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더 많은 르네 마그리뜨를 위하여
대냥이 프로젝트 ‘르네상스’
르네상스는 인간성의 회복을 위해 전개된 중세 서유럽의 문화운동으로 부활, 혹은 재생이라는 말뜻을 가지고 있다. 서울대학교의 캠퍼스에 위치한 구조물 ‘르네상스’도 비슷한 의미를 함축한다. 차이점이 있다면 서울대의 ‘르네상스’는 인간과 고양이의 공존을 도모하며 함께 쉬어갈 수 있는 구조물이라는 것이다.
지금은 고양이별로 떠난 삼색 고양이가 있다. 르네 마그리뜨, 줄여서 르네라고 불리는 고양이다. 르네는 서울대 캠퍼스의 예술복합동 근처를 유유히 누비며 사람의 손길을 느긋하게 즐길 줄 아는 고양이였다. 넘치는 사교성으로 학생들의 지친 마음을 달래 주면서 학생들이 건네는 사랑과 사료로 토실토실 살진 고양이기도 했다. 보통 길고양이들이 나비나 삼색이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데 비해, 르네가 사람들 사이에서 합의된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은 르네가 대가 없는 애정을 건네는 친구로서 항상 예술복합동 근처를 배회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르네는 아마 ‘르네상스’의 기획에 불씨를 당겨주었을 것이다. 르네의 친구이면서 서울대 수의학과에 재학 중인 김민기 씨는 고양이와 사람이 함께 더 잘 살길 바라는 마음에 친구 윤효진 씨와 함께 ‘대냥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예술복합동 앞에 고양이와 사람이 함께 쓸 수 있는 구조물을 설치하는 프로젝트였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해 ‘르네상스’의 의미를 알리고, 모금을 진행하고, 인력을 모아서 ‘르네상스’를 설치하기 까지 4개월. 고양이들은 낯선 물체인 ‘르네상스’ 안으로 침착하게 입주해 대냥이 프로젝터들의 마음을 기쁘게 했다.
“그런데, 꼭 고양이들이 르네상스를 이용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민기 씨는 실용적인 목적으로만 ‘르네상스’를 설치한 것은 아니다. 그는 사회에서 벌어지는 길고양이 학대 사건을 바라보며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것만으로는 고양이가 안전하게 사는 사회를 만들 수 없다고 생각했다. 사회의 분위기를 바꿔야 하지 않을까, 그러려면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더라도 고양이와 공존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그 생각 끝에 낳은 것이 ‘르네상스’였고, 그래서 ‘르네상스’는 사람이 앉는 벤치와 고양이가 사용하는 캣타워로 구성되어 있다. 단순히 캠퍼스 고양이들의 보금자리가 되어줄 뿐만 아니라 더 안전한 세상을 약속하는 상징적인 구조물인 셈이다.
민기 씨는 서울대 동물병원과 수의과대학 교수님들과 함께 TNR 등 서울대 내 동물들을 관리하면서 또 다른 캠퍼스에 ‘대냥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
“‘대냥이 프로젝트’는 저희가 준비한 첫 번째 프로젝트예요. ‘대냥이 프로젝트’는 사회에서 발행하는 문제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사회적 가치를 담아낼 수 있는 프로젝트인 ‘NOT FOR SALE’의 첫 번째 프로젝트고요. 앞으로 ‘르네상스’와 같이 공존을 의미하는 건축물을 서울의 다른 대학교 캠퍼스에 설치하는 게 1차적인 목표인데, 그 이후에 또 다른 프로젝트들도 기획하고 진행해 보려고 해요.”
르네는 고양이 친구들과 함께 ‘르네상스’ 안에서 꽃샘추위를 버티고 봄비를 피했다. ‘르네상스’를 찾는 학생들에게 뺨을 부비고, 몸으로 다리를 쓸어 인사를 하면서 간식을 얻어먹기도 했다. 르네는 고양이별로 떠날 때에도 학생들과 만나던 잔디밭 위에서 편안하게 누워 있었다고 했다. 2008년에도 목격된 적이 있다고 하니, 르네는 약 10년 정도의 수명을 누리고 고양이별로 떠난 모양이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법을 알려 준 고양이. 모쪼록 ‘르네상스’에 머물다 가는 사람들도 르네와 같이 대가 없는 사랑을 베풀다 가는 법을 배웠으면 한다. 그게 르네와 ‘르네상스’가 슬며시 언질하는 희망이니까.
CREDIT
에디터 김나연
사진 이림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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