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K SO
나는 길고양이들과의 추억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나는 길고양이들과의 추억을 좋아하지 않습니다.대부분의 경우, 추억이 된 고양이들은 더는 만나지 못하는 아이들이니까요.
오?
오다가다 어쩌다 마주칠 때면 사료 한 줌 건네준 것 이 전부인데 겨우 그걸로 온몸을 기대오던 아이,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지켜봐 오다가 이제는 다들 떠나가 빈 곳이 된 골목길의 아이들, 태어날 때부터 지켜봐 오면서 너무 경계심 없이 안겨 오던 아이라 입양을 고민하던 중 별이 되어버린 삼청동 노랑둥이, 처음 만날 때부터 왜인지 먼저 다가와서 만져달 라던 북아현동 순이, 연남동 노랑이 골목의 우애 좋던 노랑둥이 형제가...제겐 모두 더 이상은 만날 수 없게 되어버린 추억이니까요.
그런데 신기하게 그 아이들을 떠올리면 마음이 먹먹해지기만 하는 것이 아니랍니다. 그 아이들과의 추억을 떠올리면 “아 그땐 그랬었지.”, “그땐 더 잘 해줄 것을..” 같은 생각을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입가엔 미소를 짓곤 하니까요.
그런 먹먹함과 달달함이 모여서 지나간 과거를 잊지 않게 해주고 새로운 사랑도 꿈꾸게 만들어 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마도 추억은 완결된 기억이지만, 완결되지 않은 과정으로 남아 좀 더 오래 사랑할 수 있는 힘이 되는 모양입니다.
혹시라도 이별이 두려워 새로운 아이의 입양을 두려워 망설이고 있다면 “괜찮다”라고, 이별하더라도 추억이 아프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그 먹먹함보다는 그 추억조차 없는 것이 더 아픈 일이라고 살짝 등을 떠밀어 주고 싶습니다.
CREDIT
글 사진 종이우산
에디터 이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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