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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뜰 날이 온단다, 아름품 터줏대감 …

  • 승인 2018-01-22 12: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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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생 2막

해 뜰 날이 온단다

아름품 터줏대감 구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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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드리우다

구름이가 카라의 아름품 보호소로 들어온 건 2015년 말이다. 카라가 치료를 지원하는 고양시의 ‘달봉이네 보호소’란 곳에서 건너왔다. 그곳은 원래 강아지 보호소인데 길고양이들이 눌러앉으며 고양이도 품기 시작했다. 구름이는 160마리의 강아지들 사이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보호소란 이름은 붙었지만 어엿한 시설이라 하기에 너무 열악한 곳이었다. 동물들은 컨테이너 박스에서 옹기종이 붙어 더위와 추위를 이겨낼 수 있었다. 그러나 같은 이유로 질병이 생기면 더욱 쉽게 번졌다. 카라의 도움 없이는 동물들의 치료가 불가했다.

구름이도 고양이 간 접촉으로 옮는 허피스 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려 있었다. 이 병은 상부 호흡기 질환으로 콧물과 재채기, 식욕 부진, 고열을 동반해 사람 질병 중 감기와 유사하게 보이나, 심각한 안구 질환까지 유발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결막염을 시작으로 각막염, 안구 건조증, 포도막염 등 광범위한 질병으로 이어지는데 이 병이 마수와 같은 건 나이 어린 고양이들에게 쉽게 도래하기 때문이다. 구름이는 허피스 증세가 심해 눈이 붙어버린 상태에서 카라의 손길을 만났다. 치료는 성공적이었으나 각막이 하얗게 올라오는 후유증이 남았다. 눈에 구름이 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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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이 반짝이다

자, 이제 구름이를 만나보자. 방묘문을 열고 들어간 구름이의 방에는 다섯 마리의 고양이들이 더 있었다. 버선발로 뛰쳐나와 외부인에게 몸을 부비는 녀석들을 떼어내고 구름이를 찾았지만 바로 눈에 띄지 않았다. 몸을 낮춰 찾아보니 구석의 고양이 집 안에 들어가 웅크리고 있었다. 간혹 취재 중 사람을 극도로 피하는 고양이들을 만난다. 학대의 기억이 있거나 야생성이 남아있거나, 둘 중 하나다.

구름이도 그런 걸까? 딸랑딸랑, 활동가가 장난감을 흔들어 관심을 끌자 다행히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고개를 내밀어 준다. 고맙게도 구름이에게 인간을 향해 친 벽은 없었다. 다만 낯선 존재에겐 선을 하나 긋고 천천히 친해지길 바라는 성격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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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두고 구름이에게 눈인사를 건넸는데 이상한 게 보였다. 눈을 덮었던 뿌연 구름은 사라졌지만, 대신 반짝거리는 별빛이 들어 있었다. 그 빛은 1초에 두 번씩 깜빡, 깜빡거렸다. 구름이를 소개해 준 박아름 활동가에게 묻자 ‘안구진탕’이란 병명이 돌아왔다. 무의식적으로 눈이 리듬감 있게 진동하는 증상이다. 안구가 원하는 주시점을 찾지 못해 이를 회복하려 빠르게 동작하는 것인데 그럴 때마다 반사각이 변해 별이 반짝이는 것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그러나 안구진탕은 꼭 병적인 문제를 동반하진 않는다.

활동가도 구름이가 겉보기만 특이할 뿐 정상 생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이 말은 구름이의 입양을 희망했던 사람들에게 수없이 해준 말일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구름이는 보호소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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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떠라

구름이가 아름품 보호소에 온 지 2년이 됐다. 이곳에서 가장 오래 머물고 있는 고양이다. 그동안 많은 고양이들이 구름이의 룸메이트가 되었다가 따스한 가정의 품으로 떠났다. 구름이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임시 보호를 세 번 떠났지만, 다시 보호소로 돌아왔다. 그중 한 번은 박아름 활동가가 좁은 곳에 오래 남아 있는 게 안쓰러워 품었다.

활동가의 집에서 구름이는 다른 고양이라 생각될 만큼 활발했다고 한다. 장난감으로 논 경험이 적어서 그런지 밤새도록 장난감과 씨름하고, 골골 소리도 적극적으로 내며, 밤이면 몸에 기대 밀착해서 자는 애정 넘치는 아이였다. 활동가의 집에 있던 다른 고양이와도 시간이 조금 지나자 한 배에서 태어난 형제처럼 사이좋게 지냈다고. 그도 그럴 것이 고양이들의 유출입이 잦은 보호소에선 친구가 될 때쯤 모두 떠나가 버린다. 구름이가 예민하고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말은 구름이와 보호소의 사정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명백한 오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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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의 많은 이들이 구름이의 입양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 이유를 묻자 “보호소에서 입양 서열에 밀려 삶을 다하는 고양이의 대표이기 때문”이란다. 구름이는 입양의 아주 작은 악조건들이 겹쳤다. 일단 눈이 이상하다. 정상적으로 기능하지만 겉보기엔 그렇다. 그리고 선호도가 낮은 카오스 고양이다. 흔히 말하는 개냥이, 무릎냥이도 아니다. 끝으로 나이를 좀 먹었다. 이제 겨우 두 살이지만 수요가 많은 아기 고양이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입소 수속을 밟고 있다.

이렇게 조금씩 입양의 ‘황금 조건’에서 비껴 간 구름이들이 부지기수다. 지금이 밤이라면 하늘을 한 번 보자. 분명 달에 시선이 갈 것이다. 그러나 정작 하늘의 대부분을 채우는 건 잘 보이지 않는 구름들이다. 지극히 평범한 보호소 고양이 구름이, 그리고 수많은 구름이들에게 해 뜰 날을 고대하며 입양 공고를 띄운다.

* 구름이의 입양에 관심이 있다면

www.ekara.org/parttake/adopt

CREDIT

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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