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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승아가 호…

  • 승인 2017-07-07 14: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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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MY CAT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승아가 호박이에게

호박이와 가족이 된 후에야 왜 엄마들이 아기를 깨물곤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참을 수 없는 기쁨을 주는 존재.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존재. 한없이 사랑스러운 내 아가. 어느샌가부터 호박이를 깨물며 귀여워 어쩔 줄 모르겠다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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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처음 본 순간


문득 호박이와 인연을 맺은 날이 생각난다. 길고양이를 한번 키워본 뒤로 고양이의 매력에 빠진 나는 성인이 되어 경제적 능력이 생기면 꼭 반려묘를 맞이하리라 다짐했었다. 그 후 시간이 흘러 취업을 했지만 가족의 반대가 너무 심해 독립한 다음 고양이를 기르기로 하고 저축을 시작했다.

그러던 작년 12월의 어느 날, 고양이 분양글을 보게 됐다. 눈처럼 하얀 털에 깊고 푸른 눈동자. 사진을 보자마자 이 아이를 꼭 데려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일본 여행을 위해 꼬박 6개월 동안 모아온 적금을 깼지만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 고양이에게 첫눈에 반했고 꼭 키우고 싶었으니까.

기대감에 부풀어 고양이를 데려오기 전 캣타워도 사고 간식·사료·식기 등 필요한 물품은 뭐든 최고로 준비했다. 우리 고양이를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아이로 만들어 주고 싶었다. 나의 분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름도 학창시절 별명인 펌킨, ‘호박이’로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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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 아닌 기적


그런데 호박이를 집에 데리고 온 첫날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할머니가 고양이는 사람을 저주한다며 내다 버리겠다고 한 것이다. 어떻게든 고양이를 지키기 위해 몸부림쳤다. 외출한 사이 호박이가 버려질까봐 방문을 잠그고 밥도 안 먹고 화장실도 꾹꾹 참으며 버텼다. 정말 많이도 울었다. 호박이도 집안 분위기를 느꼈는지 우는 날 바라보며 야옹거렸다. 그 소리에 웃음과 눈물이 함께 터져 나왔다. 호박이가 곁에 있다는 행복감과 지켜내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슬픔이 동시에 느껴진 것이다.

그렇게 지옥 같은 일주일이 지나고, 다른 가족들로부터 할머니가 호박이는 어떻게 생겼는지, 밥은 먹는지 물어 보곤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순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고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뻤다. 단지 호박이의 안부를 물어본 것뿐이었는데도 말이다. 난생 처음 부리는 손녀의 고집에 노여움이 한풀 꺾이셨던 모양이다.

은근슬쩍 방문을 열고 호박이를 거실로 내보냈다. 기대 반 걱정 반이었지만 할머니도 싫지 않은 듯 했다. 고양이가 무섭다던 엄마와 동생까지 모두 호박이가 예쁘다며 구경하기 바빴고 호박이도 그걸 즐기는지 한껏 애교를 부렸다.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행복은 이런 거구나.’ 기적 아닌 기적이 그렇게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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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아 사랑해


호박이가 집에 온 후로 나에게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먼저 여러 가지 복잡한 집안 사정 때문에 괴로워도 호박이를 보며 웃을 수 있게 됐다. “야옹” 소리가 “힘내”라는 위로처럼 들렸고 호박이를 꼭 끌어안고 눈을 마주치면 힘들었던 일들이 전부 잊히는 듯했다. 예전에는 삶에 미련이 없다고까지 생각할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호박이라는 아주 커다란 미련이 생겼으니까 말이다.

가족들과의 관계도 호박이 덕분에 좋아졌다. 집안일을 귀찮아하던 내가 매일매일 청소도 하고 말투도 전과 다르게 나긋나긋하게 변한 것이다. 같이 할 이야기가 없어 서로 멀게만 느껴졌는데 호박이라는 공통 주제 덕분에 가족 간의 대화가 많이 늘었다. 귀가 시간도 빨라졌는데 밖에서 놀다가도 호박이의 사랑스런 모습이 생각나서 집에 빨리 가고 싶어졌다. 사소하지만 많은 것들이 호박이로 인해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었다. 가족들도 이런 변화를 반가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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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오게 돼 한동안 고생이 많았던 호박이. 식구들에게 환영받지 못해 슬펐을지도, 어쩌면 왜 하필 이런 집으로 입양 왔나 한탄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그 어떤 고양이보다 행복할거라고 믿으며 호박이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호박아, 앞으로도 넌 더 행복해지기만 할 거야. 그러니 아프지 말고 건강해야해. 항상 곁에 있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꼭 붙어있어야 돼. 우리 서로 의지하면서 지금처럼만 잘 살자. 사랑해 호박아.”?

CREDIT

글·사진 이승아?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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