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WING
고양이의 게스트하우스?
분명 고양이들에게는 다른 차원의 세계가 있다. 그게 아니라면, 그렇게 신출귀몰하게 자취를 감췄다가 어느 샌가 훌쩍 나타나 있고는 하는 사례들이 설명이 안 된다. 고양이를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이 내놓은 그림이 그 증거다.
고양이들만의 게스트하우스를 상상한다. 이족보행을 하는 생물은 혼자서는 들어가지 못하는 공간일 것이다. 집고양이는 집사의 역할을 수행하는 이가 외출을 하거나, 깊은 잠에 빠져든다면 서랍 문을 열거나 벽 틈 사이를 비집고 다른 차원으로 건너갈 것이다. 길고양이 또한 마찬가지. 게스트하우스로 향하는 출입구를 찾기는 쉽지 않지만, 한 번 찾기만 하면 열심히 드나들 게다.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는 하나가 아니라 수십 개, 사실은 상상하는 만큼 무척 많다. 고양이들은 가장 취향에 맞는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해 킬킬거리며 유쾌한 휴식을 취할 것이다. 다만 인간세계에 놓고 온, 고양이를 살뜰히 생각하는 이들에게 이 게스트하우스를 공개하지 못하는 것을 안쓰러워하지 않을까.
그래서 게스트하우스에서 돌아온 후에는 이따금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아 꿈을 불어넣듯이 머리속에 이 풍경을 슬쩍- 집어넣어 줄 것이다. 고양이는 이런 곳에서 삶의 피로를 풀고 있노라고. 너도 고양이가 된다면 이 곳으로 와서 캣닢을 즐기자고. 그가 그림을 그려 고양이의 게스트하우스를 세상에 보여줄 것이라는 생각은 채 하지 못하고서 말이다.
게스트하우스 뚱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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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아무나 이용할 수 없는 고양이 전용 게스트하우스입니다. 고양이 손님들은 각자의 캣타워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느긋하게 보냅니다. 차를 마시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고 낮잠을 자기도 하지요. 때로는 만찬이 준비된 테이블에서 여럿이 즐겁게 먹고 마시기도 합니다. 날씬한 고양이도 이곳에서 묵으면 뚱냥이가 되어 떠난다는군요. 여행객 길냥이들의 아늑하고 행복한 쉼터, ‘게스트하우스 뚱냥’입니다.
최봉수 (twitter / bskirei)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만화와 애니메이션 위주로 작업합니다. 상상의 공간 속에서 풍요로움과 호화로움을 즐기는 뚱냥이를 주로 그립니다. 뚱냥이 애니메이션과 그림을 SNS에 올리고 있습니다.?
고양이처럼 쉬어 가는 곳?
고양이들의 게스트 하우스에 초대되었습니다. 이곳은 한적한 바다 마을에 자리 잡고 있어요. 바람 소리 바닷소리가 이곳의 전부니 소음 때문에 소심한 고양이들이 놀랄 일은 없네요.
계단이 높은 건물로 수직 운동을 좋아하는 그들이 오르락내리락 하기 좋은 구조입니다. 거실로 들어가 봤어요. 캔과 간식이 테이블 위에 널브러져 있고 이곳의 주인장들이 둘러앉아 있습니다. 카펫 위에는 그들의 털이 잔뜩 묻어있는데 두께감을 주어 밟기 푹신합니다. 청소는 방문하는 게스트들이 한다고 들었어요. 구멍 나고 뜯어진 소파들은 고양이들의 스크래쳐 대용일 테죠.
고양이들은 손님이 오거나 말거나 모두 낮잠에 취하기 바쁩니다. 꾸벅꾸벅… 그들의 편안한 얼굴을 보고 있으니 어쩐지 저까지 졸음이 쏟아집니다. 아마 남은 저 소파가 저를 위한 자리인 듯싶으니 앉아 휴식을 취하도록 해요. 고양이처럼 느긋한 마이웨이로.?
줄리 (instagram / juliefriedfish)
일러스트레이터 겸 웹카투니스트. 일상, 고양이, 연애 관련 그림을 그립니다.?
CREDIT?
글 그림 최봉수, 줄리
에디터 김나연?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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