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LTER
가족을 만날 때까지 잠시,
쉬어가개냥
나지막한 주택들이 서로 어깨를 맞대고 있는 용산구의 한 골목, 그 끝에 개와 고양이가 가족을 기다리며 잠시 쉬고 있는 한 2층 주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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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쉬었다 가는 곳
역사가 오래된 쉼터를 찾기란 쉽지 않다. 작년에 있던 쉼터도 해를 넘겨 가보면 문을 닫은 경우가 곧잘 있다. 어째서 그럴까. 여전히 쉴 곳이 필요한 동물은 많은데 말이다. 아마도 그만큼 쉼터를 유지하는 일이 어렵다는 뜻일 것이다. 말도 많고 부침도 많은 쉼터, 그래도 새 삶으로 도약하기 전, 잠시 쉬었다 갈이 작은 공간이 아프고 버려진 동물에게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2017년 1월 31일, 소리 소문도 없이 작은 쉼터 하나가 또 문을 열었다.
1층에는 <유기동물 행복을 찾는 사람들(유행사)>에서 위탁받은 개체를 포함한 총 15마리의 강아지들이, 1층 일부와 2층에는 50여 마리의 고양이가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며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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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못했던 시작
<쉬어가개냥>의 운영자는 10년차 캣맘이자 용산구 캣맘 협의회 회장인 이효남 씨다. 회장이라서 좋을 것은 딱히 없지만, 고양이 관련 민원이 들어오면 가봐줄 수 있느냐는 연락을 간혹 받곤 한다. 그런 전화 한 통이 <쉬어가개냥>의 시작이었다.
2016년의 끝 무렵, 겨울이 깊을 때였다. TNR을 하려는 사람이 있는데, 가서 이야기 좀 해봐달라기에 효남 씨는 별 생각없이 병원이나 소개해줘야겠다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 주택의 2층에 살고 있던 민원인은 얼음이 꽝꽝 어는 한겨울에 고양이 TNR을 하고 싶다고 했다. 효남 씨는 겨울은 고양이에게 위험하니 날 풀리면 하자 했다. 그러자 곧 이사를 가기 때문에 기다릴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어이없음과 답답함을 캣맘들은 아마 알 것이다.
밥자리는 어디 있느냐고 물었더니, 2층 자기 집 앞에 화장실과 함께 두고 있다고 했다. 이사를 가면 이 밥자리는 어떻게 되느냐 물었지만, 당연히 대책은 없었다. 지금 살고 있는 사람이 이사를 가버리면 당장 사라져버릴 밥자리였다. 게다가 혹시 고양이를 무서워하거나 싫어하는 사람이 이사 오기라도 한다면, 민원이 빗발치고 인근 고양이들까지 위험해질 수도 있는 문제였다. TNR은 안정적인 밥자리가 기본으로 보장되어야만 효과를 담보할 수 있다. 효남 씨는 민원인에게 그냥 두고 이사를 가라 조언하고 돌아 나왔다. 그때만 해도 인연은 거기까지일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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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마리로 시작한 작은 쉼터
6년이 넘도록 효남 씨가 관리해온 밥자리의 수는 약 100군데 정도이다. 가는 지역이 넓으니 당연히 보이는 고양이도 많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도 더 자주 만난다. 처음에는 구조 후 임보처에서 보호했다가 입양을 보내거나 방사했다. 세월이 갈수록 임보처는 조금씩 늘어났고, 입양가지 못하는 개체들도 생겼다. 시도 경계를 넘어 임보처와 병원을 오가며 하루를 흘려보내던 어느 날, 차라리 방 한 칸을 구해 직접 돌보면 길에 시간을 뿌리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2층집이 떠올랐다. 그렇게 쉼터가 태어났다.
입양 공고는 아무리 열심히 홍보를 해도 퍼지질 않는데, 쉼터 개설은 홍보를 하지 않아도 어쩜 그리도 잘 아는지. 여기저기에서 구조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소방서나 경찰서 같은 관공서에서 “보호소에 가면 안락사를 당할까 걱정되니, 선생님께서 맡아주세요.”라고 연락하기도 했고, 오랫동안 밥자리를 허락해준 이웃이 부탁하기도 했다.
효남 씨는 “세상에 있는 고양이를 내가 다 맡아서 케어할 수는 없지만, 제게 그렇게 연락이 온 고양이는 묘연이라 생각하고 맡았습니다.”라고 묻기도 전에 먼저 대답을 덧붙였다. 어쩌면 듣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어떤 질문을 할지 효남 씨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같은 질문을 너무 많이 받아서, 그리고 같은 질문을 스스로 너무 많이 해서 묻지 않는 질문에도 스스로 대답을 꺼내게 된 것인지도.
책임일지 묘연일지 모를 그 힘은 너무도 강해서, 1년 만에 <쉬어가개냥> 쉼터의 묘구 수는 3배가 늘어 50마리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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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의 의미
<쉬어가개냥> 쉼터는 길에서 힘들게 산 고양이들에게 잠시간의 휴식과 새로운 가족을 만날 수 있는 기회 제공을 목적으로 한다. 그렇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런 의도나 목적, 운영자의 노고나 그곳에 있는 동물의 아픔 같은 것은 생각지 못하기도 한다.
효남 씨는 키우던 고양이를 쉼터에 맡기고 싶다는 전화를 자주 받는다고 한다. 그럴 때면 “제게 유기하시겠다는 건가요?”하고 묻는데, 상대는 미안한 기색도 없이 “네.”라고 대답한다고. 그러면 효남 씨는 “그런 건 본인이 알아서 하세요.”라고 거절하는데, 가끔은 “동물을 거절하면서 무슨 동물 보호 활동을 한다는 거냐!”며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이 말도 안 되는 논리에도 효남 씨는 마음이 무거운지 “이 일이 참 애매해요.”라고 힘없이 말했다.
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힘겹게 살고 있는 동물을 건사하는 것만으로도 허리가 휘청거리는 것이 캣맘, 캣대디, 구조 활동가, 쉼터 운영자 들이다. 길 위의 구조가 필요한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 생각이나 의지가 없다면 적어도 자기가 자기 손으로 들여 길들이고 함께 나이 들어온 동물에 대한 책임은 다해야 하지 않을까? 그들을 구조하지 않는다고 활동가에게 누가 비난할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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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1년을 넘긴 이 작은 쉼터는 이미 포화 상태에 달했다. 잠시 구조를 멈추고 숨을 고르는 중이라면서도 만약 공공기관에서 요청이 들어오거나 길에서 아픈 고양이를 보게 된다 해도 구조하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는 “모르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효남 씨는 “눈을 감을 수 없는데,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겠어요?”라고 되물었다. 지금 어딘가에서 버려지고 지친 동물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 쉼터가 있다면, 아마 다들 같은 마음일 것이다.
쉼터 운영자들은 모두 하나같이 쉴 곳이 필요한 동물들에게 무엇을 해줘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우리도 우리가 사랑하는 그 동물들을 위해 노력하는 그들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할지 고민하고 실천해보면 어떨까? 활동가들에게도 잠시 쉬면서 숨을 돌릴 쉼터 같은 존재가 필요하지는 않을까?
*<쉬어가개냥>에 관심이 있다면
http://cafe.naver.com/takecare2017
CREDIT
글·사진 김바다 | <이 많은 고양이는 어디에서 왔을까?> 저자 ?
에디터 박고운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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