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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웠던 묘연이 열어준 세상

  • 승인 2017-10-13 15:3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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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MY CAT

두려웠던 묘연이 열어준 세상

나에게 고양이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동물이었다. 멀리서 보는 건 좋았지만 막상 고양이가 따라오면 나도 모르게 도망치기 일쑤였다. 집 계단에 고양이가 새끼를 낳고 살아도 멀리서 지켜만 보고 간간이 간식 몇 개를 주는 걸로 그쳤다. 귀엽긴 하지만 막상 키우기는 싫은 그런 동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아주 고양이를 사랑하고, 또 실제로 키우는 집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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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외로울 때 찾아온 아이


2014년은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해였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가 힘들고 서로 지쳤으며 마음이 공허한 상태였다. 그때 동생이 고양이를 키우자고 제안했는데 선뜻 키우기에는 덜컥 겁이 났다. 그 후에도 동생이 고양이를 데려오려고 몇 번 시도했지만 나는 극구 반대했다.

한 달 후, 동생이 문자로 사진 하나를 보내왔다. 새끼고양이 네 마리가 꼬물꼬물 붙어 있는 사진이었다. 시장 상인 분이 길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는데 키울 사람이 없으니 데려가라고 하셨다고 한다. 작고 어린 생명을 보니 문득 마음이 너무 아팠다. 결국 고양이를 키우기로 결심했고, 네 마리 중 카메라를 마주보던 치즈색의 고양이가 지금의 모모가 되었다. 모모가 집에 도착했을 때, 그 설렘이 아직도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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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 왜 아픈 거니?


처음 집에 왔을 때 모모는 태어난 지 고작 한 달째였고, 어미 젖 대신에 박스 안에 흩뿌려져 있던 식빵 부스러기를 먹고 지낸 모양이었다. 제대로 못 먹어 500g이 채 안 나갔고 병원에서는 체중 미달이라고 했다. 귀에는 진드기에, 두 눈은 부어 있고 배가 빵빵해 기생충 검사도 했다.

다행히 나와 동생의 보살핌으로 모모는 점점 건강해져갔다. 하지만 초보 집사인 나는 아직 실수투성이였고, 뭐가 잘못됐는지 한 달 반 동안 모모의 설사가 그치지 않았다. 이유를 몰라 초음파 검사를 했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신장에 이상한 게 보인다고 했다. 정밀검사를 해봐야 하지만 전염성 복막염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었다. 검색해봤더니 치사율이 100%인 아주 무서운 병이었다. 집에 가는 길에 착잡한 심정으로 모모를 꼭 끌어안았다. 온갖 생각이 다 났다. 무서웠고 눈물도 났다. 내가 잘 돌봐주지 못해서 그런 건가…?

하지만 정말 다행히, 피 검사를 했더니 전염성 복막염의 가능성은 안 보인다고 했다. 안심했지만 모모는 또 약을 먹는 중이다. 중성화 수술 이후 물을 잘 안 먹어서 방광염이 생긴 탓에 열심히 보조제를 먹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모를 잘 돌보는 것밖에 없겠지. 부족한 집사 만나서 고생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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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상에 입문하다


모모와 같이 지내면서 생명의 소중함과 책임감을 많이 배웠다. 또 집에 들어갈 때도 누군가 날 반겨준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빨라지고 외로움이 사라졌다. 자기 전에 모모를 만지면 그르렁대는 소리를 들으며, 허전하고 힘들었던 모든 마음이 채워지고 힐링 되는 듯 기분 좋게 잠들 수 있다. 하지만 때로 집에 혼자 있을 모모를 생각하면, 이 모든 고마움이 오히려 이기적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이 외로울 것 같은 모모에게 평소 더욱 관심을 가지기 위해 모모의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사진을 SNS에 올려 고양이 키우는 사람들과 소통을 하다 보니 점점 고양이에 대한 관심의 폭도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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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들도 눈에 들어오게 되었고, 캣맘까지는 아니지만 TNR에도 관심을 가지고 적은 금액이지만 기부를 하기도 했다. 감정이 더 풍부해졌는지 동물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을 보면 절로 눈물이 나온다. 말 못하는 동물뿐 아니라 약자들의 존재 자체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 이 작은 고양이 한 마리로 집안사람들의 감정과 생각까지 변한다는 게 참 신기하다. 동물을 키운다는 건 단순한 케어가 아니라 새로운 나를 만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우리가족 모두를 변하게 해준 모모를 앞으로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나보다 빠르게 흘러가는 모모의 시간에 맞춰서 사랑해줄 것이다. 우리 가족이 된 고양이 박모모! 행복하자 우리 아프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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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 사진 박은영 (모모 반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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