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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 지나도, 여전히 나비야 사랑…

  • 승인 2017-08-21 10:4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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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 지나도, 여전히

나비야 사랑해 ?

‘(사)나비야사랑해’는 2007년 설립된 중견 동물구조단체이다. 서울시 안에 두 곳의 보호소와 한 곳의 입양센터를 유지하고 있으며, 신중하지만 활발하게 구조와 입양을 진행한다. 매년 2회의 바자회를 열어 보호소 고양이들이 잊히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러는 동안 10년이 흘렀다. 고양이로 따지면 중년을 넘어선 나이다. ‘(사)나비야사랑해’는 그 10년의 세월을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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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발해진 개인들의 참여

‘(사)나비야사랑해’의 대표인 유주연 씨가 고양이를 구조하기 시작한 때나 지금이나 동물들의 고통은 여전하다. 지난해와 올해만 해도 등에 심각한 교상을 입은 채 오래 방치된 고양이 둘을 각각 다른 지역에서 구조했고, 다리가 심하게 괴사된 개와 고양이를 구조했다. 호더 사건의 피해 고양이들을 구조하기도 했다. 사건은 여전히 발생한다. 달라진 점이라면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행동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과거만 해도 동물 구조는 아주 특별한 일이었고, 별난 사람이나 하는 일이었다.

주연 씨가 처음 개인 쉼터를 열었을 때도 그런 별난 사람끼리 돕자는 생각이 컸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별나지 않은 사람도 길의 고양이에게 밥이나 물을 주고, 아픈 동물이 보이면 외면하거나 타인에게 구조 요청을 하기보다는 스스로 도우려 움직이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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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보호 단체로서의 ‘나비야 사랑해’

개인의 참여는 후원이나 모금에서도 늘어났다. 포털 사이트의 후원 프로젝트나 SNS를 통한 모금 등이 가능해지면서, 개인들은 심각한 외상을 입은 동물의 구조에도 나설 수 있게 되었다. 그 덕분에 2014년부터 진행해왔던 ‘(사)나비야사랑해’의 대표 프로젝트인 ‘희망이 프로젝트’도 숨을 고를 수 있게 되었다. 요즘은 외상 정도가 심각하고, 의료 낙후 지역에서 발생한 사례에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고 있다.

그러나 개인과 다양한 커뮤니티, 소그룹의 역량이 커지고, 각 지역에 쉼터나 사설 보호소가 활발하게 등장하면서 고민도 시작되었다. 구조하고 치료해서 입양 보내는 일은 동물보호활동의 가장 기본이 되는 중요한 일이지만, 개인도 이제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10년 사이 ‘(사)나비야사랑해’는 덩치만 커진 개인구조자가 되어버렸는지도 몰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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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가는 중

2015년과 2016년은 ‘(사)나비야사랑해’나 그 대표인 유주연 씨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던 해였다. 2015년에는 용산 가족공원에 길고양이 급식소를 서울시과 함께 설치했다. TNR이나 사료 급여, 현장 관리, 그와 관련된 비용 등은 모두 ‘(사)나비야사랑해’의 몫으로 남았지만, 공유지에 설치된 급식소의 의미는 남달랐다. 2017년에는 그 사업을 용산구 전체로 확대하기 위해 용산구 캣맘 모임, 용산구청과 함께 논의 중이다.

2016년에는 생명 존중이라는 가치 아래 여러 수의사 협회와 동물보호단체가 모여 한 목소리를 내는 ‘동물보호유관단체 협의회’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특히 2016년 5월 24일부터 매주 목요일마다 진행되는 ‘동물 생명권 존중’ 집회에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 개 고양이 유기 학대 도살 금지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이 집회에 참석하기 전까지, 주연 씨는 현장에서 열심히 구조하고 있으니 굳이 이런 행사에 참여할 것까지는 없다는 생각이 내심 있었다. 그러나 ‘(사)나비야사랑해’ 10년을 앞두고 지난 활동을 돌아보면서 마음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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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 동안 노력한 결과물은 입양 보낸 500여 마리의 고양이와 보호소에 있는 130여 마리의 고양이였다. 한 해에만 버려지는 동물의 수가 8만에서 10만 마리라고 하니, 10년을 노력했어도 한 해 유기동물의 1퍼센트도 구조하지 못한 셈이었다. 그 깨달음의 충격은 매우 컸다. 주연 씨는 지난 10년 동안 한 일이 큰 강물에서 물 몇 바가지를 떠낸 것일 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10년 동안 시간과 자산을 동물 구조에 모두 던져 넣었는데 말이다.

그 충격이 이제까지 해왔던 조용히 소소하게 하는 동물 구조라는 틀을 깼다. 물길 자체를 바꾸는 데 참여해보기로 한 것이다. 동물의 생산과 소비 방식 자체의 교체, 법과 시스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들 우리끼리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정기 시위 등을 통해 대중과 입법기관에 의견을 전달하기로 했다. 동물 반려 인구가 1,000만인 데 비해 참여가 저조하지만, 지치지 않고 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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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 남긴 것

그럼에도 ‘(사)나비야사랑해’의 근본은 여전히 동물 구조다. 그리고 그 구조를 완성하는 것은 새 가족이다. 지금 130여 마리의 고양이들이 그 완성을 기다리며 ‘(사)나비야사랑해’의 보호소에 있다. 기다리고 있는 그들의 평균 연령은 비교적 높다. 제2 보호소 고양이의 평균 연령 6세, 어렵지 않게 8세나 10세의 고양이도 찾아볼 수 있다. 털에서 기름이 빠져나가 푸석한 아이, 구내염 때문에 입가가 침으로 축축한 아이, 재채기를 하는 아이 등, 서로 데려가고 싶을 만한 조건은 아니었다.

문제는 이런 친구들이야말로 안정적인 환경과 집중적인 사랑을 줄 수 있는 가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삶의 절반을 넘어섰고, 몸과 마음이 조금은 지친 고양이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질까? 예전이라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을 것이다. 그러나 차츰 이런 중년에 접어든 고양이들도 입양을 간다고 한다. 어디서 천사 같은 사람이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활력 넘치는 아기 고양이가 부담스럽거나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 성묘를 선호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이다.

보호소와 구조 활동가가 나이를 먹고 고양이들도 세월을 거치듯, 반려인과 반려동물 문화도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모양이다. 주연 씨는 지난 10년 동안 자신이 한 일이 너무 작고 하찮았던 것 같다 했지만, 주연 씨처럼 그 시간을 버티며 아픈 동물을 안아들어 준 이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이런 변화가 올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오늘도 어디인가에서는 동물 유기나 학대가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돌은 느리게 굴러가고 있다. 10년 후에는 좀 더 나은 곳에서 우리 모두 만날 수 있기를. 지치지 않게 서로를 다독이면서 함께 나아갈 수 있기를.

더 가까이서 만나는 ‘나비야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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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 사진 김바다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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