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NKPET
첫 생일을 맞은 너에게
털이 보드라운 나의 딸, 은비가 첫 돌을 맞이했다
12개월 고양이는 사람 나이로 치면 15살 정도 된다고 하니, 은비는 이제 중학생이 된 셈이다. 은비를 입양하던 즈음에 첫아기를 출산한 친구가 “너는 벌써 많이 키웠네!”라고 농담을 했다. 그러게, 우리 딸이 어느새 이렇게나 많이 컸다.
성인인 우리 부부야 1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점이 없는 데 비해, 은비는 자묘에서 성묘로의 성장이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작게 태어난 데다가 입이 짧은 녀석을 밥그릇 들고 쫓아다니며 먹인 결과, 처음 만났을 당시 500g도 되지 않던 은비가 이제는 병원에서 “딱 표준 체중이에요.”라는 말을 듣게 된 것은 나의 큰 기쁨이자 보람이다.
그때는 했지만, 지금은 하지 않는 것
한편, 이제는 추억이 된 은비의 아기 고양이 시절 모습들이 있다. 꼬마 시절의 은비는 우리 부부가 밤에 침대에 누우면, 꼭 머리맡의 쿠션 위로 쪼르르 따라 올라오곤 했다. 그러면 쿠션 아래로 늘어진 은비의 복슬복슬한 꼬리가 내 이마를 스치고, 그 감각이 나의 마음마저 간질이곤 했다. 그런데 은비는 몸이 커지면서 쿠션이 좁아진 모양인지 언젠가부터 해먹 위로 잠자리를 옮겨갔다.
등을 부풀리고 옆으로 통통 뛰는 이른바 ‘사이드 스텝’도 요즘은 거의 볼 수 없다. 겁이 많은 편인 은비는 작은 소음에도 깜짝 놀라 사이드 스텝을 자주 보여주곤 했다. 한 번은 내가 샤워 후 마스크 팩을 붙이고 나왔더니 은비가 그 모습을 보고 하악질을 하며 사이드 스텝을 뛰어대서 (“이 달걀귀신은 우리 엄마가 아니야!”) 한참을 웃은 일도 있다.
너의 고마운 변화들
돌이켜보면 은비의 크고 작은 변화 중에는 우리 부부의 생활에 맞추어진 부분들이 많다. 저녁형 동물답게 새벽마다 우리 부부를 신나게 밟고 뛰어다니며 수면 부족을 선사하던 장난꾸러기 아기고양이가 이제는 엄마, 아빠가 일어나는 시간을 조용히 기다려줄 줄 아는 고양이가 된 것만 봐도 그렇다.
매일 새벽, 은비는 직장이 멀어 일찍 일어나야 하는 남편을 다정하고도 집요한 꾹꾹이로 깨운다. 옆에서 꿈나라를 헤매며 곯아떨어진 나를 한 시간쯤 더 자게 두었다가, 남편이 출근한 후에야 다시 침대로 올라와 깨운다. 그 모습이 얼마나 신기하고 기특한지 모른다!
물론 남편은 덕분에 주말이나 휴가에도 아침 일찍 일어나게 되었지만, 그래도 은비 덕분에 늦잠을 잘 뻔한 위기를 몇 번이나 넘겼다고 하니 역시 고마워할 일이다.
은비와 함께 하며 나는 두 개의 시간을 살게 되었다.
고양이와 인간의 시간은 다르다. 그래서 나에게는 날아가는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갔던 1년이, 은비에게는 너무나 큰 인생의 조각이라는 생각에 때때로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한다. 만감이 교차한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일까. 은비의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며 잘 자란 것이 기쁘다가도 벌써 의젓해진 모습이 서운하다.
그래서 진부하지만 중요한 다짐을 다시 하게 된다. 너와의 매일을 소중히 하자. 퇴근하여 집에 들어서면 골골대며 반기는 소리, 남편과 신나게 뛰어 노는 모습, 소파에 앉아있으면 슬쩍 다가와 몸을 맞대는 감촉까지, 모든 것을 말이다. 그렇게 은비와 함께 하는 매 순간과 사라지기도 하고 새로 생기기도 하는 모든 습관들에 언제나 감동할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
CREDIT
글 사진 박유하
에디터 이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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