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 vs CAT
우리 집에 왜 왔니
회색빛 생활, 고양이로 컬러풀해지다?
6년째 유학생활을 하면서 나에게 외로움과 우울함은 굳은살처럼 익숙했다. 그러나 요즘 같은 겨울마다 베를린의 하늘은 회색빛으로 가득해서 조용히 가라앉은 우울함을 굳이 수면 위로 끄집어냈다. 학교생활과 아르바이트에 치여 매일같이 지치거나 외로웠던 나의 삶이 변한 것은 미미와 모모를 만난 직후였다. 미미는 우리 집 첫째다. 8개월 된 여자아이고, 동거한 지 3개월이 되었다. 둘째의 이름은 모모. 3개월 된 남자아이고, 우리와 가족이 된지 한 달이 지나간다.
처음 미미를 데려온 계기는 나의 외로움을 채워주기 위한 친오빠의 생각이었다. 고양이를 처음 키워 배워야 할 것이 많았다. 주위에 있는 지인에게 물어보고 책을 찾아보면서 고양이 지식과 정보를 수집했다. 그것이 내 나름의 방식으로 하는 미미를 위한 노력이었다. 하지만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하루 중 정해진 시간에 집을 비워야했다. 나는 홀로 집을 지키고 있는 미미의 외로움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렇게 미미를 데려온 지 2개월 후에 모모를 입양하게 되었다.
태어난 지 2개월 된 모모의 털은 세상에 태어나 한 번도 빗질한 적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알 수 없는 퀴퀴한 냄새도났다. 모모의 반려인은 독일인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의 집은 작은 원룸이었다. 그 안에는 존재 자체로 두려움을 줄 정도로 큰 개와 방 한쪽 벽에 자리 잡은 새들, 그리고 그 옆에 문 열린 기괴한 새장이 있었다. 그 작은 공간이 준 인상은 실로 거대했다. 아마도 모모는 방치된 채 살아왔을 거란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자로 돌변한 미미와 운둔 생활 시작한 모모?
?모모를 데려오기 전에 나는 미미와 모모가 서로 그루밍 해주고 의지하는 그런 다정한 남매처럼 지낼 것이라고 상상했다. 그러나 상상은 곧 망상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처음 모모를 데려왔을 때, 나는 천사 같던 미미가 사자로 돌변하는 것을 보았다. 그렇게 미미와 모모, 나의 동거생활이 시작되었다.
처음 모모는 미미를 보면 지레 겁을 먹고 잽싸게 도망갔다. 그럴 때마다 모모는 자신의 아지트인 거실에 있는 검은 소파 밑으로 숨었다. 소파 밑은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몸집이 작은 모모만 들어갈 수 있었다. 모모를 나오게 하는 방법은 있는 힘을 모아서 소파를 들어 올리는 거였다. 소파 들어 올리기를 수차례 반복하고 나서야 모모는 서서히 소파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레슬링 즐기는 사이가 되기까지?
며칠이 지나고, 모모는 미미에게 먼저 장난 아닌 장난을 걸었다. 그런데 문제는 미미의 심기가 매우 불편하다는 거다. 모모가 미미에게 치근덕거릴 때마다 집안에는 냉기가 흐르고 나는 왜인지 미미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 모모는 눈치를집 밖으로 내던져버린 것 같았다. 모모의 몸집이 커지면서 같이 자란 배짱은 미미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미미는 참는것인지, 귀찮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눈빛만큼은 사뭇 달라졌다. 동거 초반에 자주 보여줬던 사자 미미의 모습도 드물게 보게 되었다. 모모에 대한 미미의 눈빛과 태도는 확실히 유순해지고 있었다.
모모가 우리 가족이 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미미와 모모는 아직도 싸움 아닌 싸움을 하며 지낸다. 사실 장난을 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어떤 형태의 ‘정’이 생겼다는 것이다. 미미와 모모는 서로의 몸을 누르거나 힘껏 쳐내면서 웃기지도 않은 레슬링을 하고, 어떨 때는 한 마리가 뛰면 다른 한 마리가 뒤쫓아 술래잡기를 하며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기도 한다. 특히 모모는 미미의 꼬리를 깃털 장난감인양 가지고 놀고, 돌발적으로 자신의 몸을 내던져 미미 얼굴을 강타하기도 한다. 이는 정작 미미는 이해하지 못하는 모모 나름의 애정표현이다. 혹여나 미미가 울 때면 내 품에 안겨있던 모모는 곧바로 미미에게 달려간다. 미미도 모모가 안 보이면 찾는 듯한 눈치다. 내가 잠깐 샤워하고 돌아오면 둘은 같은 침대에 누워있기도 한다. 그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슬며시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상반된 성격의 두 고양이, 이제는 내 보물?
하루 종일 학업과 일에 치이고 집에 들어오면 몇 시가 되었든 미미와 모모는 항상 문 앞에서 나를 반긴다. 그러면 나는 잠이 덜 깬 그 눈을 들여다보면서 위로를 받는다. 나에게 미미와 모모는 회색빛 하늘 아래 활기를 주는 활력소다.상반된 성격을 가진 이 두 녀석과 어떻게 동거생활을 할 수있을까 했던 내 걱정은 기우였다. 어떻게든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를 보면 ‘이렇게 또 사는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처음 독일에 와서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하나 했던 내 두려움이 어떻게든 열심히 살아가는 지금의 나를 만든 것처럼. 치고 박고 말리고... 우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만든다. 그렇게 일상을 쌓으면서 오늘도 하루를 시작한다.
CREDIT
글·사진 박민
에디터 박고운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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