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찌로고

인생에 정답은 없어요 이 나무고양이처럼…

  • 승인 2017-11-27 10:30:25
  •  
  • 댓글 0

아틀리에의 고양이

인생에 정답은 없어요 이 나무고양이처럼

목조각가 윤소라?

최근 몇 년간 애묘문화가 확산되면서 고양이 화가나 고양이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이는 부쩍 늘었다. 하지만 고양이 목조각을 하는 이는 왠지 만나기 어렵다. 날카로운 칼을 다루는 작업의 난이도도 있겠고, 한번 잘못 깎으면 돌이키기 힘든 재료의 특성 탓도 있을 것이다. 목조각가 윤소라의 나무고양이 작품이 반가운 것도 그 때문이다.

71919e55d327436600b0420430935ad5_1511745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스튜디오앤캣은 목조각가 윤소라의 작업실이자 체험공방이다. 처음엔 빨강머리 앤(anne)처럼 여자 이름과 고양이를 결합한 명칭인가 했더니 ‘앤드(and)’의 앤이란다. 평소 목각뿐 아니라 가죽공예와 도예 등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은데, 그런 다양한 장르의 작업을 할 때면 늘 고양이 형상이 빠지지 않아 작업실 이름도 ‘앤캣’으로 정했다. 집에서 감자와 참치, 두 마리 고양이를 키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양이를 주제로 한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공방은 원래 치킨집이 있었던 곳이라 길고양이 손님이 많이 찾아온다. 마음 편히 숨어서 밥 먹으라고 자투리 나무로 급식소도 만들어줬다.

“원래는 건축을 전공했어요. 하지만 워낙 야근이 많은 직업이라 결혼 후에 그만두고 디자인 일을 하기도 하고, 파트타임 일도 했어요. 그러면서 집에서 취미로 목가구도 만들고 재봉틀로 소품도 만들었는데, 고양이를 키우게 되니까 나무로도 고양이를 만들어보고 싶은 거예요. 집 근처에 황룡산이 있어서 버려진 나뭇가지를 주워 와서 무작정 깎기 시작했죠.” 버려진 나무로 고양이 조각을 만드는 일에는 목가구를 만들 때와는 다른 즐거움이 있었다. 목가구를 만들 때는 재료를 서로 맞물릴 때 1mm의 오차도 없어야 했다. 비뚤어지거나 틈새가 생기면 하자 있는 물건이 되고 말았다. 조금도 틀리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창조의 즐거움을 빼앗아갔다. 그건 마치 답이 정해진 인생을 사는 것처럼 갑갑했다.

71919e55d327436600b0420430935ad5_1511745

하지만 고양이 목조각은 달랐다. 쓸모없이 굴러다니던 나무토막을 원하는 형태로 깎아 생명을 불어넣을 때의 마음도 뿌듯했고 ‘내가 깎는 만큼, 거기까지가 답이다’라는 유연한 생각도 좋았다. “나무로 스푼을 만들 때도, 고양이 조각을 할 때도 정해진 답이 없는 게 가장 큰 매력이에요.”

처음엔 공방까지 낼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나무 깎는 먼지가 많이 나고 고양이가 발에 상처를 입기도 해서 공방을 본격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2017년 3월경부터 본격적으로 공방을 시작했고, 요즘은 일주일에 이틀씩 일반인 대상 강좌를 연다. 수강생들이 나무를 깎아 소품을 만드는 동안 그는 자투리 나무를 집어 들고 슬렁슬렁 깎기 시작한다. 수업 전에는 대략 스케치만 해놓고 수업 중에 틈틈이 깎다 보면 서너 시간 뒤에 손바닥만 한 작은 고양이 조각이 완성된다. 그렇게 공방에 조그마한 고양이 형상의 작품들이 늘어갔다.

71919e55d327436600b0420430935ad5_1511745

71919e55d327436600b0420430935ad5_1511745

나무의 따뜻한 색감과 질감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고양이의 특징을 그대로 담은 생활소품은 꾸준히 사랑받는 스튜디오앤캣의 대표 작품이다. 식빵 굽는 고양이가 손잡이에 의뭉스럽게 앉아 있는 볶음주걱, 고양이 발 모양의 냥발 집게, 뚱뚱보 냥이처럼 불룩한 배를 지닌 접시까지 나무로 만든 소품들은 하나쯤 집 안에 두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다.

“실용적인 주방도구를 만들 때도 고양이가 주는 느낌을 생각하며 만들어요. 냥발 집게가 그런 경우인데요. 고양이는 공손한 면이 없잖아요, 도도하고…. 그런 고양이가 공손하게 앞발을 모아 과자를 집어주는 모습을 생각하는 거죠. 밥주걱도 ‘고양이가 앞발로 떠주는 밥은 느낌이 어떨까?’ 하고 상상하면서 깎은 거예요. 주방도구를 무심코 걸어두었을 때도 고양이가 내게 오는 것처럼 보이게, 그냥 놔둬도 전시 같은 느낌이 드는 형태로 만들었죠.” 어떤 물건을 볼 때 동그란 눈이 두 개 있는 듯한 모습으로 보일 때면, 자기도 모르게 ‘저 모양을 고양이랑 결합해서 만들면 좋겠다’ 하고 생각한다. 고양이 모양을 한 무전력 우드스피커도 그렇게 탄생했다.

71919e55d327436600b0420430935ad5_1511745

71919e55d327436600b0420430935ad5_1511745

공방에는 칼이나 톱 같은 위험한 도구들이 많고, 나무를 자르고 깎을 때 나는 먼지도 많아 집에 있는 고양이를 데려오진 못한다. 대신 두 마리 고양이를 꼭 닮은 조각을 만들어 작업실에 뒀다. 터줏대감처럼 듬직하게 앉아 책 읽는 흰 고양이가 첫째 감자다. 남편이 감 씨여서 ‘감 씨네 집 아들’이란 뜻으로 이름을 지어줬단다. 물론 둘째 참치를 꼭 닮은 조각도 있다. 고등어 무늬를 한 참치는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너무 작고 어려서 멸치 같았다. 그래서 나중에 참치만큼 커다래지라고 큰아이가 지어준 이름이었다. 현재 감자는 세 살, 참치는 두 살. 한 살 어린 동생인데도 싸우면 참치가 이기고 감자가 진다. 역시 이름값을 하는 모양이다. “처음에 둘을 합사할 때 참치는 아무렇지 않게 제 집처럼 돌아다녔는데 감자가 오히려 참치를 경계하더라고요. 털을 바짝 세워 으릉거리고 일주일을 하악거렸어요. 지금도 서로 좋아하진 않아요. 가끔 우다다나 같이 하는 정도죠.”

둘 중에 누가 작품에 더 많은 영감을 주는지 물었더니 감자란다. “아무래도 첫 고양이이기도 하고요. 자는 모습이나 앉아 있는 모습, 나를 쳐다보는 눈빛 등에 사랑스러운 포인트가 있어요. 제가 앉기만 하면 옆에 붙어 누워요. 제 책이나 지갑을 베고 자기도 하고요.”

윤소라는 요즘 고양이가 책을 베고 있는 일명 ‘책고양이’를 즐겨 만든다. 고양이를 보면 치유되는 듯한 기분인데, 책을 볼 때도 그런 느낌이 들기 때문이란다. 작가는 일상에 쫓기는 현대인들이, 유유자적하는 고양이들처럼 한 박자 쉬어가길 권한다. 작가 자신이 버려진 나무로 고양이를 만들며 “인생에 정답은 없다”는 진리를 깨달았듯, 공방을 찾은 사람들도 나무고양이가 선물한 평안을 얻길 바라면서.

71919e55d327436600b0420430935ad5_1511745

71919e55d327436600b0420430935ad5_1511745
윤소라씨와 반려묘 감자(위) 참치(아래)

CREDIT

글 사진 고경원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Tag #펫찌
저작권자 ⓒ 펫찌(Petzz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