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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은 고양이 배지를 받다가 온다네

  • 승인 2018-01-10 14:3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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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은 고양이 배지를

받다가 온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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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배지로 시작된 인연

그녀와의 인연은 고양이 배지에서 시작되었다. 책방 오픈 두 달이 지나가는 늦은 저녁, 여성 두 분이 책방에 들렀다. 책방 앞 아파트에 사는 그녀는 어머니가 먼저 책방을 방문한 뒤 한번 가보라며 이곳을 알려주었다고 했다. 의정부에 동네 책방이 생긴 것도 반갑고 신기한데 반려동물 책만 판다고 하니 꽤 놀라워했다. 4살 고양이 ‘코니’의 집사이기도 한 그녀와 길냥이 밥을 챙겨주시는 어머니 얘기부터 반려묘 얘기까지, 대화는자연스럽게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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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이야기한 뒤 그녀는 고양이 집사답게 일러스트레이터 미스캣의 사계절 고양이를 그린 그림에세이 <또 고양이>를 구매했다. 그리고 수줍게 내게 ‘선물이에요’라는 말과 함께 무언가를 내밀고 책방 문을 나섰다.

‘고양이 배지’였다. 배지만 주고 후다닥 나가버리는 바람에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못했고 누가 만든 것인지 배지에 관한 아무런 정보도 알 수 없었다. 손님에게 선물을 받았다는 기쁜 마음에 인스타그램에 사진과 글을 게재하며 고마움을 대신했다. 그것이 그녀와 나의 첫 인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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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이자 동네 주민

이후 그녀는 동네 햄버거 가게에 햄버거를 사러 갈 때 잠시 들르기도 하고 어머니랑 마트에서 장을 본 후 함께 오기도 했다. 때로는 언니와 함께 발걸음했다. 그녀는 명실상부 우리 책방의 단골손님이 되었다. 우리 서점의 단골손님 기준은 간단하다. 세 번 이상 방문하여 물건을 사면 단골이다.

알고 보니 그녀는 ‘나라초이(@naraaa02)’라는 필명으로 고양이 그림을 그리고 배지도 만들고 매년 달력도 만드는 능력자였다. 보통 고양이를 모티브로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일러스트레이터나 혹은 그와 비슷한 직군의 사람일 거라 짐작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그림 계열과는 전혀 다른 평범한 회사생활을 하는 사람이었다. 어렸을 적 진로를 미술로 하기 위해 그림을 배웠던 적은 있지만 그 일이 자신의 천직으로 되진 않았고 지금처럼 취미로 그림을 그리며 일상의 소소한 재미를 누리는 게 만족스럽다고 한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고 반려묘 ‘코니’와 함께 생활한 후 고양이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생겨 고양이 그림을 그리는 그녀. 표정이 풍부한 고양이 그림은 아니지만 뚱해 보이는 표정과 뚱냥이스러운 매력을 담아내 그리는 게 우리 단골 그림의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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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가족 모두가 애묘인”

사실 그녀에게는 지금 키우는 코니가 첫 고양이는 아니다. 2012년 첫번째 반려묘 똘똘이가 집에 온 후 몇 년 지나지 않아 고양이별로 떠났을 때 가족들은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 평소 어디가 아팠더라면 병원 치료도 다니며 마음의 준비를 했을 텐데 너무나 갑자기 닥친 일이라 어찌해 볼 도리없이 똘똘이를 떠나보냈다. 가족 모두 고양이는 처음이라 서툴기도 했고 고양이에 대한 정보도 부족했었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둘째 코니를 가족으로 맞아들였고 똘똘이처럼 갑자기 이별하게 되는 일을 겪지 않으려 코니를 더 세심히 살피게되는 동안 가족들에게도 작은 변화가 생겼다.

첫째 딸은 지금의 반려묘 코니를 데려왔고 둘째 딸은 코니를 모티브로한 그림을 그린다. 어머니는 코니를 보살피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길냥이들까지 챙기는 캣맘이 되셨다. 어머니 핸드폰 사진첩에는 코니와 함께 길냥이 ‘에코’의 사진도 자리 잡고 있다. 심드렁하던 아버지도 코니를 보고 피식 웃으시는 일이 자주 있다고 하니 이만하면 가족 모두가 애묘인이다. 고양이 한 마리가 가정의 분위기를 바꾸고 고양이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그렇게 애묘 가족이 되었다.

고양이의 매력이 뭐냐고 묻는 질문에 그녀는 ‘고양이 하면 다들 도도하고 우아한 자태라고 생각하는데 그와 상반되게 어설프고 어수룩한 모습을 보일 때도 많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엽다’고 한다. 직장을 다니며 그림을 그리는 것이 소소한 재미라 만족한다는 그녀. 앞으로도 그림도 그리고 다양한 활동을 하며 반짝이는 즐거움을 간직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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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책방을 하면서 시작된 변화

반려인과 반려동물을 위한 서점을 열려고 마음먹었을 때 책을 팔아서 돈을 벌어야겠다는 다부진 포부는 없었다. 책 팔아서 돈을 벌기란 쉽지 않은 구조이기에 진즉에 포기했다고 생각하는 게 맞다. 그럼 굳이 돈도 못버는 동네 책방을 그것도 반려동물 책만 팔려고 했느냐라는 의문점이 들지도 모른다. 최우선적으로 생각한 건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인연을 쌓고 싶었다. 책을 좋아하고 반려동물을 좋아하고 공간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알아가다 보면 왠지 이제까지는 없었던 좀 더 새롭고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에서다.

강아지 밖에 키워본 적 없던 내가 고양이에 대해 알아가며 길고양이들의 곁을 살피게 되었고 TNR에도 관심을 가지며 활동하는 단체를 후원하는 일도 고려하고 있다. 손님들은 오며 가며 서점을 방문하는 고양이들의 안부를 묻곤 한다.

또한 창작자들의 재능을 알리고 동물들을 향한 관심을 도모하기 위해 동물 관련 작가들의 그림을 정기적으로 전시한다. 작가들은 자신의 그림을 누군가와 나눌 수 있어 좋고 다양한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손님들은 그림을 보고 기쁨과 위로를 받으며 재능 있는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되는 인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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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을 방문하시는 거의 모든 분께 여쭤보는 질문이 있다. ‘반려동물 키우세요?’이 질문으로 새로운 인연이 시작되는 곳. 인연을 쌓아가는 곳.그런 곳이 되고 싶다.

지금 페이지에 눈을 맞추며 내 글을 읽을 누군가에게도 활자를 통해 수줍게 말을 건다. 어서 오세요, 작은 책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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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사진 심선화

그림 지오니

에디터 이은혜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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