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맛있는 건 위험해!
고양이 확대범의 때늦은 고백
비만입니다. 건강이 위험할 수 있어요. 둥이는 살을 빼야 합니다. 단호하되 친절한 어조로 말하는 수의사 선생님의 눈빛에는 무책임한 보호자에 대한 모멸감 비슷한 것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간식도 끊어야 해요. 그는 그렇게 진료를 마무리하며 나와 둥이를 진료실 밖으로 내보냈다.
뚱뚱한 건 좀 괜찮아??
8.8kg의 거대한 고양이. 마치 거대한 찹쌀떡을 빚어 놓은 것 같은 몸매를 가진 내 고양이는 둥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뚱이’라고 기억하지만, 아무튼 둥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사랑둥이, 귀염둥이, 어화둥둥 우리 둥이. 우리 고양이는 귀엽고 상냥하고 다정하지만 ‘뚱뚱하다’는 단면 하나로 사람들에게 괜히 핀잔을 듣고는 한다. 살 좀 빼, 이 돼지야! 하고. 둥이가 처음부터 뚱뚱하게 태어난 것은 아니었다. 둥이는 원래 뼈대가 좀 굵고 큰 고양이로, 만 4세가 되기까지는 그냥 덩치가 좀 큰 4kg대 몸무게의 소유자였다. 그의 급격한 체급 변화는 그의 집사가 나로 바뀔 때 시작되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둥이를 보내게 된 이전 집사는 둥이를 내게 건네주며 둥이가 먹는 사료, 좋아하는 음식과 장난감, 접종 유무 따위를 내게 구체적으로 알려주었다. 터키시 앙고라 믹스종인데 살찌기 쉬우니 주의하셔야 한다는 말도 함께 했다. 하지만 그녀는 모를 것이다. 내가 그 말을 간과한 것을….
둥이가 우리 집에 온 후 한 일은 밤새도록 우는 것이었다. 냥, 냐앙, 냐아아아아앙! 나는 정말 그렇게 목청이 큰 고양이를 처음 보았다. 체력도 정말 굉장했는데, 그의 발악은 새벽이 될 때까지 계속됐다. 나는 그것이 중성화하지 않은 수컷의 절규라는 것을 모른 채 (이전 집사가 이르길 둥이는 발정 증상이 없다고 했다.) 이전 집사를 그리워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달랠지 몰라 손에 캣닢을 한 움큼 쥐고 다가가자 둥이는 언짢은 얼굴로 다가와 우적우적 씹어 먹었다. 그리고 좀 진정이 되었는지 소파 위로 올라가 털썩, 누워서는 불만스럽게 골골거렸다. 그게 우리의 첫 간식 시간이었다.
다음날부터는 본격적인 간식 파티가 시작되었다. 밤마다 달이 찢어져라 울어대는 둥이에게 간식을 주면서 나는 정말 고양이의 간식에는 온갖 게 다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둥이는 가다랑어 져키를 좋아했고, 연어 트릿은 더욱 더 좋아했다. 닭 가슴살 한 덩이는 가볍게 해치웠다. 저렴한 캔도, 비싼 캔도 가리지 않았다. 내가 새로운 간식을 발견한 날은 둥이가 새로운 간식을 먹는 날이었다. 날이 갈수록, 이쯤 되니 뭘 더 좋아하는지 알 수 없게 될수록 둥이는 뭐든 다 잘 먹었고 나는 뭐든 다 잘 줬다. 이빨 관리용 개 껌만 급여한 고향집의 내 강아지, 몽이가 안다면 배신감으로 치를 떨 일이었다.
과오가 반복되질 않길 바라며
밤마다 벌어진 무분별한 간식 파티는 무지하고 아둔한 집사에게 “고양이가 살졌다”고 한결같이 입을 모아준 이들 덕분에 끝났다. 하긴, 생각해 보자면 둥이는 간식을 먹고도 울다 지쳐 잠들고는 했다. 울고, 먹고, 자는 생활이 정상적인 것일 수가 없었다. 나는 그 길로 둥이의 중성화 수술을 예약하고 사료 그릇을 빼앗았다. 둥이는 사료 봉투 앞에서 간식 상자를 쏟으며 항변했지만 12시간 동안 그는 물밖에 마시지 못했다. 그리고 오랜 경험을 가진 의사 선생님 앞에서 남성성을 노련하게 거세당했다. 한 달간의 간식 파티가 끝이 났다는 것을 고하는 엄중한 선언이었다. 하지만 둥이는 본격적으로 살찌기 시작했다. 그것은 굴러 떨어지는 눈덩이처럼 막을 요량이 없는 일이었다.
부끄러운 고백이다. 나는 이제 둥이를 위한 이동장을 사지 못하고 있다. 둥이의 무게를 견딜 만한 이동장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유모카를 사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둥이가 이 간식 좀 까서 줘보라고, 손수 서랍장에 있는 간식을 물고 내 머리맡에 놔주지만 나는 더 이상 편한 마음으로 간식을 줄 수가 없다. 둥이가 어떻게 서랍을 열고 간식을 꺼내오는지 궁금한 만큼, 둥이도 어느 날부터 갑자기 간식을 주지 않는 집사의 의중이 궁금할 것이다. 서로가 이해되지 않는 동거생활. 피해자는 온전히 살진 고양이다.
고양이가 간식을 향해 눈을 초롱초롱 빛내는 것이 견딜 수 없도록 사랑스러워서 뭐 하나라도 까먹이고 싶어 하는 집사들에게 고한다. 뚱냥이가 된 둥이는 이제 뛰어내릴 때 발목을 조심해야 한다. 나는 둥이가 뛰어갈 때 뱃살이 좌우로 흔들리는 것을 보며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누워서 모든 생활을 하는 둥이를 보며 깊게 후회하고 있다. 둥이가 밤중에 뚱뚱한 탓에 급사했을까 걱정하며 아침에 눈을 뜨고 나서 가장 먼저 자고 있는 둥이를 흔들어 깨운다. 발라당 누운 둥이가 하프 물범 같다고 깔깔대는 한편, 비만한 고양이가 걸릴 수 있는 질병을 읊으며 내 과오에 대해 반성하곤 한다. 이 글을 읽는 집사들이 부디 나와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를 바란다. 고양이에겐 맛있는 게 최고가 아니다.
CREDIT
에디터 김나연
그림 지오니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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