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생 2막
작은 고양이 호두에 대하여
군대에서는 골칫거리인 쥐를 잡기 위해 덫을 놓았다. 하지만 쥐덫에 걸린 것은 쥐가 아닌 고양이였다. 자칫 쥐로도 착각할 수 있을 만큼 작고 어린 새끼 고양이. 쥐는 아니었지만 다친 고양이 또한 곤란한 대상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어린 고양이가 쥐덫에 잡혔다
군부대 근처에는 마땅한 동물병원이 없었다. 물론 동물병원이 있다 한들, 군대에서 고양이를 병원에 데려다 주라고 지시했을 거라는 확신도 없다. 국방부에는 살서(殺鼠)나 동물에 대한 구제 대책이 별도로 없으니 말이다. 군인들은 뒷다리 가죽이 거의 다 벗겨진 새끼 고양이를 별다른 치료 없이 그냥 놓아주었다. 고양이는 헐레벌떡 그 자리에서 어디론가 모습을 감추었다. 다만 그 부대에서 근무 중인 군인 한 명만이 그 소식을 듣고 고양이를 쫓아갔다. 겨우 찾아낸 고양이는 애처롭게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는 남몰래 새끼 고양이를 돌봐주는 생활을 시작했다. 먹을 것과 깨끗한 물을 갖다 주었다. 하지만 심각한 상태의 뒷다리는 점점 악화되고 있었다. 치료가 필요했다. 하지만 주변에 병원도 없고, 병사 월급에 치료비도 걱정스럽고, 핸드폰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이메일로 동물단체에 연락을 취하는 것이었다. ‘쥐덫에 걸린 고양이를 구해주세요’. 그는 그렇게 카라에 어린 고양이의 소식을 건넸다.
그렇게 고양이가 왔다
고양이의 이름은 ‘호두’라고 했다. 호두는 쥐덫에 걸리고 얼마나 발버둥을 쳤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털가죽이 벗겨진 다리를 이끌고 몇 주를 버텨왔다고 한다. 상처가 심한 부위는 살이 많이 패여 있어 뼈가 보인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발의 붓기는 빠지지 않았다. 하루라도 빨리 병원으로 데려가는 게 우선이었지만 군인의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휴가 날짜는 멀었고, 전화 통화를 하기도 어렵고, 카라 활동가들이 부대에 면회 상태로 들리는 것도 불가능했다. 어떻게 하면 고양이를 데려와 치료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도중 그와의 연락이 뜸해졌다. 잘 지내고 있을까, 다른 곳에서 도움을 받았나. 한참 걱정하고 있을 때 그는 돌연 카라 더불어숨센터에 직접 방문했다.
안에 숨구멍을 뚫어놓은 커다란 박스를 안은 채로. 그는 휴가를 받아서 센터에 올 수 있었다고 했다. 상자 안에는 이야기로만 듣던 호두가 귀를 잔뜩 눕힌 채 하악질을 하고 있었다. 몸의 고통 따위는 하악질하는 데 전혀 문제되지 않는 듯이 맹렬한 모습이었다. 뒷다리를 빼고는 꽤 기운 있어 보였다. 고양이의 얼굴은 심각했지만 그 기세에 무척이나 다행스럽다고 생각했다. 카라 동물병원에서 진단한 고양이의 상태는 심각했다. 뼈는 부러졌다가 다시 붙고 있는 상태인데 피부와 근육의 손상이 무척 심했다. 이제라도 치료를 받게 되었고, 식욕도 좋아 걱정은 덜었지만 손실된 피부와 근육이 얼마만큼 다시 재생될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군인의 제대일은 5월이었다. 그는 제대 후 고양이를 입양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카라는 고양이를 잘 치료해 제대한 그에게 입양 보내기로 약속했다. 야생성이 무척이나 강한 호두였지만 어린 녀석이니 사회화를 계속 시도하면 반려묘로서 실내에서도 충분히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슬며시 만져본 호두의 가슴에서는 심장이 콩닥콩닥 뛰고 있었다.
너는 츄르의 멋짐을 아는 귀여운 고양이
군부대에는 호두 외에도 ‘짬타이거’라 불리는 길고양이들이 많이 있다. 군인들의 사랑과 돌봄 속에 잘 살고 있는 고양이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중성화가 안 된 상태이고 간혹 쥐덫 등으로 다쳐도 치료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발길에 채이거나 몽둥이로 폭행당하는 등 학대에 노출되는 경우도 있다. 호두의 경우는 무척 다행스럽고 운이 좋았다. 지금은 카라 동물병원에서 뒷다리에 붕대를 칭칭 감고 치료를 받고 있다. 사람 품에 안겨 핸들링을 받고 있고 하악질을 하는 도중에도 츄르는 잘 받아먹으며 인간들의 멋진 문명에 길들여지고 있는 중이다. 비록 츄르를 먹는 중에도 으르렁거리긴 하지만, 심심할까봐 호텔장에 달아둔 장난감을 향해 하악질을 하며 화를 내기도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었지만 호두는 하루하루 착실히 집냥이로서의 덕목을 갖춰가고 있다.
이제 곧 호두를 구한 군인이 제대를 한다. 그는 봄날의 따뜻한 볕과 함께 호두를 데리러 올 것이고, 호두는 이제 착실한 집사를 곁에 두고 두 번째 묘생을 시작할 것이다. 호두를 보며 세상의 길고양이들을 생각해본다. 그들 모두 안전하고 여유롭게 살았으면 좋겠다. 다치더라도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로 삶을 이어나갔으면 좋겠다. 그 연대가 당연한 다정한 날들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CREDIT
글 사진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김나연
에디터 김지연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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