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찌 X 네이버 포스트2
우리 처음 만난 날
처음부터 고양이를 좋아했던 건 아니었다. 캄캄한 밤에 고양이를 만나면 조금은 무서웠다. 그런 내가 우연한 계기로 길냥이 급식소를 설치했고 고양이들과 만나는 시간만 기다리게 되었다. 그리고 평생 함께 할 리리를 만나게 되었다.
고양이한테 빠지면 답도 없어
2015년 겨울,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뜯고 있는 걸 보게 되었다. 그 추운 날 고작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면서도 눈치를 보는 게 마음 아팠다. 그 일을 계기로 내가 사는 동네에 작은 고양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를 무서워하면서도 궁금해 하는 그 눈망울에 마음을 뺏겼다. 그 애들이 걱정되어 종종 사료를 사서 다니던 길에 두었더니 허겁지겁 달려들어 먹었다. 잘 먹는 모습이 어찌나 예쁘던지. 결국 동생과 함께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길에 급식소를 설치하고 밥을 챙겨주기 시작했다. 당시 나는 직장 생활에 지쳐 있었고 퇴근길에 아이들을 만나는 것만이 유일한 낙이었다. 나는 고작 밥을 챙겨줄 뿐이지만 그 아이들은 내 마음을 위로해주었다. 멀리서도 알아보고 달려와주고 밥을 다 먹고도 떠나지 않고 내 옆에 앉아 꾸벅꾸벅 졸기도 했다. 고양이한테 빠지면 답도 없다. 나는 자연스럽게 집사의 꿈을 키워갔다.
금빛 털을 가진 리리와의 첫 만남
집사의 꿈을 꾼 지 반 년쯤 지난 7월의 어느 날이었다. 친구가 일하는 하천 주차장에 놀러 가는 길에 우연히 <리리헤어>라는 간판을 보고 확 꽂혀버렸다. ‘리리’. 귀엽고 사랑스러운 느낌의 이름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나중에 집사가 되면 고양이 이름은 리리라고 지어야지’ 스치듯 그런 생각도 했다. 주차장에 도착해서 한참 얘기를 나누던 중 희미하게 고양이 울음소리를 들었다. 주차되어 있던 승용차 안에서 나는 소리였다. 더운 날 차 안에 들어가 목청이 터져라 우는 고양이를 모른 척 할 수가 없었다.
일단 차주가 아무것도 모르고 그대로 시동을 걸면 위험할 것 같아 전화부터 걸었다. 차주가 오길 기다리는 4시간 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그 주차장은 비가 많이 오면 하천이 넘쳐 물바다가 되기도 했고 대형 트럭이며 버스들도 많이 다니는 곳이라 고양이가 살기엔 위험했다. 시간이 지나 차주가 왔고 구경하려고 사람들도 몰려들었다. 차 안에서 고양이를 꺼냈을 때 너무 작아서 누군가는 “뭐야, 쥐새끼야?”라고 했고, 누군가는 “쟤 때문에 이 고생을 한거야?”라고 했던 것 같다. 그러고는 모두들 돌아갔다. 캄캄한 주차장에 혼자 남은 작은 고양이가 못내 쓸쓸해 보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말로만 듣던 묘연이란 게 이런 걸까. 금빛 털을 가진 작은 고양이의 이름은 자연스레 리리가 되었다.
리리를 처음 안았을 때
리리를 처음 들어 올렸을 때의 그 느낌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빽빽 거리며 울고 마지막까지 하악질 하던 아이였는데 품에 안으니 이제 안심된다는 듯 눈을 감고 고요해졌다. 바로 병원으로 가서 이상은 없는지 살펴보고 집으로 데려왔다. 길냥이들 주던 사료가 있었으니 당장 끼니 걱정은 없었지만 화장실로 쓸 모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종이박스 안에 신문지를 깔아주고 “미안하지만 오늘만 여기가 화장실이야!” 했는데 말을 알아 들었는지 정말 그 위에 볼 일을 봤다. 동생은 집에 있던 효자손에 인형을 묶어 장난감을 만들어 놀아주었고 나는 신문지를 동그랗게 구겨서 공을 만든 뒤 공놀이를 하며 놀아줬다. 리리는 밥과 물을 야무지게 먹은 후 우리와 신나게 놀아주었고, 자기 전에는 나를 쳐다보며 따뜻한 눈인사도 건네주었다. 나는 걱정과 설렘으로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날 이후 내 삶은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작은 털 뭉치가 주는 위로와 따뜻함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웃음이 많아졌다. 리리를 구조했을 때는 내가 리리를 도와줬다고 생각했는데 2년이 지난 지금은 리리가 삭막했던 내 인생을 도우러 와준 거라 생각한다. 리리를 구조한 건 리리의 ‘묘생 역전 스토리’가 아니라 ‘나의 인생 역전 스토리’일지도 모른다.
CREDIT
글 사진 박지은
에디터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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