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령화 가족
하나보다 둘이 좋은 이유
남편과 굴러들어온 둘째 고양이
순돌이와 가족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본격 고양이 위주의 SNS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팔불출 집사임에도 사진 속 남의 집 고양이들이 하나 같이 사랑스럽고 예뻐 보였다. 고양이의 매력에 빠져들면서 순돌이가 외로울지 모른다는 것을 핑계 삼아 동생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러나 부모님의 반대와 나의 고양이털 알레르기가 큰 걸림돌이었고, 무엇보다 한 생명을 책임지는 일이기에 섣불리 결정할 수도 없었다. 결국 남의 집 고양이들 사진을 보는 것으로 위안 삼으며 둘째에 대한 미련은 접어야 했다.
이후 몇 년의 시간이 지나 지금의 남편과 결혼하면서, 그의 고양이 꽃비도 가족이 되었다. 주말부부로 지내야 하는 상황 때문에 꽃비는 부모님과 순돌이가 있는 본가에서 지내기로 했다. 결혼과 함께 자연스럽게 그토록 바라던 둘째, 순돌이의 동생이 생긴 것이다. 에너지 넘치는 꽃비와 동생이 생겨 신이 난 순돌이는 새벽이면 우다다 신공을 펼쳤고, 한동안 사람 가족은 잠을 설쳐야 했다. 순돌이와 다르게 꽃비는 집안 가구를 긁기도 하고 말썽이 많았다. 그리고 사료 챙기기, 화장실 청소, 빗질이나 동물병원 데려가기 등 집사 업무도 두 배가 되었다.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나보다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부모님이 힘드실 것 같아 마음이 쓰였다.
무심한 듯 다정하게
얼마 전 주말 이틀 동안 엄마가 신혼집이 있는 우포에 다녀가셨다. 일요일 오후 돌아왔을 때, 문을 열기도 전에 꽃비가 쏜살같이 달려 나와 반겨주었다. 순돌이는 한참을 데면데면 굴다가 그날 밤 뒤늦게 엄마 얼굴에 제 얼굴을 비비고 꼬리를 떨며 온몸으로 반가움을 표현했다. 이걸로 모자랐는지 순돌이는 다음날에도 엄마 곁에서 떨어질 줄 모르고 한참을 꾹꾹이를 했다. 전에 없던 순돌이의 애교에는 반가움과 안도의 마음이 담겼으리라. 그렇게 시차를 두고 성격 다른 두 녀석의 애교가 이어졌고, 덕분에 엄마는 긴 시간 행복해하셨다.
꽃비가 오고 시간이 흘러 이제는 두 녀석의 우다다도 잠잠해졌고, 처음과 달리 서로에게 무관심하게 지내는 듯 보였다. 그런데 며칠 전 구내염이 재발해 병원에 다녀온 꽃비를 이동장에서 꺼내자, 순돌이가 다가와 꽃비 머리를 다정하게 핥아주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날 밤 순돌이는 좋아하는 박스에 꽃비가 먼저 들어가는 것도 허락해 주었다. 집사의 눈에는 순돌이가 동생 꽃비에게 양보해준 것처럼 보였다. 무심한듯 지내지만 녀석들도 서로에게 의지했던 것이다. 꽃비가 오고 둘이 되어 분명 힘든 점이 있지만 부모님과 나, 그리고 첫째 고양이 순돌이 모두 받는 기쁨 역시 더 커졌음이 분명하다.
CREDIT
글 사진 정서윤
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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