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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줘서 고마워

  • 승인 2017-09-12 10:3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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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령화 가족

사랑해줘서 고마워?

골골거리며 울기, 뺨 문지르기, 보드라운 촉감과 따뜻한 체온을 전하기. 고양이들이 전하는 사랑은 어떤 의미일까. 고양이들과 살다 보면 ‘사랑해’ 말고 무언가 더 하고 싶은 다른 말이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나도, 엄마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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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돌이와의 첫 만남을 기억한다. 집 앞에서 만난 녀석은 내 다리에 몸을 휘감으며 애교를 부렸다. 그런 녀석을 차마 외면할 수 없어 매일 밥을 챙겨주었다. 그리고 만난 지 5개월쯤 되었을 때, 가을이 끝나갈 무렵 우리는 가족이 되었다.

순돌이는 처음 집에 오고 한동안 종종 가족의 무릎 위에 올라앉아 골골송을 부르곤 했다. 잠이 올 때면 나와 엄마의 다리 사이나 배 위에 누웠다. 고양이는 도도하며 가족에게도 무심하게 군다고 알고 있었는데, 선입견은 쉽게 무너졌다. 집사가 된 것만으로도 좋았건만 내 고양이가 사람들이 선망하는 일명 ‘개냥이’라는 생각에 특별한 경품에 추가로 당첨된 듯 한 기분이 든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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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시간이 흐르며 순돌이는 집 안 곳곳 자신이 좋아하는 장소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물론 지금도 밤잠은 꼭 엄마 주변에서 자고,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뽀뽀라도 할 기세로 엄마 얼굴에 제 얼굴을 비비며 애교를 부린다. 그리고 엄마가 외출에서 돌아오면 문 앞에 서서 한껏 세운 꼬리를 부르르 떨며 반가움에 어쩔 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잠깐의 인사치레가 끝나면 또 총총 사라져 자신만의 공간에서 유유자적 시간을 보낸다.

며칠 만에 본가에 가면, 아니나 다를까 순돌이는 멀찌감치 떨어져 한참을 무심하게 군다. 그러다 자려고 누우면 그제야 침대 아래 나타나 운다. 결국 내가 일어나 앉으면 머리 박치기와 이마 비비기로 수줍게 애정을 표현한다.

순돌이는 그야말로 조심스럽고 새침한 고양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처음 한동안 보여주었던 애교는 살기 위한 몸부림이 아니었을까. 자신을 모른 척하지 말라고, 다시는 버려지고 싶지 않다고 온몸으로 표현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녀석의 돌변이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아 안도의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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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길고양이로 태어났지만 어릴 적 남편에게 와서 자란 꽃비는 모두에게 친근하다. 가족뿐 아니라 집을 찾는 손님들에게도 아는 척을 하며 애교를 부린다. 밤에 잠을 청할 때도 꼭 엄마와 아빠의 사이에 눕는다. 밤에 화장실에 가는 아빠가 밟기라도 할까 걱정되어 반대편에 옮겨 눕혀도 가운데 자리로 돌아와 잠들고는 한다. 이런 애교 덕에 집안 가구를 스크래처로 사용하는 등 갖은 말썽을 부려도 부모님은 꽃비를 결코 미워할 수가 없단다.

엄마는 순돌이의 변화를 떠올리며 그런 꽃비의 모습을 짠하게 여기신다. 새로운 곳에 적응해서 잘살아 보려고 그런다며 애틋해 하신다. 물론 이것은 엄마의 생각이다. 본가에서 지낸 지 일 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일관성 있는 꽃비의 행동으로 볼 때 녀석은 타고나기를 ‘개냥이’인 것 같다. 결국,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 고양이도 각자의 성격 따라 다르게 행동하는 것일 테다.

새침한 순돌이, 넉살 좋은 꽃비, 독불장군 아빠와 다정한 엄마, 성격도 제각각인 넷이 모여 가족이라는 울타리 아래 마음을 나누며 일상을 보낸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사랑해주는 가족이 곁에 있다는 것이 사람에게도 고양이들에게도 얼마나 중요하고 감사한 일인가 새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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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 사진 정서윤?

에디터 김나연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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