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육묘 중
6화 우리 집에는 고양이가 있다
고양이는 그 존재감만으로 집안을 가득 채우는 무언가가 있다. 한겨울에도 집 전체를 따뜻하게 만들고,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게 하며, 평온과 안도의 공기가 방마다 항상 가득하게 만든다.
신비주의
8년이라는 꽤 오랜 시간을 오냐와 함께 부대끼며 살고 있지만, 고양이는 여전히 신비롭고 특별하다. 심장 근육을 진동시키는 갸르릉 소리, 의식의 흐름에 따라 같이 움직이는 꼬리, 뻔해 보이는 패턴을 가지고 있다가도 가끔은 예측불가능한 발걸음, 코까지 골며 세상 모르게 자는 모습, 만져 달라며 벌러덩 배를 드러내 놓고는 만져주면 손을 확 물어버리는 장난기, 캐러멜과 초콜릿을 녹여 붓으로 색칠한 듯한 줄무늬, 집에 찾아온 손님과 우리와의 관계를 첫눈에 알아보는 능력, 한 번 본 사람은 몇 년이 지난 뒤에도 기억하는 명석함, 자신의 이름 ‘오냐'를 알아듣고 꼬박꼬박 하는 말대답, 아이들을 어딘가에 맡기고 우리만 집에 오면 현관문과 우리를 번갈아 쳐다보며 “제인이와 해일이는 어디 있어요?”라는 듯 격양되게 우는 소리, 불편함을 무릅쓰고 굳이 우리의 배 위로 올라와 휴식을 취하는 모습, 우리들이 아플 때마다 곁에 와서 간호하는 모습. 이 모든 것들이 오냐와의 생활이 벌써 8년이 됐음에도 매번 신비롭고 우리를 설레게 만든다. 이 설렘은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혜이자 복이 아닐까 싶다.
평화주의
오냐는 하루의 대부분을 잠으로 보낸다. 자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참 평화롭고 느긋하다. 기껏 한다는 수고는 잠자는 장소를 물색하고 선택하는 것이고, 가장 편하게 마음 놓고 잘 수 있는 곳들을 그때그때 내키는 곳으로 정한다. 그 장소가 마음에 쏙 들면 일주일 내내 그곳에서만 자기도 하고, 하루에도 여러 번 옮겨가며 자기도 한다. 그곳은 침대 모서리일 수도 있고, 종이상자 안일 수도 있고, 가지런히 포개어 놓은 옷가지 위나 제인이의 어깨 옆일 수도 있다. 그렇게 세상 편하게 자고 있으면, 오냐 자신뿐만 아니라 그 배경과 공기마저 차분해진다. 심란한 일이 있다가도 오냐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안하다. 우리의 어떤 불안정한 마음을 빗자루로 쓸어내며 “안심, 안심"하고 말하는 것 같다.
오냐라서 다행이다
우리 집에 고양이 오냐가 있다는 존재감은 평소엔 잘 의식되지 않는다. 특별한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이므로. 태어나면서부터 함께 했던 제인이와 해일이에게는 더욱 그렇다. 엄마아빠의 존재가 당연한 이치이자 환경인 것처럼 오냐의 존재 역시 아이들에게 당연한 것이다. 돌이켜보건대 8년전 그날 점심으로 짜장면을 먹으러가지 않았다면, 그곳에서 주인 아저씨의 입양 제의에 손을 번쩍 들지 않았다면, 우리 삶에 오냐는커녕 고양이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알 수 없는 어떤 운명적인 이끌림이 그날 나를 그 중국집으로 가게끔 만들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그렇게 만난 존재가 다름 아닌 고양이라서, 그 고양이가 오냐라서 새삼스레 다행이라 느낀다.
CREDIT
글 사진 우지욱
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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