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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와 안락사, 암과 복막염 우리 고양…

  • 승인 2017-10-30 10:5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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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 안녕

유기와 안락사, 암과 복막염

우리 고양이 얘기입니다

반려동물의 죽음은 반려인이라면 언젠가 맞게 될 시간이나 상상조차 아픈 탓에 쉬이 회자되지 않는다. ‘잠시만 안녕’은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조심스레 풀어보며 이미 떠나보낸 이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그 시간을 앞둔 이들에게 마음 다짐의 계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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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양이가 아픕니다, 많이

이름은 니르고, 3~4살일 거예요. 동물병원 앞에 버려지고 그 동물병원에서도 다른 곳으로 보내서 안락사 하루 전에 살아난 놈입니다. 원래 순한 건지 그런 경험이 성격을 만든 건지 착하고 지나치게 조용해서 짠하기까지 했어요. 물론 흥이 나면 잘 놀았지만요. 설사기가 있어서 항생제를 먹고 좀 나아졌는데 완전히 좋아지질 않아 다시 병원에 갔어요. 탈이 있을 줄은 알았지만 암이라뇨, 전이라뇨, 복막염과 복수라뇨. 수의사가 그런 말을 쏟아내는 동시에 내 눈에서도 절로 물이 떨어졌습니다.

지난 며칠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울어도 안 울어도 온 몸이 아팠습니다. 갑작스런 충격 때문이었겠지만 이제 감정에 푹 빠져서 우는 게 좋지 않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러면 내가 얘를 돌봐줄 수 없으니까요. 조금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남은 시간이 너무 아깝습니다. 얼마일지 모르지만 내 고양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귀하게 느껴집니다. 가끔 내가 간사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차피 모든 관계가 시한부인데 언제 갈지를 알았다고 해서 이런 마음이 들다니요. 니르가 엄청 예쁘지만 가끔 부담과 귀찮음도 느꼈던 내가 말이죠.

밥을 못 먹어 살이 많이 빠지고 털에 윤기가 없고 발바닥 젤리가 하얗게 변해도 여전히 내 고양이는 너무…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앞으로 이 털을 쓰다듬지 못하고 고르릉 소리를 듣지 못하는 날이 너무 무섭고 두려운데 이런 생각에 빠져 있다가도 니르에게 눈길을 돌리면 니르는 아직 살아 있습니다. 적어도 제게는, 앞으로도 쭉 그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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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가 멀리 떠났습니다

니르야, 무지개다리는 다 건너갔니? 짧은 생 동안 누구에게도 해 끼치지 않고 많은 이들의 기쁨이었던 너는 분명 꽃밭에서 신나게, 생기 넘치게 뛰어놀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천국이란 게 있다면 너 같은 영혼에게 마땅하니까. 사실 네가 이제 아프지 않아 난 너무 기쁘다. 그러면서도 조금은 아픈데, 너무 걱정 말아라. 너의 아픔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닐 거니까. 나도 좀 아파봐야 너의 마음을 알 수 있지 않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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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다, 니르야. 너의 부재가 말할 수 없이 휑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너의 부재만큼 우리 집은 너의 존재로 온통 가득 차 있다. 우리 집 구석구석에서 뛰어노는 네가 보이고 하늘에, 바람에, 햇살에, 그리고 내 가슴에 너는 영원히 남아 있거든. 편재하는 너로 인해 나는 슬프고도 기쁘다.

여전히, 영원히 사랑해. 부디 그곳에서 편히 쉬길 바랄게. 우리 니르.

CREDIT

글 사진 이진경

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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