. 도둑고양이가 아니라 주인이 자유롭게 풀어놓고 키우는 고양이라는 남편의 설명을 듣고서야 이해가 갔다. 산책을 하는 고양이라니! 한국에서 온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물론 스위스에 사는 길고양이라고 100% 안전한 것은 아니다. 도로를 건너다 차에 치이거나 길을 잃어 실종되는 고양이들도 많다. 매년 1만 마리가량의 고양이들이 스위스에서 실종된다고 한다. 나와 남편이 다니는 동네 동물병원에서도 잃어버린 고양이들을 애타게 찾는 공고가 붙어 있는 것을 자주 보았다. 스위스에서는 잃어버린 고양이들을 위해 마이크로 칩 삽입을 장려하고 있다. 마이크로 칩이 삽입되어 있으면, 경찰이나 수의사 혹은 보호소에서 마이크로 칩 리더기를 통해 길고양이 주인이 누구인지 금방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다려요, 따스한 한국의 봄

우리가 키우는 남매 고양이 노아와 폼폼은 따뜻한 5월에 스위스의 한 가정에서 태어나 생애 첫 겨울을 보내는 중이다. 매서운 추위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집 고양이의 삶을 살아간 지 어느덧 8개월째다. 요즘 스위스는 매일 눈이 내리는데, 노아와 폼폼에게는 즐거운 창밖 구경거리가 되어주는 듯하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엄마의 나라 한국에 사는 길고양이들의 힘겨운 삶을 알지 못하는, 어떻게 보면 참으로 복 받은 삶을 갖고 태어난 아이들이다. 오늘도 한가로이 창가에 놓인 캣타워에 앉아 눈이 소복이 쌓인 스위스 풍경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모습은 참으로 평화로워 보인다. 한국에서 본 비쩍 마른 길고양이의 슬퍼 보였던 눈과는 참으로 대비되는 모습이다. 빨리 한국의 매서운 추위가 지나가기를, 잔뜩 웅크린 길고양이들에게 따스한 봄이 찾아오기를 그저 바랄 뿐이다.


글 사진 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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