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RET TASTE
한번 먹어보겠습니다
사랑하는 대상을 만지고 싶은 것은 인간으로서의 자연스러운 욕구다. 손도 잡고, 말랑하고 보드라운 살결을 만지작거리고, 그러다 뽀뽀도 하고, 입에도 넣게 되는 것이다. 고양이에 대해서도 그렇다. 입에 넣고 와구와구 깨물어 애정을 표현하고서 남는 감각, 그 오감의 세계로 안내한다.
#귀
고양이의 귀를 조심스럽게 물면 아주 얇게 저민 젤리의 느낌이 난다. 말랑말랑하며 부드럽다. 실수로 깨물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보드라운 촉감이다. 혀를 갖다 대면 꽤 먹을 만한 알약의 맛이 느껴진다. 쓰지 않고 그렇다고 달지도 않은, 하지만 뱉고 싶지 않은 맛이다. 귀지를 먹지 않도록 조심하며 귀를 자근거리도록 하자.
#뒤통수
로맨틱한 휴일의 맛을 상상했으나, 애석하게도 털의 맛밖에 나지 않는다. 어릴 때 입에 넣었던 곰 인형과 토끼 인형이 뇌리를 스쳐지 나가는 맛이다. 이빨로 깨물어도 딱딱하다. 씹으면 두개골이 부서질까 겁나게 만든다. 하는 수 없이 깨물거나 자근거리는 등 물리력을 행사하지 못한 채 혀를 갖다 대고 있으면 식도로 털이 들어온다. 참기 힘든 맛과 촉감이다.
#발
집안 곳곳, 신발장과 간혹 집 앞까지도 누비는 고양이의 발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맛볼 수 있다. 털과 육구(젤리)와 발톱이다. 털에서는 글자 그대로 털 맛이 난다.(털 맛을 모른다면 고양이를 붙잡고 한 번 핥아보길 권장한다) 말랑거리지만 꽤 단단한 촉감의 육구에서는 왜인지 모르겠으나 짠 맛이 난다. 사람의 몸에서 짠 맛이 나는 것과 같은 이유인 걸까? 발톱 또한 인간의 것과 같은 맛이다.
#뱃살
말랑거리는 건 역시 뱃살이 최고다. 연하고 부드러우며 말캉하여 손길을 계속 부른다. 역시 털 맛이 나는데, 뒤통수를 물었을 때보다 입 속으로 더 격렬히 털이 침투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베이비파우더 냄새가 좀 나는 것 같기도 하다. 뱃살을 와구와구 물고 있으면 들려주는 골골송은 사랑스럽기 이를 데 없다. 물론 발톱이 날아들며 불쾌와 당황을 표출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꼬리
도톰하게 느껴지는 털 맛 사이로 까딱까딱 움직이는 꼬리뼈가 느껴진다. 얇다. 얇고 유연하다. 마치 입 속에 털옷을 입은 기다간 생명체를 머금은 것 같은 미묘한 기분이 든다. 입 속에서 유려하게 흔들리는 꼬리를 오래 오래 물고 있노라면 혀 아래부터 입천장, 목구멍 안까지 구석구석 털의 푸석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그 와중에 깨물었다가는 꼬리뼈가 분절될 것 같다. 그리고 함부로 깨물었다가는 고양이에게 뺨을 맞을 것 같은 맛이다. 정말 엉덩이 너머, 어깨 너머로 고양이의 매서운 눈이 황당한 듯 노려보지만 다행히 꼬리를 빼내거나 뒷다리 킥을 시전하진 않았다. 그래도 시간이 많지 않다. 몽환적인 식감은 조금만 누리고 서둘러 입에서 빼는 게 좋다.?
CREDIT
에디터 김나연
사진 곽성경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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