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령화 가족
밤잠은 꼭 할머니 곁에서
결혼 후, 내가 엄마와 고양이들과 주로 함께하는 때는 주중 퇴근 이후의 시간이다. 고단한 몸으로 집으로 들어서면 꽃비가 가장 먼저 달려나와 배를 보이며 뒹굴뒹굴 애교를 부린다. 엄마는 나의 도착과 함께 늙은 딸이 배가 고플까 서둘러 국을 끓인다. 그리고 이 시간이면 늘 영양제를 섞은 맛있는 간식을 챙겨준다는 것을 기억하는 꽃비가 엄마를 재촉한다.
엄마는 익숙하고 빠른 손놀림으로 꽃비를 먼저 챙기고, 순돌이가 먹을 간식도 준비하신다. 그렇게 아빠, 나와 고양이까지 가족 모두의 저녁을 챙기는 일이 끝나면 엄마는 좋아하는 드라마 시청에 돌입하신다.
이때부터 집 안 곳곳을 다니던 고양이들도 슬슬 엄마곁으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해가 짧아진 요즘은 고양이들이 엄마 곁에 모이는 시간도 더 당겨졌다. 그렇게 고양이들은 밤잠을 꼭 엄마 곁에서 잔다. SNS에 올리는 사진 대부분이 이 시간 즈음에 촬영된 것들이다.
엄마와 고양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애틋한 모습을 보여주는 때가 바로 이 잠들 무렵의 시간이다. 고양이들은 대개 몸의 일부라도 엄마 곁에 닿은 채로 잠을 청한다. 깨어 있는 동안 각자의 일상을 보내며 무심한 듯 지내다가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며 다정해지는 시간인 것이다.??
평소 엄마는 고양이들이 편하게 잠들도록 좋아하는 이불을 깔거나, 이불 속으로 쉽게 들어가게 동굴을 만들어 주시기도 한다. 여름이면 삼베 이불을 즐겨 덮는데, 순돌이 잠자리에도 풀 먹인 삼베 이불을 깔아주신다. 그리고 꽃비와 베개를 나누어 베기도 하고 엄마 팔 을 내어주실 때도 있다. 고양이들은 가족 중 엄마 곁에서만 밤잠을 자는 것으로 엄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현하는 것 같다. 종종 큰 소리로 나를 불러 안방으로가 보면 엄마 곁에 곤히 잠든 녀석들을 자랑하듯 보여주신다. 분명 고양이들에게 특별한 존재라는 것에 엄마도 큰 행복감을 느끼시는 것 같다.
일찍 깨는 고양이들이 이른 새벽 ‘우다다’를 할 때면 엄마가 잠을 설치시기도 해서, 안방 문을 닫고 주무시라 말씀드린 적이 있다. 하지만 밤이면 엄마 곁에 있으려는 녀석들 때문에 차마 문을 닫지 못하셨다. 경주 나들이로 많이 피곤하셨던 날, 엄마는 텔레비전을 켜둔채 잠이 드셨다. 그리고 엄마와 떨어진 시간이 길었던탓일까. 고양이들은 다른 날보다 엄마 곁에 더 찰싹 붙어 잠이 들었다.??
CREDIT?
글·사진 정서윤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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