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니를 만나 두근두근 새 인생
오픈한 가게의 옆 가게는 고양이 미용실이다. 고양이 한번 보러 오라는 사장 언니의 말에 인사치레 겸 들른 미용실엔 세 마리의 고양이가 있었다. 다른 2마리에 비해 유독 덩치가 작았던 페르시안 고양이는 이미 두 번의 파양을 겪은 사연이 있었고, 덩치가 작아 다른 2마리에게 늘 괴롭힘의 대상이었다. 제대로 반항 한번 못해보고 미용실에서 늘 주눅이 들어 있던 그 모습이 유난히 마음에 쓰였다는 그녀들은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었음에도 입양이라는 큰 결심을 한다. 고양이에 대한 지식도 없고 경험도 없는데 이렇게 덜컥 입양해도 되나 싶었지만, 끝까지 책임지고 잘 보살펴줄 마음이 먼저 앞섰다고 한다. 그녀들의 걱정과 다르게, 2번의 파양을 겪은 고양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입양 이틀 만에 집에 잘 적응하였고, 처음부터 제집이었던 것처럼 경계도 풀었다. ‘수니’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수니와 함께 두근두근 새 인생이 시작되었다. 수니 양육에 대해서도 서로의 스타일이 달라 각자 분업하여 수니를 돌본다. 일할 때와 마찬가지로 신중하고 꼼꼼한 언니는 세심하게 주거 공간 곳곳을 청소하고 관리했고, 대범하고 행동파인 동생은 목욕, 발톱 정리 등 수니의 관리를 맡는다. 혼자였다면 고양이를 돌보는 것이 힘들었을 수 있겠지만 둘이라 덜 힘들다고 한다. 그녀들은 수니를 키우면서 그동안 눈에 보이지 않던 길고양이들도 눈에 들어온다며, 커피집을 방문하는 길고양이들도 챙기고 있다. 요즘 최대 고민은 ‘더운 날씨 탓에 매일 오던 냥이들이 오지 않는 것’이라고 하니, 수니를 입양 후 고양이 사랑이 길 위에까지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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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너로 인해
먹고 자고 아프기도 하는 널 보며
난 이런 생각을 했어
지금 이 순간 나는 알아. 왠지는 몰라 그냥 알아
언젠가 너로 인해 많이 울게 될 거라는 걸 알아
궁금한 듯 나를 바라보는 널 보며
난 그런 생각을 했어
아주 긴 하루 삶에 지쳐서 온통 구겨진 맘으로
돌아오자마자 팽개치듯이 침대에 엎어진 내게
웬일인지 평소와는 달리 가만히 다가와
온기를 주던 너
- 가을 방학 2집 <언젠가 너로 인해>
평소 즐겨듣던 노래인데 어느 순간부터 이 노래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며 인터뷰 말미에 동생은 눈시울을 붉혔다. 언젠가 수니도 자신들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쉽게 흘려들었던 노래에도 감정이 묻어난 것이다. 그녀들의 인생에서 작은 고양이 하나 보태졌을 뿐인데 그녀들과 수니 사이에 끊어지질 않을 단단한 고리가 채워졌다. 먼 훗날 이별이 다가온다 해도 하늘과 땅 사이에 인연의 고리는 남아있을 것이다. 언젠가 너로 인해 그녀들은 많이 울고 마음에 커다란 구멍도 생기겠지만, 지금은 그녀와 수니의 두근두근 행복한 인생을 기대한다.
CREDIT
글 사진 심선화
에디터 이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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