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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가까이, 빛나는 대가족의 집

  • 승인 2017-09-19 10:3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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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WITH CATS

하늘 아래 가까운

빛나는 대가족의 집?

어색할 수 있는 첫 만남에도 민정 씨는 환하게 웃으며 가족 소개를 했다. 길에서 주워 온 첫째 겨울이, 크림 털 나나, 나나의 아들 필립이, 순둥한 마리, 마리 아들 콩이, 난청이지만 당당한 하나, 메인 쿤 둥이, 고양이를 닮은 포메라니안 사랑이. 민정 씨는 그렇게 털옷 입은 가족들을 하나하나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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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남매가 진짜 원하는 것

가족은 고양이들 때문에 현재의 집으로 이사를 왔다. 넓은 2층 구조에 테라스까지 갖춘 이 집이 고양이들과 함께 살기에 제격이었다는 것이다. 그 말대로 고양이들은 이 방부터 저 방까지 가로질러 뛰어다니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며 공간을 마음껏 누비고 다녔다. 고양이를 위해 이사 온 만큼 부부는 고양이들을 위해 집을 정성껏 꾸몄다. 그 중 첫 번째는 방 하나를 통째로 고양이들에게 내어준 것이다.

부부는 기존에 있던 캣타워를 벽 한 쪽에 배치했다. 맞은편 벽에는 고양이들이 즐겨 올라가 칸칸이 차지하던 책장을 놓았다. 책장은 부부가 고양이들의 이동이 쉽도록 돕고 스크래처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손수 보강한 상태였다. 자칫 데드 스페이스(dead space)가 될 수 있었던 낮은 벽에는 고양이 화장실이 일렬로 놓여 있다. 그 앞에 있는 홀딩 도어에 대해 물어보니, 고양이들의 화장실 모래가 방으로 흩어져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직접 설치했다고 한다. 목적대로 홀딩도어 설치 이후 방으로 튀는 모래는 현저히 줄었다. 그리고 고양이들도 새로운 공간이 생겨서인지, 눈에 덜 띄게 배변 활동을 할 수 있어서인지 꽤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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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딩도어 위 벽에는 고양이들의 모습이 담긴 우드락 액자가 걸려 있다. 일형 씨가 꼬박 하루에 걸려 우드락을 사진 크기에 맞춰 잘라 붙여 만든 액자다. 사랑과 부지런함으로 가득 메운 액자에서는 일곱 남매의 성장기를 엿볼 수 있다. 고양이들의 역사를 물끄러미 감상하고 있자니 일형 씨에게는 남집사라는 표현보다는 아빠라는 표현이 훨씬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부부가 고양이들을 위해 방을 열심히 꾸몄음에도, 고양이들은 부부가 기대한 만큼 이 방을 좋아하지 않았다. 대신 고양이들은 부부가 가는 곳만 쫓아 따라다녔다. 민정 씨가 1층의 안방으로 가면 함께 가고, 거실로 가면 거실 어딘가 그녀가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는다. 아빠가 2층으로 가면 아빠를 따라 2층으로 가고, 테라스로 향하면 함께 테라스로 간다.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건 그들을 위해 꾸며진 방이 아니었다고, 그냥 엄마와 아빠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좋아하는 것이었다고 말하는 민정 씨의 얼굴에는 행복이 담뿍 내려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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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이름으로

가족과 함께라면 어디든 좋지만, 고양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곳이 있다. 바로 테라스다. 부부는 고양이들을 위해 인조 잔디를 깔고 PVC 래티스로 테라스 울타리를 둘렀다. 노란 빛을 내는 LED 태양광 정원등도 다섯 개 설치했다. 고양이들을 위한 이동장과 집도 놓고, 한 쪽에는 캣그라스과 캣닢을 심은 화분을 놓았다. 사람을 위해 설치한 파라솔과 테이블도 고양이들의 차지다. 고양이들은 이곳에서 햇볕을 쬐고, 바람을 쐰다. 새소리를 들으며 구경하는 하늘은 시야를 가리지 않고 보석 같은 눈에 오롯이 담긴다.

테라스로 통하는 문에는 베란다용 개문이 설치되어 있다. 고양이들이 테라스로 가기 위해서는 항상 문을 열어놓아야 했는데 여름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모기와 벌, 파리 등의 벌레가 열린 문을 지나 집 안으로 들어왔던 것이다. 물론 벌레가 들어온다면 고양이들이 떼로 몰려가 앞다투며 사냥했지만, 집 안으로 벌레가 들어오는 것은 그리 썩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니었다. 집 안의 환경과 고양이들의 자유로운 왕복을 위해 찾은 합의점이 바로 개문이었다. 강아지를 위한 문이지만 정작 강아지인 사랑이는 무서운지 못 지나다니고 있단다. 그래도 고양이들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들락날락거리며 사랑이 몫까지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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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겨울이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고양이가 싫었어요. 정확히 말하면 관심이 없고 좀 꺼려지는 정도였죠.” 민정 씨가 의외의 말을 꺼냈다. 반려동물로는 강아지만 생각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때 딸 은체 씨가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고양이를 입양해야 하나 고심하던 때, 다친 채 자동차 보닛 속에서 울고 있던 새끼 고양이 겨울이가 그 고민에 종지부를 찍었다. 목덜미에 깊은 상처가 나 있던 회색 고양이는 치료하고 씻기고 보니 하얀 털이 뽀송한 고양이였다. 겨울이는 자연스럽게 가족이 되었다. 그 뒤로 다른 고양이들도 가족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부부의 집은 손길 닿는 곳마다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녹아있다. 창문에 매단 해먹이나 계단 중간 공간에 올려놓은 캣타워, 편하게 올라가라고 설치한 고양이 선반 등에서도 그 마음이 엿보인다. 부부는 일곱 남매를 위해 부지런히 집을 닦으면서 다른 생명에 대해서도 손길을 내밀게 됐다. 집 근처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내어주고, 동물보호단체와 결연을 맺어 보호소의 고양이를 후원하는 삶. 외면할 수도 있었던 고양이들을 보살피는 어진 삶을 살게 된 것은 틀림없이, 남매에게 베풀고 받아온 사랑이 다른 아이들에게도 눈을 맞추자고 속삭였기 때문일 것이다.

CREDIT

에디터 김나연

사진 곽성경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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