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양 이 와 X
고양이와 세계정복
보통의 일상에 고양이를 더해보자. 묘하게 감칠맛이 돈다.
고양이와 그 ‘맛’에 대한 시시콜콜한 필담.
아끼는 가수와 접점이 있다는 것
음악이 없었다면 세상은 지금과 비교도 할 수 없이 단조로웠을 것이다.
나는 일상에 BGM을 촘촘히 채우는 것을 좋아한다. 심지어 집안일을할 때도 음악을 트는데, 밋밋하던 일상의 채도가 단번에 올라가기 때문 이다. 얼마 전부터는 ‘선우정아’라는 가수에게 빠졌는데, 나는 이 가수의 노래 제목을 보고 당황했다. ‘고양이’라니! “야, 너도…?”
고양이로 헤쳐 모여
선우정아는 고양이를 너무 좋아해서 고양이를 의인화해 ‘고양이’라는 노래를 만들었다. 아끼는 가수가 애묘인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기 분은 묘하다. 당신도 겨울엔 길냥이들 생각에 마음 한켠이 편치 않겠구 나, 알레르기 때문에 코를 훌쩍거리면서도 고양이를 쓰다듬으려 손을 내밀겠구나, 하면서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강연회에 ‘그것’을 달고 나온 시인
일전에는 작은 서점에서 열린 낭독회에 갔다. 남몰래 흠모하던 시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강연 후에 수줍게 사인을 청하던 나는 시인의 옷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것!’이었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것, 까만 옷에 붙어있던 그것은, 고양이의 털이었다. 종일 고양이의 ‘고’자도 안 꺼내더니… “야, 너도...?”
우린 이미 늦었어
가요계와 문학계만 고양이에게 점령당했냐하면 그렇지 않다. TV광고와 모바일 게임업계에도 고양이가 등장한 것이다.광고와 게임을 만든 이들이 모두 고양이 종족의 노예라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고양이는 요물이라고 기피하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 고양이 신의 가호를 받은한 명의 글쟁이로써 예언하건대, 머지않아 고양이가 인간들을 지배할 것이다. 귀여움으로 미혹해 츄르를 바치게 할 것이며, 더 많은 길고양 이들이 인간을 간택하여 집사로 들일 것이다. 인간들은 누가 더 빗질을 잘하는지, 누가 더 훈훈한 궁디팡팡을 제공할 수 있는지 경쟁해야 할것이다. 경쟁에서 이긴 자만이 개냥이를 모시는 영광을 누리게 되리라.
인간인 내가 이만큼 알아챘다는 건 이미 고양이 전사들의 준비가 끝났 다는 뜻이다. 고양이의 세계정복은 은밀하게, 위대하게 진행되고 있었 다. 동지들이여, 츄르와 트릿을 넉넉히 준비하자. 고양이 신이 다스리는 세계의 1등석은 그대와 나의 차지다.
Credit
글·사진 이은혜
에디터 이승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