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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녹음 아래에, 여의도공원 고양이…

  • 승인 2018-07-10 14: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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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녹음 아래에,

여의도공원 고양이 급식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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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만 9,539제곱미터의 자연, 빌딩 숲으로 둘러싸인 이 반갑고도 이질적인 공간에서 일반의 상식으로는 비상하고 부자연스러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여의도공원 고양이 급식소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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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의 부자연

서울의 노른자 위에서 푸르게 숨만 쉬고 있는 여의도공원에 고양이를 위한 공식 급식소가 생긴 것은 2017년의 일이다. 하지만 공원이 존재하고 거기에 고양이가 찾아들면서부터, 캣맘이라는 단어가 있기도 전부터 그들을 챙기는 사람은 있었다. 지금도 급식소 회원은 아닌 다양한 개인들이 공원 여기저기에서 개별적으로 고양이를 챙긴다.

그런 돌봄을 어떤 사람들은 부자연스럽다거나 낭비라고 평가한다. 고양이는 길이나 야산에서 사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밥이나 물을 주지 않고 알아서 살도록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TNR을 하거나 병원에 데려가 치료해주는 것을 ‘자연스럽지 않다’고 말한다.

세간의 평가에 급식소 회원들은 무심한 편이다. 6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요일별로 돌아가면서 공원 전체에 흩어져 있는 5개 급식소를 관리하고 밥과 물을 챙긴다. 이들이 특히 신경 쓰는 것은 먹을거리다. (사료부터 약까지 최대한 좋은 먹을거리로 평소에 건강하도록 하자는 것이 활동 방향이다.) 마치 밥 세 끼 잘 먹여서 아프지 않도록하자는 부모의 마음 같다.

고양이의 목소리

부모가 아무리 정성을 쏟아도 자녀가 때로 아프거나 다치듯, 고양이 역시 그렇다. 그럴 때면 사람 아이처럼 직접 아픈 곳을 설명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고양이는 사람의 말을 할 수도, 112나 119에 신고를 할 수도, 인터넷을 켜고 민원을 넣거나 국민신문고에 글을 쓸 수도 없다. 그들의 이익을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그들을 사랑하는 사람들뿐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싫어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이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다. 불행한 점은, 싫다는 감정을 혐오나 폭력 행동으로 발산한다는 데 있다. 작게는 욕을 하고 돌을 던지는 행위일 것이고 크게는 폭력을 직접 행사하거나 독극물을 살포하는 것이다. 수년 전, 공원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 누군가 캣맘이 둔 밥에 독을 탔다. 그리고 다수의 고양이가 그 밥을 먹고 싸늘한 시체가 되었다.

그저 살던 곳에서 먹을거리나 마실 거리의 고민을 덜하면서 살기를 바랐던 마음이 그런 형태로 돌아온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신고 후 가해자 추정까지 되었지만 처벌은 없었다. 이 일로 캣맘들은 극심한 죄책감과 불안에 빠졌고, 하나의 결론에 이르렀다. 빌미를 주지 않는 것. 밥 주는 시간은 야간이나 새벽이 되었고, 밥자리는 더욱 으슥한 곳으로 숨어들었으며, 그릇조차 남기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2017년, 고양이 보는 것을 좋아할 뿐인 평범한 시민 하나가 공원 고양이에게 “아, 귀엽다.”라며 손짓을 했다. 그때 뒤에서 버럭 고함소리가 들렸다. “고양이에게 밥 주지 마요! 또 밥 주면 내가 쥐약 놔버릴 거니까!” 그 노성을 들은 시민은 고양이 밥을 가지고 있기는커녕 캣맘이나 캣대디의 존재조차 몰랐다.

하지만 위협 가득한 그 남성의 발언이 시민을 움직였다. 밥을 챙겨야 하는 고양이가 공원에 존재한다면 위협이나 공포 없이 밥을

먹을 수 있는 공식 급식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선례가 있어, 지자체에 요청할 수 있었다. 쉽지는 않았지만, 동물권 단체케어(CARE)의 도움으로 서울시와 공원관리사무소의 허가를 받은 공식 급식소가 설치될 수 있었다.

이 활동이 모두에게 환영받았던 것은 아니다. 싫어하는 사람뿐 아니라, 기존 캣맘들 역시 우려 섞인 시선으로 급식소를 바라본다. 혹시라도 혐오범죄의 대상이 되지는 않을까, 고양이들이 피해를 입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운 것이다. 다행히 지금까지 급식소를 통한 범죄는 없지만 여전히 캣맘과 급식소 사람들 모두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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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사람은 곳곳에 숨어 있어요

어려움과 부침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감사한 사람이 더 많다고 급식소 사람들은 말한다. 대표적으로 관리사무소 사람들이 있다. 공원은 넓고 고양이의 활동 시간은 다양한 데 비해 회원들이 급식소를 방문하는 시간은 짧기 때문에, 모든 고양이의 상태를 확인하기 어렵다. 반면 직원들은 오래 머무는 까닭에 공원 고양이의 파악이 쉬운 편이다. 어떤 고양이가 힘이 없어 보인다거나 아파 보인다, 혹은 아파 보였는데 이제 많이 나아졌다와 같이 기존 고양이의 상태를 알려주기도 하고, 어딘가에서 못 보던 얼굴을 보았다는 정보를 전달하기도 한다.

특히 신규 개체 유입 정보는 매우 중요하다. 그들을 위해 임시 급식소를 추가하여 기존 고양이와의 싸움을 최대한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공원의 도움이 있어 변화하는 상황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그런 존재는 또 있다. 여의도공원에 있는 모금함이다. 공원 방문객이 때때로 무심하게 얼마간 돈을 넣어준다. 금액은 사실 아주 약소해서 사료 한 봉지 살 만큼도 안 되지만, 급식소 사람들이 받는 것은 돈이 아닌 마음과 응원이다. 그래서일까. 얼마 전 누군가 모금함을 파손했지만 보수해서 다시 설치할 거라고 말하는 급식소 회원의 표정은 밝고 당당했다.

삶, 그 반가운 반복

길과 공원에는 이제 초록이 완연하다. 오가는 사람 속에, 무심하게 푸르른 녹음 속에는 수많은 생명이 각자의 삶을 살고 있다. 그중에는 15마리의 공원 고양이가 있다. 그리고 5개의 급식소와 6명의 급식소 회원, 다수의 캣맘이 있다. 또한 공원에 고양이가 있는지도 모르는 수많은 방문객과 호의 섞인 인사나 덕담을 건네고 가는 다수의 사람들, 고양이를 싫어하고 해코지하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 군상을 높은 건물과 차츰 다가오고 있는 재개발 계획이 감정 없이 내려다본다. 오늘도 회원 중 하나는 급식소를 돌며 밥과 물을 갈고 주변을 정리할 것이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혀를 차거나 욕을 할 것이고, 고양이는 그저 사람을 기다리며 그들에게 주어진 나무와 하늘, 바람과 물, 흙과 풀을 즐길 것이다.

CREDIT

김바다

사진 여의도공원 고양이 급식소

에디터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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