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 MOTHER
호야는 울트라수퍼캣맘
호수의 대모냥이 호야
6년간의 ‘석촌호수 냥이들 밥 배달 생활’을 돌이켜 보니, 호수 냥이들에게도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동안 많은 아이들이 새로 태어나고, 별이 되기도 하기를 반복했다. 수많은 아이들 중 밥 배달 첫해부터 아직까지 건재한 호야를 보면 절로 탄성이 나온다. 험난한 길 생활에도 불구하고 우리 집 마당냥이처럼 늘 거기에 있는 호야가 신통하고 대견하기까지 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애정도 깊어지는 거 같다.
물론 크게 한 번 고비를 맞긴 했지만 잘 이겨냈고, 이제는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호수 최고의 권위와 권력을 가진 대모냥이 된 것이다. 석촌호수 동(東)호는 모두 호야의 직계 후손들로 구성되었는데, 최근 들어 서(西)호에서 미꾸라지 하나가 유입됐다. 드문드문 외부냥들이 들어와서 눌러앉기도 하고, 다시 쫓겨나기도 하면서 그럭저럭 동(東)호 왕국이 굴러가고 있는 상황이다.
다산의 여왕 호야
호야는 명실상부 다산의 여왕인데, 영리하고 촉도 좋아서 결코 만만한 냥이가 아니다. 중성화할 틈을 안 보이고, 새끼들을 어찌나 잘 키워내는지 혀를 내두를 정도다. 물론 새끼들이 다 자란 이후엔 이러저러한 이유로 호수를 떠나가서 늘 일정 숫자를 유지하지만, 새끼 키우고, 교육시키는 데에는 호야만 한 어미냥을 못 봤다. 새끼들을 끼고 있을 땐 거처를 몇 군데 정해놓고, 수시로 옮겨 다니며 캣맘 골탕 먹이기가 다반사이고, 새끼들을 독립시키기 전엔 꼭 하나씩 따로 떨어뜨린 후, 혼자 살아남기 연습을 시키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나무타기 연습은 기초 과정에 속한다. 냥이 엄마 노릇도 결코 쉽지 않다는 걸 몸소 보여주는 호야. 이런 호야도 이젠 나이가 들었는지 작년 가을에 낳은 새끼 셋을 모두 잃게 되었다. 때는 이때다 싶어 중성화하기 위해 신청을 했는데, 포획하시는 분이 이미 또 임신한 거 같다며 한 번 더 낳고 다음에 하자고 하셨다. 그런데 호야는 그때 임신하지 않은 상태였고, 그렇게 천금 같은 기회를 날려버린 몇 달 뒤, 결국 아홉 번째 새끼들을 낳았다.
CREDIT
글쓴이 이재은
에디터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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