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 STRANGER
제주라서 행복한 고양이
송당나무 편?
제주는 여전히 고양이 천국
길을 걷다가 문득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시선이 하늘에 닿기도 전에 담벼락에 멈췄다. 그곳에선 작은 고양이 한마리가 따뜻한 햇살에 몸을 담그고 아주 행복한 표정으로 잠을 청하고 있다. 내 눈에만 이런 모습들이 보이는 것일까. 요즘 제주도에서는 이처럼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그들이 지금 행복한 것인지 추위에 떨며 먹이를 찾아다니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세한 이야기는 알 수 없지만, 고양이들이 자주 다니는 길목에 밥그릇과 물이 정성스럽게 놓여 있는 모습이 예전보다 많이 보인다. 고양이라면 치를 떨며 쫓아내기에 바쁘던 이곳 사람들이 점점 변해가고 있는 것일까.?
꽃과 커피, 고양이가 있는 온실
오랜만에 제주도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고양이를 만나러 길을 나섰다. 지인이 고양이들이 너무 행복해 보이는 곳이 있다며 소개해 준 ‘송당나무’. 이곳은 멋진 식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온실카페다. 따뜻한 온실 속에서 향기로운 꽃향기와 은은한 커피 향이 어우러져 분위기가 요즘 말로 깡패 수준이다. 그런데 여기에 고양이까지? 생각만으로도 행복하다.
제주도에서 가장 오름이 많은 동네인 송당리는 최근 몇 년간 엄청나게 발전해 카페며 식당이며 없는 것이 없는 시골동네다. 고양이들이 지내기에도 좋은 마을이긴 하지만 큰개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기로도 유명한 곳이라 고양이들의 안전이 걱정스럽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 카페는 마을에서 조금 떨어져 있고, ‘이런 곳에 무엇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주 외딴곳에 위치해 고양이들의 낙원이 되기엔 충분해 보였다.?
달콤한 디저트 곁엔 녀석들이
‘온실카페’라는 태그가 근사하게 잘 어울리는 통유리 건물안에는 다양한 종류의 식물들이 빼곡하게 진열되어 있다. 그리고 무성한 식물들 사이를 사뿐사뿐 뛰어다니는 어린 고양이들이 눈에 띄었다. 태어난 지 2~3개월 정도 된 아깽이 2마리가 손님들이 먹던 달콤한 디저트 주위를 맴돌며혀를 내밀더니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슬그머니 맛을 보고있었다.
그 손님들이 다시 돌아와도 여전히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 아깽이들과 그 모습을 지켜보며 혹시나 배탈이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손님, 왠지 흐뭇해지는 광경이다.?
이곳에는 2마리 아깽이 외에도 3마리의 고양이가 더 있는데, 이 5마리 고양이들 중 까만 옷에 하얀 장화를 신은 모습의 고양이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토리’라는 이름을 가진 이 고양이는 4년 전 제주도로 건너온 ‘송당나무’의 주인장이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강아지가 물고 온 새끼 고양이의 주인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바로 달려가 만나게 된수컷 고양이다.
그리고 현재 카페에는 없지만 ‘토리’와 함께 키우기 시작한 고양이인 ‘나무’가 바로 나머지 4마리 고양이의 엄마다. ‘나무’는 마을 안쪽에서 가게를 준비하고 있을 때 만난고양이다. 캄캄한 밤에 하얀 솜뭉치가 지나가는데, 누가보아도 집에서 기르던 고양이임을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는 페르시안 고양이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실종신고가 들어왔는지 확인을 해봤지만 아무도 없어 집으로 데려왔다고.
수컷인 ‘토리’와 암컷인 ‘나무’의 사이가 좋지 않아 떼어놓기로 결정하고 수술할 시기를 때마다 놓쳐버려 3번의 출산 후 수술에 성공했다. 그래서 현재 ‘나무’의 새끼인‘라봉’, ‘마리’, ‘낭낭’, ‘먼지’ 그리고 ‘토리’는 오픈한 지 1년 된 ‘송당나무’에서 생활 중이고, 암컷인 ‘나무’와 ‘당근’이는 다른 곳에서 지내고 있다는 후문이다.?
자유롭게, 더 자유롭게
수컷 고양이들만 지내고 있는 이 카페에서는 대장인 ‘토리’가 고양이들끼리 다투지 않게 그 역할을 잘 해내고 있는데, 밥 먹는 시간이 되면 재미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무’가 처음으로 낳은 고양이인 ‘라봉’이가 막내인 ‘낭낭’이와 ‘먼지’를 질투해 겸상을 하지 않고 그 고양이들이 밥을 다 먹을 때까지 옆에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그래도 싸우지 않고 잘 지내는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아이와 함께 이 카페를 많이 찾곤하는데, 외출하는 고양이들이긴 하지만 어디에 있든 주인장이 부르면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오듯이 멀리서 방정맞게 뛰어오는 모습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멀리에 있어도 ‘토리야~, 라봉아~’라고 부르면, 꼬리는 천천히 흔들고, 발은 총총하며 달려오는데 진정한 ‘개냥이’의 모습으로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자유롭게 들판을 뛰어다니며 뱀도 잡고, 쥐도 잡으며 놀다가 밥 먹을 시간이 되면 카페로 들어와 배를 채우고 따뜻한 햇살 아래 잠도 청한다. 이곳의 고양이들은 진정한 천국에서 지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같이 험악한 세상에 좁은 방에서 보호받으며 지내는 고양이들도 나름 호강하는 삶일 테지만 적당한 보살핌과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들판에서 지내는 이곳 ‘송당나무’ 고양이들이야 말로 호강하고 사는 행복한 고양이들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CREDIT
글·사진 조아라
에디터 이은혜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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