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다정한 고양이 목수
‘고양이발자국’ 유용우 대표
부산의 한 오르막길 옆에는 따뜻한 나무 빛으로 가득 찬 공간이 있다. 사람과 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곳, 그리고 길고양이가 편히 쉬다 갈 수 있는 급식소를 뚝딱뚝딱 만드는 곳. ‘고양이발자국’의 평화로운 풍경이다.
고양이는 당신을 해치지 않아요
고양이 급식소를 제작하고 계시는데요. 어떻게 시작하신 건지 궁금해요.
길고양이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을 주고자 밥을 챙겨주고,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다보니 어느새 캣대디가 되어 있었어요. 아이스박스나 일회용 그릇, 종이 상자 등을 이용해 밥을 주다가 제대로 된 제품이 없나 쇼핑몰 사이트를 뒤져보는데, 길고양이 급식소를 제대로 판매하는 곳이 없더라고요. 아무도 길고양이 급식소를 만들지 않는다면 제가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게 2015년 연말이었고, ‘고양이발자국’의 시작이었습니다.?
식소를 만드실 때 특별히 신경 쓰는 점들이 있나요?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면서 ‘급식소가 이랬으면 좋겠다’고 느낀 점들을 반영하고 있어요. 고양이가 쓰기 편하면서 사람이 관리하기 쉽고,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이 급식소를 부수려고 할 때 버틸 수 있도록 튼튼한 구조까지 고려하고 있죠. 고급스러워야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원목가구용 나무를 사용하고 천연 오일로 방수 처리를 하고 있습니다. 안내문도 영구적인 레이저 각인을 하고 있고요. 설치 장소나 주변 환경에 맞춰서 주문할 수 있게 크기나 구조, 색상도 맞춤 제작하고 있습니다.?
식소를 처음 이용한 고양이들 기억하시나요?
2016년 6월 7일에 첫 급식소를 만들어 길고양이들에게 보여주었네요. 첫 손님부터 단체 손님을 받았는데, 급식소 제작 이전부터 워낙 밥 먹으러 오는 아이들이 많았어요. 낭만이와 코점이, 노랑이가 기억나네요. 안타깝지만 지금은 보이지 않는 녀석들도 있고요.
작업실에 사람 손님뿐 아니라 고양이 손님들도 종종 방문하는 것 같아요.
지금은 출산하러 멀리 떠난 코점이는 ‘점장냥이’라고 부를 정도로 작업실 안에서 먹고 자고 하던 녀석인데, 지금 출산 후에 아기들을 돌보러 어딘가로 떠났어요. 코점이를 몇 년간 봐주신 분 말이, 코점이가 모성애가 강해서 새끼들이 독립할 때까지 숨어서 육아를 한다더라고요. 그리고 코점이와 무늬가 비슷한 반코, 삼코도 있고요. 멋진 턱시도를 입고 바다를 바라보는 걸 좋아하는 낭만이, 뒷다리가 불편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는 노랑이 등이 대표적인 ‘고양이발자국’ 길식구들입니다.?
작업실 옆 화단도 고양이들을 위해 꾸며져 있더라고요.
원래는 텃밭으로 쓰이던 공간이었는데, 작업실용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약 2평 정도의 공간이 남게 되었어요. 이 곳을 어떻게 쓸까 고민하다가 제작한 급식소나 집 등을 하나씩 설치해주게 되었어요. 물을 안정적으로 마실 수 있게 작은 연못도 만들게 되었습니다. 꽃나무를 심어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시선도 피할 수 있게 하였고요. 컨테이너 아래 공간엔 자연스레 고양이들이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가끔씩 의자를 놓고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책을 보며 쉬다보면 고양이들이 옆에 다가와 낮잠을 즐기곤 합니다.
급식소를 제작하면서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궁금해요.
물론 아직은 힘든 삶을 살고 있는 고양이들이 훨씬 더 많지만 급식소가 하나하나 완성될 때마다 고양이들이 맘 놓고 밥과 물을 먹는 공간이 생긴다고 생각하면 너무나 짜릿해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살아갈 고양이들의 삶에 오아시스 같은 급식소가 놓인다 생각하면 힘들다가도 절로 기운을 내게 됩니다.?
하고 싶으신 말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오래 전 옛날 공룡은 지구를 지배했었지만 지금은 멸종해 발자국과 뼈만이 남아 있습니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고양이도 보호하지 않는다면 언제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 고양이발자국만 남게 될지 모릅니다. 이미 많이 황폐해진 자연이지만 그나마 우리 주변에 남아있는 도시 속 야생동물이라도 더 멸종되기 전에 지키고 보호해야 사람도 살 수 있는 세상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고양이를 비롯한 모든 생명은 자연 속에서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고, 또 그 덕분에 사람도 살 수 있는 세상이 유지되고 있다 생각해요. 주변의 길고양이에게 따뜻한 관심 부탁드립니다. 고양이는 당신을 해치지 않아요.?
CREDIT
에디터 김나연
사진 유용우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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