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Dear NERO
# 카리스마 짱인 네로
길냥이로서 흔치 않은 올 블랙 네로는 그 자체만으로도 카리스마가 있는데 아슬아슬 울타리 위를 유유자적 걷거나, 능숙하게 나무를 타는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반할 수 밖에 없는 네로다. 도도한 네로는 몇 년이 지나도 가까이 올 생각조차 안 해서 사람들이 늘 애걸하게 만든다.
#검은 고양이 네로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하고 제일 좋았던 건, 눈치 안 보고 길냥이들 밥을 줄 수 있다는 것. 아파트 살 때는 새벽에 몰래몰래 주다가, 지나가는 사람이나 경비 아저씨를 만나기라도 하면 죄인처럼 변명을 하곤 했었다. 2014년 6월 이사를 한 후, 마당에 길냥이를 위한 밥과 물을 준비해 두었고 네로를 처음 만난 건 그해 가을이었다. 빈틈없이 새까만 고양이를 본 건 처음이었고 보자마자 “넌 네로다.” 했던 기억이 난다.
# 네로의 마음을 가져보려고
네로를 위한 예쁜 밥그릇과 물그릇도 준비해주고, 러브와 펫찌의 집을 네로에게 선물했다. 기대했던 대로 네로는 밥 먹고 물 마시고, 집 위에서 일광욕도 하고 집 안에서 졸기도 했다. ‘이쯤이면 다가와 주려나? 다가와 주겠지?’ 하지만 또 김칫국이었다.
# 네로는 은근 카사노바였다
네로는 나쁜 남자 스타일인가? 별 액션도 안 하고 그냥 한참을 옆에만 있고 가만히 바라만 보더니, 둘이 눈이 맞아선 어디론가 간다.삼색이는 무척이나 다소곳하게 네로 뒤를 따르고 네로는 삼색이를 어디론가 이끌며 당당하게 걸어간다.
# 네로가 조금씩 다가온다
네로를 처음 보게 된 곳이 주방 창가였는데, 네로가 조금 더 가까이 온 곳도 그곳이다. 데크 테이블 위에서 한참을 바라보더니, 꽃사과 나뭇가지를 타고 다가온다. 그리고 야옹야옹. 문을 활짝 열어 주면 집 안으로 들어올 기세다. 어느 날 주방 창가에 나타난 네로. 그날 그 시간 바로 몇 분 전에도 알 수 없었던 묘연. 그리고 5년 후, 예쁘던 네로가 불과 몇 년 만에 많이 늙었다. 이제 5살... 길냥이 평균 수명이 3년이라는데 그래도 아직은 우리 곁에 있으니...
요즘 많이 마르고 구내염인지 침도 흘리고 털도 많이 빠졌다. 조금만 더 다가온다면 병원에 데려 갈텐데. 오늘은 다가오려나하며 기다려 본다. 지금은 항생제를 조금씩 먹이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많이 마르고 초췌해졌지만, 매일 아침 캔을 달라고 야옹야옹 하는 네로, 다행이다. 잘 먹기만 해도 고양이는 괜찮다. 그리고 네로가 아직은 힘이 있어서 다가오지 않는 거라고 생각해본다.
CREDIT
글·사진 박희선
에디터 김지연?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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