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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가의 두 눈은 푸른 바다 빛일 거예…

  • 승인 2018-07-17 12: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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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도 사랑

짱가의 두 눈은 푸른 바다

빛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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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가’를 소개합니다

지금 제 옆에 잠든 이 녀석의 이름은 ‘짱가’입니다. ‘짱가야~’ 하고 부르니 자다 깨서 돌아보는 아이의 얼굴엔 두 눈 대신 눈이 있던 자리만 남아 있습니다. 맞습니다. 우리 짱가는 앞이 보이지 않는 아이에요. 두 눈이 없습니다. 그래도 엄마인 저에겐 응석받이 애교만점 막내 고양이이며, 배변 실수 한 번 하지 않는 기특한 녀석이죠. 또, 놀이를 할 땐 다른 고양이들처럼 우다다도 하고 점프도 하는 아이에요. 말하자면, 이름처럼 아주 씩씩한 녀석이죠. 평소에는 눈이 없다는 걸 모를 정도로 어느 것 하나 다른 고양이들과 다를 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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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짱가

2016년 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9월의 어느 날, 한 보호소에 4개월령의 어린 냥이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그게 우리 짱가와 저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보호소에 있는 아이들 중 안쓰럽고 불쌍하지 않은 아이가 있겠냐만 유독 이 아이가 눈에 밟혔던 건, 작은 얼굴에 터질 듯 튀어나온 두 눈 때문이었습니다. 아직 너무 어린 아기냥인데 이미 제 기능을 상실한 듯한 두 눈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저와 제 친구는 약속이나 한 듯, 공고 기간이 끝나자마자 보호소에 가서 아이를 데리고 나왔습니다. 사진에서 보았던 두 눈은 생각보다 더 상태가 안 좋았고, 그냥 두면 자칫 목숨까지도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처참한 모습과는 달리 아이는 사람 손이 닿자 기다렸다는 듯 골골골 소리를 내며 좋아했습니다. 차라리 아프다고 울었더라면 마음이 덜 아팠을 텐데 그 와중에도 사람 손이 좋다고 부비고 의지하는 모습에 미안함과 속상함으로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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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야 한다는 의지

이미 손을 쓸 수 없었던 두 눈은 결국 적출해야만 했습니다. 4개월 어린 냥이가 감당하기엔 참 힘든 수술이었지만 녀석은 정말 기특하게도 고통스러운 시간을 잘 참아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짱가는 어쩐 일인지 혀도 다른 고양이들에 비해 삼분의 일 정도만 남아있었습니다. 수술 후 통증이 잦아들 즈음엔 도통 먹지 않아 애를 태우더니, 겨우 먹기 시작하면서는 갑자기 쉬를 제대로 싸지 못해 가슴을 서늘하게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먹기 시작했고, 약도 주사도 잘 참아주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람도 참기 힘든 고통의 시간을 어린 고양이 녀석이 잘 이겨내고 참아냈던 것이었습니다. 단지 살아야겠다는 의지 하나로 말이지요. 적어도 제 눈엔 녀석의 그런 의지가 보였습니다. 이후 아이의 사연을 들은 주변 사람들의 격려와 응원이 쏟아졌습니다. 늘 씩씩하게 지내라고 지인은 '짱가'라는 멋진 이름도 지어줬습니다. 그에 답하듯 짱가는 잘 먹고 잘 자며 모두가 놀랄 정도로 빠르게 기력을 회복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수술한 눈에 실밥도 풀 만큼 좋아지면서 걱정이 하나 생겼습니다. 그건 짱가의 입양처였습니다. 어떤 사람이 두 눈을 적출한 냥이를 받아줄까 싶어 내내 맘이 무거웠습니다. 저에게는 노견과 아픈 아이들, 그리고 임신한 채 구조해 아가를 낳은 임보 고양이가 있어서 사실 처음엔 짱가를 임보하거나 입양한다는 건 힘든 일이라고 스스로를 밀어냈습니다.

그러나 인연이란 우연을 가장한 필연처럼 다가오듯 짱가와 저의 인연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제 스스로 이런 저런 핑계를 만들었으나 결국 제 품에 데리고 있는 게 제일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으니까요. 그렇게 짱가는 본격적으로 우리 집 아이들과 동거를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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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이 무색해진 짱가의 적응력

집 아이들이 짱가를 받아줄까 걱정했지만 그건 저의 기우였습니다. 아이들은 이 낯설고 이상하며 기괴하기까지 한 녀석을 보고 하악질 한 번 하지 않았습니다. 아프고 힘든 아이에 대한 배려를 따로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들은 이미 직감적으로 알고 있는 듯 했습니다.

차츰 기력을 찾은 짱가는 눈이 보이지 않는 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활동적이고 발랄했습니다. 보이지 않으니 상대적으로 청각과 후각이 더 발달한 듯 보였고, 집 안의 장애물들을 용케 피해 다니며 위험에 대해 스스로 대처하는 기특한 모습도 보여주었지요. 짱가를 데리고 오기 전, 보이지 않는 아이를 돌봐야하니 안전을 생각한답시고 수선스럽게 이런 저런 장치들을 연구했던 저를 무색하게 할 만큼 짱가는 나날이 용감하고 대담해졌습니다. 하루는 네트망을 타고 꼭대기까지 올라 제 간담을 서늘케하더니 '내려와!'란 한마디에 마치 말귀를 알아듣는 아이처럼 차분히, 그리고 당당하게 내려와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또 어떤 날은 보이는 아이처럼 정확히 장난감을 향해 뛰었고, 앞발로 톡톡 치며 가지고 놀았습니다.

동물적 감각이란 생각보다 더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보이지 않으니 보통의 삶이 힘들 거란 저의 편견을 보기 좋게 깨부쉈습니다. 어쩌면 이들의 세계란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넓고 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절망에 빠졌을 때 가지는 부정적 인식들이 이 아이들에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짱가를 보며 알았습니다. 그저 자기에게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면 그 뿐, 더도 덜도 없이 딱 현재 자기 위치에서 자신의 삶을 이어가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껏 제가 이 아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게 얼마나 어리석고 오만한 생각이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사람처럼 복잡 미묘하지도 않고, 어떤 계산도 넣지 않는 아이들의 세계는 말 그대로 순수 그 자체였습니다.

CREDIT

글 사진 이유성

에디터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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