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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도 햇살과 놀 수 있도록, 고양이…

  • 승인 2017-11-21 10: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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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WITH CATS

겨울에도 햇살과 놀 수 있도록

고양이 맞춤형 하우스

원룸에서 고양이 세 마리를 키우며 많이 미안했다는 송희 씨. 그녀는 신혼집을 꾸리면서 가장 먼저 고양이를 떠올렸다. 넓은 집에서 신나게 뛰게 해줄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 어쩔 수 없는 고양이 엄마의 마음이었다. 이상향에 가까운 집을 꾸리면서 고양이도 한 마리 늘어 금동이, 꼬동이, 흰동이, 깜동이 도합 넷이 됐다. 이 집에서 고양이들이 가지 못하는 곳은 없다. 펫도어부터 베란다까지, 냥이들을 위한 마음이 묻어나는 고양이 맞춤형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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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고양이를 좋아하게 되었더라

송희 씨의 집은 겨울에도 해사함이 머무는 곳,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송희 씨 부부와 네 마리 고양이가 살고 있는 집을 음료로 비유하자면 마시멜로우를 띄운 진한 핫 초콜릿일 것이다. 추운 겨울 몸을 녹이기 위해 필요한 것. 달콤한 것. 고양이와 함께하면 더욱 좋은 것. 파스텔과 밝은 원목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곳에서 네 마리의 고양이는 언제나처럼 안온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집을 고를 때 본인보다 고양이의 취향을 먼저 존중한 송희 씨. 어쩌다 집사가 되었냐고 물었다. 어릴 적부터 늘 고양이와 살아왔을 것 같았는데 깜짝 놀랄 만한 대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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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 씨는 어른이 되도록 동물을 키울 생각을 해본 적 없었다. 아버지가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대디로 살고 계시지만, 동물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았지만 그 뿐이었다. 그런데 4년 전, 아버지가 길에서 주워온 캣초딩 금동이를 보고 송희 씨는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작고 초라한 이 고양이를 내가 데려가야겠다, 하는 모성본능이 눈을 뜬 것이다. 그렇게 첫째 금동이를 입양하고 그 후로 매년 유기묘가 한 마리씩 굴러들어와 도합 네 마리가 되었다. 묘연은 느닷없이 찾아왔다.

셋째를 입양할 때까지는 원룸 오피스텔에서 생활했다. 3년 넘게 좁은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송희 씨는 수없이 마음속으로 약속했다. ‘꼭 넓은 집에서 신나게 뛰어놀게 해줄게. 조금만 기다려줘.’ 서울에서의 10년 직장생활을 청산하고 대구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 가장 기뻤던 일은 고양이들을 더 좋은 환경에서 살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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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관점으로 집 꾸미기

신축아파트보다 아이들이 원 없이 뛰어 놀 공간이 필요했다. 넉넉한 평수로, 지은 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아파트를 골랐다. 대신 집의 거의 모든 곳을 리모델링해야 했다. 평생 살 생각을 하고 이곳저곳 시간과 품을 들여 고쳐나갔다. 송희 씨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햇빛과 우다다. 고양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두 가지였다. 따뜻한 햇살이 하루 종일 들어오는 남향집은 고양이들의 골골송을 이끌어내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남은 것은 우다다를 할 수 있는 공간 활용이었다.

우연의 일치로 네 마리 모두 남자 아이들에, 다묘가정이다 보니 우다다와 레슬링이 끊이지 않는다. 앞뒤를 가리지 않고 내달리는 고양이들을 위해서 최대한 걸리적거리는 것이 없어야 했다. 실과 비닐도 어느 틈에 주워 먹고 전선도 씹어놓는 사고뭉치 녀석들이다. 송희 씨는 꼭 필요한 가구와 소품을 제외하고는 잡다한 물건을 모두 수납한다. 전선줄 역시 보이지 않게 숨겨두었다. 대신 고양이들을 위한 스크래쳐는 곳곳에 배치해두었다. 깔끔함을 사랑하는 송희 씨지만 스크래쳐는 예외다. 스크래쳐를 좋아하지 않는 고양이는 없으니까. 사소해 보이지만 애정 없이는 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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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고 노랗고 까만, 내 고양이들을 위해서

네 마리의 고양이는 털 색도, 무늬도 제각각이다. 올망졸망 모여 있을 땐 색색의 모자이크를 떠올리게 한다. 가족이 된 사연도 모자이크 같았다. 금동이가 하루의 절반을 혼자 지내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던 송희 씨는 둘째 꼬동이를 입양하게 된다. 아기 꼬동이는 울고불고 송희 씨를 피폐하게 만들었지만, 예상 외로 첫째는 유순했다. 불과 일주일 만에 죽고 못 사는 형제가 되면서 집안에 흐르는 웃음도 두 배가 되었다.

알콩 달콩 두 녀석과 1년 이상을 살았고, 다시 유기묘 흰동이를 만났다. 고양이는 고양이를 부른다더니, 딱 그 짝이었다. 셋째는 3주쯤 걸렸다. 그리고 넷째는, 아직도 가족이 되는 과정에 있다. 성묘가 되고 난 이후 데려와서일까. 넓은 집을 활주하며 싸우는 꼬동이와 깜동이를 보면 심란하다. 그렇다고 보호소에서 안락사 대상이던 깜동이를 모른 척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한 것이다. 송희 씨는 오늘도 생각한다. 셋이 아니라 넷이라서 다행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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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오면

길고양이, 유기묘 출신의 네 고양이들은 유달리 온기를 좋아한다. 한여름에도 베란다의 햇살을 만끽하며 일광욕을 하고 에어컨을 반기지 않던 녀석들이었다. 바깥 겨울의 혹독함을 알고 있어서일까. 송희 씨는 겨울이 오면 빙그레 미소 짓는 일이 잦다. 침대로, 쿠션으로 모여들어서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자는 고양이들의 모습을 매일 보게 되기 때문이다. 집사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다.

입동 준비는 어느 정도 끝났다. 더운 계절에 넣어두었던 고양이들을 위한 쿠션과 러그들을 곳곳에 배치했다. 러그를 깔아두면 청소나 빨래에 더욱 신경 써야 하지만 괜찮다. 겨울의 고양이들은 러그 위에서 한참을 뒹굴며 헤어 나오지 못한다. 얼마 전에는 캣그라스도 심어두었다. 겨울이 되면 활동량이 둔해지는 아이들의 소화를 위해서다. 송희 씨가 일주일 동안 정성들여 키운 캣그라스를 내왔다. 흰동이부터 차례로 맛을 보더니 고양이들은 5분도 안되어 쑥대밭을 만들고 유유히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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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 집을 맞춘 것도 모자라서 지금 송희 씨는 고양이 옷을 만들고 있다. 취미로 접한 일이 업이 되었다. 고양이는 그녀 인생의 많은 부분을 바꿨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바꾸는 것은 얼마나 상냥한 일인지. 진한 핫 초콜릿을 한 모금 넘길 때처럼, 기분 좋은 만족감이 목을 간질였다. ?

CREDIT?

에디터 이은혜

사진 김송희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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