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 STRANGER
제주라서 행복한 고양이
‘카페 곁에’편
‘천천히 한 걸음씩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어. 이제는 내가 내는 똑딱 소리에 자다가도 어디선가 달려오는 네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너무 벅차서 자꾸만 욕심이 생기기도 해.’
길냥이를 보살피는 모든 사람의 마음은 비슷하지 않을까? 처음엔 그저 야윈 모습이 안타까워 조금씩 먹을 것을 나눠주기 시작하다가 점점 친해지고 서로만 아는 사인이 생기고, 어느 순간 얼굴을 들이밀며 만져주라는 고양이의 모습을 보는 순간 이젠 함께 살고 싶어지는 그런 마음 말이다.
고양이는 참 묘한 매력이 있는 친구다. 누구든 한번 그 매력에 빠지게 되면 우리 고양이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고양이가 예뻐 보이기 시작한다. 보통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사람들은 평상시 고양이 간식을 휴대하고 다니며, 지나다니는 고양이들의 밥까지 챙겨주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필자의 어머니도 동물이라면 손사래를 치시던 분이셨는데, 어미를 잃고 눈도 뜨지 못한 채 길에 버려진 새끼 고양이를 보살피게 되며 그 매력에 푹 빠져 계신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제주도에서 행복한 길냥이를 만나는 일은 참으로 고된 일이었다. 외곽으로 나갈수록 고양이에 대한 어른들의 시선이 너무 좋지 않을뿐더러 고양이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는 사람들을 혼내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요즘은 제주도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그 주변을 맴돌던 고양이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는 곳도 많이 생기고, 그런 모습을 보며 마을 사람들도 점점 마음을 열어가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제주 동쪽 마을인 동복리에도 마을에 새롭게 터를 잡은 카페와 그 주변 사람들이 함께 고양이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고 있었다. 지난 2018년 4월에 정식으로 오픈한 ‘카페 곁에’는 마을 풍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건물이 아주 인상적인 카페다. 이 카페에는 작년 11월에 공사를 시작하며 만나게 된 치즈 색 고양이 ‘동복’이와 그 친구들이 편안하게 쉬며 배를 채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작년 11월 건물을 계약하고 한창 공사 중이던 어느 날, 간식으로 소시지를 입에 물고 있던 주인장은 야윈 몸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던 치즈 색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한참을 서로 바라보고 있다가 배가 고파 보이는 고양이에게 소시지를 한쪽 떼어주며 이들의 묘연이 시작된다. 그 후 그 고양이는 가끔 주위를 맴돌며 먹을 것을 요구했고, 고양이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던 주인장은 지인들에게 물어 고양이 사료를 주문한 뒤 매일 아침 사료를 주게 되었다.
마을의 이름을 따서 ‘동복’이라는 이름도 지어주고 동복이가 경계를 어느 정도 푼 뒤부터 친구들을 데려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두 마리, 그다음은 네 마리 점점 늘어나더니 지금은 동복이와 함께 여섯 마리의 고양이가 아침이면 밥그릇 앞에서 기다린다.
주인장은 처음에 사료를 주기 시작할 때 주변 시선이 두려워 많이 망설였다고 한다. 하지만 돌담 너머로 옆집과 뒷집 그리고 앞집에 사시는 어르신들이 고양이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는 모습을 보고 마음 편하게 줄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마을에 이렇게 고양이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는 집이 많고, 고양이에게 우호적이다 보니 개체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일이 생겨 마을에서는 한두 마리씩 지원을 받아 중성화 수술을 진행 중이라 한다. 얼마 전 동복이도 수술을 받았는데, 주인장은 병원에 보내고도 동복이를 위하는 일이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아 마음을 졸였다. 그래도 수술 후 금방 회복하고 기분 좋게 뛰어다니는 동복이를 보며 안심했다.
동복이는 이제 주인장이 많이 편안해졌는지, 똑딱똑딱 사인을 보내면 잠을 자다가도 얼른 뛰어나와 애교를 부린다. 아직 다른 고양이들은 경계를 풀지 않고 밥만 먹고 갈 뿐이지만, 동복이는 카페 대문 앞에 앉아 손님을 맞는가하면 가끔 손님과 함께 카페로 들어오기도 한다고 한다. 보통 아침엔 밥을 먹으러 카페에 들렀다가 다른 집 지붕 밑에서 쉬기도 하고, 마을을 뛰어다니며 놀다가 오후 2시 이후 카페 마당에 그늘이 질 때면 마당에 엎드려 잠을 청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동복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주인장은 집으로 데려가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고 한다. 아무래도 밖은 위험요소가 많으니 좀 더 안전하고 편안한 곳에서 보살피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으로 가게 되면 이렇게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없고, 친구들과 이별해야 하기에 또다시 마음이 바뀌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한다.
모든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길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하루를 보내고 있는 고양이들을 보면 안타까워 얼른 안고 집으로 데려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지만, 막상 데려와서 좋은 아이들보다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기에 더욱 망설이게 되는 것 같다. 고양이들은 과연 어떤 환경이 더욱 편안하다고 느끼게 되는 것일까? 고양이와 대화를 할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CREDIT
글 사진 조아라
에디터 이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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