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 위 스 에 사 는 고 양 이
노아와 폼폼은 함께이기에 더욱 따뜻해요
냥냥펀치를 받아랏
스위스에서 태어난 남매 고양이 노아와 폼폼을 입양한 지두 달쯤 되었다. 그동안 나는 남매의 성격이 정반대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폼폼은 낯가림이 심했었는데, 알고 보니 활달하고 호기심 많은 성격이다. 살짝 까칠한 면도 매력적이 다. 낯선 방문객이 다가오면 거침없이 냥냥펀치를 날리는 모습이 몹시 귀엽다. 노아는 순하다. 낯선 사람에게도 금세 경계를 풀고 쓰다듬어 달라며 바닥을 구르곤 한다. 가족에게만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며 애교를 피우는 줄 알았는데 누구에게나 골골거려 배신감이 들 정도다. 이렇듯 서로 다른 두 고양이를 키우는 건 즐거운 일이다.
5월, 따뜻한 봄날 태어난 두 녀석은 스위스에도 찾아온 이상고온현상을 잘 버텨냈다. 스위스는 여름에 건조하기 때문에 에어컨이 없어도 살 만한데, 올해는 에어컨이 간절할 정 도로 굉장히 더웠다. 노아와 폼폼은 더위를 견디기 위해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몸을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다. 더위가 가시고 선선해진다 싶더니 어느 날 창밖으로 내다본 산꼭대 기에 첫눈이 앉아 있었다. 노아와 폼폼이 묘생에서 처음 겪는 겨울의 추위가 슬슬 다가오고 있다.
대리석 바닥은 여름 더위를 견디는 데 도움이 되었지만, 겨울에는 너무 차가워 사람도 슬리퍼를 신어야 한다. 바닥을 따뜻하게 데우는 온돌 시스템은 스위스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곳에서는 방마다 라디에이터를 설치해 찬 공기를 덥히는 식의 난방을 한다. 그러므로 집에서 가장 따뜻한 곳은 라디에이터 곁이다. 스위스에 사는 고양이들은 겨울이면 라디에이터 곁을 떠나지 않는다. 바깥바람은 꽤 쌀쌀해졌 지만 아직 라디에이터를 틀 정도는 아니어서 노아와 폼폼을 위해 몇 가지 선물을 준비했다.
산타 엄마의 월동준비
먼저 빈백이다. 안에 푹신한 충전재가 들어있어 고양이가 올라가면 녀석의 자세에 맞게 스르르 변형이 된다. 빈백을 들인날 노아와 폼폼은 새로운 아이템에 흥분하며 냅다 뛰어올랐 고, 처음 느껴보는 빈백의 편안함에 취해 낮잠을 즐겼다. 실내 공기가 유독 차게 느껴질 때면 빈백에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는 노아와 폼폼을 발견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볕이 잘 드는 창가에 조그만 캣타워를 들인 것이 다. 우리 집 거실은 한쪽 면이 통창이어서 바깥 풍경을 내다 보는 맛이 있다. 창은 동향으로 나 있어서 오후까지 해가 든다. 이미 초대형 사이즈의 캣타워가 있지만 거실 구조상 창가에 두는 건 불가능해 결국 소형으로 하나 더 구입했다. 통창 앞에 캣타워를 설치하자 해가 잘 드는 시간에 녀석들이 선탠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볕이 잘 들지 않을 때도 바깥을 구경하는 용도로 쓸 수 있으니 여러모로 잘 산 것 같다.
세 번째는 담요다. 집안의 그늘진 곳을 걷다 보면 바닥이 서 늘하게 느껴질 것 같아 담요를 준비했다. 생후 5개월, 한창 뛰어놀 나이인 녀석들은 신나게 뛰다가도 담요를 보면 정신을 못 차린다. 두 아기 고양이가 담요 위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노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기 그지없다.
네 번째는 거실 테이블의 의자를 계절에 맞게 교체한 것이다. 겨울용 의자는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푹신한 털 재질로 골랐 다. 가끔 어디에서 낮잠을 자는지 안 보여서 찾다 보면 테이블 아래 새 의자 위에 녀석들이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있다. 웅크린 채 잠을 청했다가 긴장이 풀려 몸을 축 늘어뜨린 모습도 무척 귀엽다.
나름 여러 가지 선물을 준비했지만, 노아와 폼폼이 몸을 붙이고 서로의 체온을 나누는 모습을 보면 함께라는 게 가장 따뜻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도 노아를 입양하지 않으려 하던 때가 있었다. 노아와 폼폼이 헤어질 뻔했던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역시 함께 데려오길 잘한 것 같다. 스위스의 겨울은 어딘가 우울하지만, 노아와 폼폼은 함께이기에 생애첫 겨울을 다사롭게 보낼 것이다.
CREDIT
글 사진 이지혜
에디터 이승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