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잔다리로 길냥패밀리의
NK HOTEL?
NK HOTEL. 잔다리로3길의 한 카페에 마련된 고양이 전용 원목 쉼터다. 이 길의 고양이들은 이곳에서 천천히 밥을 먹고, 물을 마시고,사람들과 눈인사를 나누고, 때로는 보드라운 털을 만지는 것을 허락해 주곤 한다. 누구 하나 고양이들에게 손가락질하지 않는 평화로운 동네의 여유 있는 고양이들, NK HOTEL의 손님들에 대해 들려주고 싶다?.
늙은이, 만석이, 용준이, 라이너, 노랭이, 이쁜이, 보검이…. 8년 전, 카페 오픈 첫 손님인 늙은이를 시작으로 하나둘씩 모이게 된 잔다리로3길 길냥패밀리다. 첫 손님이 너무도 반가워 간식을 하나씩 챙겨주다가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었다. 해가 바뀔 때마다 사라지는 아이들도, 새로이 나타나는 아이들도 많았건만, 여전히 동네를 여유 있게 돌아다니는 늙은이를 볼 때마다 아주 많은 생각이 든다. 어쩌면 나보다 먼저 터를 잡고 이 동네를 지키고 있는 아이일지도 모르는 늙은이가 사는 이 동네야말로 고양이들의 천국이지 않을까?
늙은이와 단짝인 만석이는 한참 동생이지만 늠름하게 잘 생긴 외모와 떡 벌어진 덩치에 한동안 이 동네 서열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작년 여름부터 많이 아팠는지 삐쩍 말라 나타났다. 한동안 약도 먹이고 고기에, 좋은 간식들 챙겨주며 마음 졸였는데 늙은이와 딱 붙어 다니며 둘이 서로 챙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어제도 둘이 NK HOTEL에서 점심 배불리 먹고 나란히 낮잠 자는게 너무 좋아 보였다. 지나가는 동네 사람들도 모두 흐뭇해했다.
검은 턱시도 용준이는 원래 윗 골목 카페에서 챙기는 아이였다. 잘 생겨서 용준이라 이름 지은 카페 사장님이 어느 날 찾아와 카페가 이사 가게 되어 용준이를 부탁한다며 이름과 사진까지 주고 가셨다. 가끔씩 놀러오던 용준이는 지금은 매일 들러서 밥 먹고 놀다가 간다. 아주 통통하게 살이 쪄서 사장님께 연락이 와도 걱정 마시라고 당당히 이야기하고 있다.
작년 봄부터 가을까지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오던 라이너와 노랭이. 항상 둘이 함께 하루 세 끼, 그리고 잠자리까지 카페에서 해결하던 녀석들이 겨울이 되자 갑자기 사라졌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도 돌아오지 않았다. 봄이 되면 다시 올 것이라 믿고 기다렸건만 둘은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 다들 너무 예뻐서 누군가 입양했을 거라 얘기한다. 적어도 이 동네에는 고양이에게 해코지하는 사람들이 없으니까. 나로서도 그렇게 믿고 싶다. 너무 예쁘고 똑똑한 라이너와 노랭이니까, 분명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을 거라 믿는다.
그리고 올해 초 새롭게 등장한 보검이. “보검아~” 부르면 저 멀리서도 뒤돌아보는 똑똑하고 잘 생긴 녀석.이제 7개월쯤 된 보검이에게 얼마 전 놀라운 일이 생겼다. 너무 잘 생겨서 다들 당연히 남자애인 줄 알았는데 두 달 전부터 갑자기 배가 부르기 시작하더니 며칠 전 아기를 낳은 것이다. 으아… 여자애였다니…! 이름을 보순이로 바꿔줄까 했지만 그래도 익숙한 첫 이름 그대로 보검이로 부르기로 했다. 여전히 매일 삼시 세끼를 NK HOTEL에서 해결하고 있는 보검이. 물론 전보다 훨씬 더 많이 잘 먹고 있다. 애기 엄마니까 닭고기도 삶아주고 영양제도 먹이고. 하하.
사실 이 동네에서는 NK HOTEL 외에도 고양이들이 머물다 갈 곳이 많다. 사료를 내어놓고 있는 앞집 가게, 신선한 닭고기가 있는 옆집 식당, 맛난 간식을 준비하고 있는 뒷골목 사무실…. 흔치 않은 모습일 수도 있겠지만 잔다리로3길에서는 일상적인 생활이다. 하나둘씩 새로운 고양이들이 나타나는 것을 볼 때면, 혹시 고양이들 사이에서 이 동네가 소문난 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하하. 잔다리로3길 냥패밀리처럼, 세상 모든 길고양이들이 사람들?과 함께 평화롭게 어울려 사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것이 모두가 바라는 진정한 세상일 테니까 말이다.
?CREDIT
글 노희정
그림 지오니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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