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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고양이의 사이, 그 보드라운 세…

  • 승인 2017-07-10 10:5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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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고양이의 사이,

그 보드라운 세상의 곁에서

<키사 쉼터>의 고양이들

일산 호수 공원의 끝자락, 간간이 사람이 지나는 한적한 길가에 다소곳하게 앉아 있는 커피 하우스에 들어서면 "고양이와 동거 중이에요"라는 안내 문구와 어깨높이까지 오는 철망이 먼저 인사를 한다. 여기서 열 명 중 두셋은 돌아나가기도 한다지만, 사람과 고양이 모두에게 필요한 장치라 어쩔 수 없다. 불편하지만 피할 수 없는 것들이 가득한 사람과 고양이가 나란히 앉은 세계의 입구는 그렇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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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짜리 카페와 2살짜리 쉼터

이 세계를 꾸려나가는 사람은 지우 씨 부부다. 지우 씨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일하며 오랫동안 카페를 꿈꾸었다. 틈틈이 커피를 공부해서 10년 만에 홍대에 카페 ‘oui’를 열어 8년 동안 잘 꾸려나갔다. 커피 품질 감정사인 ‘큐 그레이더 (Q-Grader)’까지 될 정도로 열성을 다했지만, 모진 건물주를 새로 만나 길 위에 서야 했다. 고민 끝에 도착한 곳은 일산 호수 공원 근처였다. 큰 창이 있어 계절과 날씨를 모두 품을 수 있는 이곳에서 ‘실버라이닝 커피로스터스’라는 새 이름으로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고양이가 있었다.

2015년, 실외기 뒤에서 꼬미를 만나면서 유기묘와 길고양이의 세계로 들어온 지우 씨 부부는 아깽이가 첫 발을 겁 없이 내딛듯, 별 고민 없이 새로 연 카페의 한쪽 면을 크게 툭 잘라 청각과 시각 장애가 있어 함께 출퇴근을 하는 꼬미를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 고양이 전용인 그 공간은 별 움직임이 없는 꼬미 하나를 위한 것치고는 매우 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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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 씨 부부는 직접 구조를 하지 않는다. 각자의 생업에 하루의 대부분을 투자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고양이를 구조하는 지인과 구조된 고양이에게 잠시 쉬어갈 공간을 내어주기로 했다. 많은 생각이나 고민이 있지는 않았다. 지인이 구조한 고양이 중 갈 곳 없는 아이가 있었고, 자신들에게는 공간의 여유가 있었다. 그래서 문을 열어 한숨 돌릴 수 있게 해주었고, 고양이가 쉬어가니 ‘쉼터’라는 명칭을 써 <키사 쉼터>라고 이름 지었다.

맛있는 커피, 예쁜 인테리어, 그대로 그림이 되는 너른 창, 각자의 사연이 있는 고양이의 조합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사진을 찍기도 좋았고, 이야기를 만들어내기에도 괜찮았다. SNS를 하는 사람들이나 유기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찾아들었고, 이런저런 매체에 소개되기도 했다. 지우 씨의 입을 빌어 듣는 고양이의 사연과 직접 보게 된 고양이의 모습에 후원을 하는 사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도 생겼다.

카페에 묶인 지우 씨를 대신해 입양 홍보글을 써주거나 차량 이동을 해주는 사람, 일부러 찾아와 고양이와 놀아주고 돌봐주는 사람, 물품을 사다주거나 쉼터 청소를 해주는 사람도 있었다. 사람들은 키사의 일을 자기 일처럼 여기고 참여해주었다. 2015년에 태어나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키사 쉼터는 그렇게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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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사는 쉼터지만, 그 ‘쉼터’는 아니에요

언젠가부터 고양이를 맡아 달라 혹은 구조해달라는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고민 없이 붙인 쉼터라는 이름을 누군가는 보호소로 오해했다. 장소가 넓은데 왜 받아주지 않느냐, 고양이로 장사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들려왔다. 지우 씨 부부는 키사 쉼터가 완벽히 개인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했지만, 사람들은 그곳에 공공성을 부여했다. 두 사람의 초기 생각과 세상의 생각이 부딪힌 순간이었다. 주변의 관심과 사랑, 정성으로 자라나던 ‘키사’라는 이름의 어린 고양이가 처음으로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모든 요청을 다 받을 수 없었던 지우 씨 부부는 꼼꼼하고 까다로운 규칙을 만들었다. 임보비도 월 10만원으로 정하고, 쉼터의 한계 묘구 수 역시 다섯으로 정했다. 출퇴근하는 꼬미를 제외하면 총 4마리만이 키사 쉼터에 들어올 수 있다. 누군가는 공간이 넓으니 더 받을 수 있다고 말하지만, 지우 씨 부부는 그에 동의하지 않는다. 카페 고객 중에는 애묘인이 아닌 사람 역시 존재하기에 카페가 고양이에 매몰당하는 건 곤란했다. 키사 쉼터도 소중하지만 그만큼 실버도 소중하다. 실버라이닝 커피 로스터스는 지우 씨 꿈의 결실이자 생계 수단이다. 실버와 키사는 사이좋게 같이 가야 했다.

그들을 둘러싼 논란과 상관없이 10여 마리의 고양이들이 키사에서 잠시 쉬었다 새 가족을 만났다. 때로는 카페 손님으로 왔다가 쉼터의 고양이를 보고 입양을 결심하는 사람도 있었다. 카페만 운영했다면 결코 맛볼 수 없었을 보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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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고양이가 함께 꾸는 꿈

키사 쉼터 입소 대상 고양이를 선정(?)하는 문제로 속앓이를 하던 무렵, 지우 씨 부부는 우연히 보호소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한 동물단체의 풀뿌리 동물보호단체 사업을 알게 되었다. 공고가 지난 개체를 데리고 나와 돌봐서 입양 보내는 일을 지원하는 사업이라고 했다. 보호소에 있어 사람들과 유리되어 있는 고양이에게 사람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 일이었다. 유동인구가 많은 카페 옆 쉼터에 잘 맞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까지 타인이 구조한 고양이의 임시보호만 해왔던 두 사람은 고민 끝에 새로운 곳에 손을 내밀기로 했다.

보호소 유기동물이 쉬는 곳과 큐그레이더가 로스팅까지 하는 커피 전문 카페가 나란히 있는 그림은 그리 익숙하지 않다. 낯선 길인만큼 어쩌면 가는 동안 어려움이 많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더 많은 질책과 걱정을 들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두 사람은 키사에서 쉬면서 안정을 찾고 새 가족을 만나 생생하게 피어났던 고양이들에서 얻은 보람과 벅참을 잊을 수 없어 이 일을 계속해보려 한다고 했다. 이제 열 살이 된 카페 실버와 두 살에 접어들면서 다시 한 뼘 쑥 자라려고 하는 키사가 사이좋게 걸어 나가기를, 서로 잠식하지 않고 타박타박 볕 좋은 길을 걸으며 사람의 손을 놓친 유기동물과 동물의 손을 잡고 싶은 사람을 이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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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 사진 김바다 | 작가, <이 많은 고양이는 어디에서 왔을까?-버려진 고양이에게 내밀어진 손길의 기록> 저자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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