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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령화가족 | 독불장군 아빠가 사랑에 …

  • 승인 2017-06-27 11: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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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령화가족

독불장군 아빠가 사랑에 빠졌을 때?


며칠 만에 본가에 가면 엄마는 매번 크게 다르지 않은 고양이들과의 일상을 전해주시곤 한다. 최근 아빠도 동참하시는데, 주로 꽃비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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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독불장군으로 사신 아빠는 감정 표현이 서툴다. 상대방이 좋아하는 방법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하신다. 고양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어쩌다 순돌이가 아빠 곁에 가면 투박한 손길로 쓰다듬고, 그러면 순돌이는 냅다 도망가기 바쁘다. 목소리까지 커서 결국 순돌이는 좀처럼 아빠 곁에 가지 않는다.

사실 녀석들을 위해 바구니와 종이상자로 만든 전망대나 창문마다 설치된 방묘창은 모두 아빠의 손길에서 탄생한 것이다. 그리고 낮 시간 동안 엄마가 외출하시면 고양이들은 주로 아빠와 함께 한다. 배변을 치우거나 사료를 보충하는 일도 대개 아빠의 몫이다. 그런데도 아빠는 인기가 없었다. 그러나 꽃비가 오고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아빠도 고양이들과의 일상을 전하는 일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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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표현에 따르면, 낮 시간 동안 꽃비는 아빠 다리 아래서 잠이 들거나 뒹굴뒹굴 누워 만져 달라 애교를 부리곤 한단다. 귀찮다 내색하며 한쪽으로 떠밀어도 곧 다시 돌아와 아빠 앞에 눕곤 한단다. 했던 이야기를 하고 또 하시는데, 이는 나름의 애정 표현임이 분명하다. 잠자리에 예민하신 아빠는 녀석들에 대한 불평도 들려주신다. 녀석들이 늦은 밤 안방을 드나들 때면 잠든 아빠 배나 다리를 뛰어넘거나 밟고 지나가기도 한다며 불만 섞인 보고가 이어진다. 예전 같았으면 불호령이 떨어졌을 법한 일인데, 불만 접수가 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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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포에 있는 신혼집에 엄마가 다녀가셨다. 그 동안 아빠와 고양이들만 본가에 남겨졌다. 아빠와 고양이들은 엄마없이 하룻밤을 보내게 된 것이다. 그날 밤 늦은 시각 아빠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늘 안방에서 자는 고양이들이 코빼기도 안 보인단다. 엄마의 부재와 녀석들의 돌변에 쉽게 잠 못 이루셨음이 분명하다. 아빠의 ‘희한하다’는 표현 속에는 녀석들에 대한 서운함이 담겨있다. 고양이들의 태도에 아쉽고 섭섭한 마음이 들었을 것이리라.

텃밭에 출몰해 정성껏 가꾼 농작물들을 망친다며 동네 길고양이들을 무척 못마땅해 하시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순돌이가 가족이 된 후, 아빠는 동네 고양이들에게 관대해지셨고 사료나 먹거리를 손수 챙기시기도 했다. 순돌이를 만나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고, 꽃비의 뚝심 있는 애교에 진정한 애묘인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그 누구의 이해와 지지 없이도 늘 당당할 것 같던 독불장군 아빠. 그런 아빠 역시 무심한 듯 곁에 머무는 이 작은 생명들의 사랑에 알게 모르게 의지하며 살고 계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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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 사진 정서윤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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