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LIDAY
고양이정원으로 떠나는
한나절의 여행
마음 속 차곡차곡 쌓아 놓았던 무거운 짐을 모두 내려놓고 싶을 때는 고양이를 만나러 짧은 여행을 떠나보자. 감히 예측할 수 없는 삶을 여행하는 여행자로서, 고양이들이 자유롭게 사뿐거리며 거니는 정원은 따뜻한 쉼표가 될 것이다.
치즈색과 검은 색이 섞인 길고 우아한 털을 가진 순덕이, 발라당 누워 자는 것을 좋아하는 고등어태비 고양이 박하, 얼굴도 발도 동글동글한 동글이와 동동이. 개화동에 위치한 ‘고양이정원’에는 마음 속에 폭삭 들어오는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이 많다. 사실 ‘고양이정원’에 살고 있는 80여 마리의 고양이 모두 그렇다. 복닥복닥 살고 있는 대가족 고양이. 그들은 잔디가 깔린 넓은 정원과 카페 내부를 오가며 유유자적,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고양이정원’의 대표 서영 씨는 7년 전 우연히 유기묘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키우다가 버려지는 고양이들도 가족으로 받다 보니 자연스레 많은 고양이들과 함께하게 되었다고. 서영 씨는 고양이들이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카페 ‘고양이정원’을 열었다. 약 1000여 평의 크기의 널찍한 ‘고양이정원’ 주변으로 높은 울타리를 치고, 고양이들이 실내와 정원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손님들을 유치하면서 고양이들이 자연을 즐기는 ‘정원냥이’로도 살 수 있는 방법을 도모한 셈이다.
고양이들은 이곳의 일등 직원이다.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으로 중무장해 손님들의 스트레스를 파바박 할퀴어 사냥하고, 내킨다면 야무진 꾹꾹이로 불안의 싹을 자근자근 밟아준다. 물론 손님들이 귀찮아지면 손길 닿지 않는 곳으로 휑하니 가버린다. 정원의 실질적인 왕이니 그래도 괜찮다. 손님들 역시 본인들이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는 사람임을 안다. 매정한 듯 돌아서는 고양이의 뒷모습은 아쉽지만, 그들이 남기고 간 온기는 삶을 살아가는 작은 기쁨이 되어준다.
따뜻한 햇볕 아래에서, 혹은 시원한 그늘 아래에서 고양이를 만난다면 천천히 눈을 깜빡여 보자. 우주에서 담아왔을 아름다운 눈동자와 키스를 나누고 있노라면 고양이를 만나기 전보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을 체감할 것이다. 이는 마음을 숨기는 일 없는 고양이의 마법. 그러니 눈이 마주친다면 천천히 눈을 깜빡, 인사를 전하는 것을 잊지 말자. 굳이 체온을 나누지 않아도 나눌 수 있는 따뜻함이 휴일 속에 찬찬히 피어날 것이니.?
INFO
고양이정원
A. 서울 강서구 개화동로19길 18 TEL. 02-2665-4507
MON-FRI. 11:30~22:00 SAT-SUN. 10:30~22:00?
CREDIT
글 김나연
사진 엄기태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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